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4.5 | [시]
극락목욕탕
김태건(2004-05-23 14:17:59)
<시> 극락목욕탕 김태건 1 오후 세 시와 네 시 사이에 길이 있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길 물어물어 찾아가는 극락목욕탕 스스럼없이 옷을 벗는다는 것은 모든 걸 다 걸었다는 의미 버리고 나서야 보이는 구겨진 이력들로 탈의실은 벌써부터 뜨거워지네 2 물 속에도 길이 있다네 긴 항해끝에 고단한 등을 기대듯 탕 속에 몸을 띄우는 사람들 머리통만한 섬이 되네 그렇다고 쉽게 다가갈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말게 중요한 부분은 숨겨져 있기 마련이야 늙은 선원들은 술을 마셔도 실수하지 않는다네 바다에서는 긴장하기 때문이지 때로 인내를 시험하기 위해 겁 없이 뛰어든 수도승도 있다네 3 숙련된 외과의사처럼 거침없는 때밀이 선사는 목욕탕의 수퍼스타 도움이 필요하면 순식간에 손바닥만한 수도복차림으로 현신하시네 그가 만지는 것은 세월의 협곡 사람마다 깊이는 다르지만 때가 중요하다는 말씀 손길이 스칠 때마다 되살아나는 가난한 성감대 이런 때일수록 미륵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고 그런 때일수록 혹세우민하는 까마귀들을 조심할지어다 4 굴뚝 위로 김이 오를수록 목욕탕 성지는 참배객들로 북적거리네 간혹 시간 밖으로 육보시를 하려는 순교자들로 이곳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네 박태건/197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으며, 199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시와 반시’ 신인상에 당선됐다.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