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5 | [저널초점]
<테마기획> 일터-좌충우돌 직장인, 직장인을 말하다
김회경(2004-05-23 14:00:57)
직장인들이 모였다.
생계와 자기실현을 위한 필수 코스라고 여겨오던 직장. 어느 곳, 어느 자리에서 일을 하느냐로 자기 가치가 매겨지고,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냉정하기 만한 한국사회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직장인들이 느끼는 자긍심과 소속감, 그리고 그 대척점에서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드는 비애와 회의는 어떻게 얽혀들고 풀어지고 있는지 네 명의 평범한 직장인들이 모여 진솔하고 담백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다.
취업 1년차 20대 새내기 직장인에서부터 결혼을 앞두고 마음이 어지러운 30대, 한국 사회의 중추이면서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는 40대, 그리고 산전수전 겪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50대 직장인이 한 자리에 모여 각기 다른 세대가 겪고 있는 직장과 직장인의 삶에 대해 화려한 수다의 성찬을 벌였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엮어가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과 그 속에서 소박한 꿈들을 찾아가는 희망의 이야기들이 재기발랄하게 펼쳐진다.
참석자 : 이상견(53세?전주 중산초등학교 교사)
김강수(41세?윤선생 영어교실 대리점 사장)
손희정(30?디자인사무실 실장)송경주(29?한국인포데이터 직원)진행?정리/김회경 기자
송경주: 제가 연배가 가장 낮은 것 같은데요. 먼저 인사 드릴께요. 저는 한국인포데이터에서 일하고 있는 송경주라고 합니다. 한국인포데이터라고 하면 다들 잘 모르시는데, 그냥 114 전화국이라고 하면 잘 알아 들으시더라구요. 이제 막 사회생활 시작한 1년차 새내기입니다. 나이는 스물 아홉이구요.
손희정: 저도 어느새 삼십대 직장인으로 소개돼야 할 상황이 됐는데요. 올해 딱 서른이고, 지금 디자인 사무실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전엔 글 쓰는 일도 잠깐 했었고, 시민운동단체에서도 일 했던 적이 있어요. 조금씩 떠돌다가 지금 이 직장에 정착을 한 것 같아요. 횟수로 3년 정도 됐습니다.
이상견: 손희정씨는 왠지 낯이 많이 익네요.
손희정: 전교조에 계시다고 들었는데, 그쪽 홍보물도 하고 그랬었거든요.
이상견: 아, 그래서 낯이 익다 싶었군요.
김강수: 두 명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더라구요. (웃음) 저는 윤선생 영어교실 대리점 사장입니다. 이상견 선생님이랑 저도 방금 인사하면서 알게 됐는데, 민주노동당 당원 교육 현장에서 만난 적이 있었더라구요. 윤선생 영어교실 교사로 10년 동안 일하다가, 사무실 개업한 건 3년 정도 됐어요. 나이는 마흔 하납니다.
손희정: 그럼 김 선생님은 자영업과 비슷한 개념이겠네요?
김강수: 예, 맞습니다.
이상견: 저는 나이는 쉰셋이구요. 전주 화산초등학교 교사로 있습니다.
김강수: 아, 그러세요? 제가 거기 4회 졸업생인데... (술렁술렁...) 이렇게 건너 건너 다 아는 사람들이라니까요.
이상견: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교직생활 30년 정도 됐습니다.
딱히 할 일 없어 시작한 일, 삶이 되다
손희정: 사람들을 많이 접하는 사람들일수록 스트레스가 더 많을 것 같아요. 저는 디자인 사무실이라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는 일은 아니거든요.
이상견: 우리 교사들은 교도관이나 다름없어요. (모두 웃음) 교사라는 직업이 의외로 폐쇄적이고, 끼리끼리 의식이 강하다고 할까. 상대가 아이들이다 보니까 더 갇혀있다는 생각이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없는 편이죠. 저는 전교조 활동을 하다보니까 비교적 젊은층에서 나이든 사람까지 자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더라구요.
김강수 : 손희정씨랑 송경주씨는 결혼했어요?
손: 저는 할 예정입니다. (웃음)
송: 저는 아직... 어디 좋은 사람 있나요? 하하... 저희 회사는 전주 지사만 직원이 230명인데, 남자 직원이 딱 10명뿐이에요. 꿈의 직장이죠. (모두 웃음) 역차별이 만연해 있다고나 할까. 의자 하나만 바꾸려고 해도 참 어렵다니까요. 이상견 선생님은 전교조라 혹시 아이들한테 가르치는 게 일반 교사들과는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상견: 뭐 얼마나 다르겠어요? (모두 웃음)
송: 저 재수할 때 학원에서 국사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전교조 회원이라 해직됐다고 하셨거든요. 그때 그 선생님께 많은 걸 배워서 전교조 선생님들은 좀 각별해 보여요.
이상견: 그래요? 대부분 교사는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이야기들 많이 하는데, 나는 생각이 좀 달라요. 오히려 가치지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사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중요한 역할이라고 봐요. 어제가 4.19 혁명 기념일이었잖아요. 한시간 동안 그거 설명하느라 시간을 보냈는데... 가치중립에 얽매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것이야말로 지식 전달의 수준이지, 인성이나 가치관 확립에는 아무런 영향도 못 미치게 되거든요.
송경주: 네... 저는 힘들게 취업을 하다보니까 요즘은 결혼이 하고 싶더라구요. (모두 웃음) 대학 때 애인 못 만들어 놓으면 잡기 어렵다고 주변에서 압박이 들어오거든요. 요즘 교사를 배우자로 얻으려면 소위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교사라는 직업이 존경할 만한 직업이긴 하지만, 가보다는 돈벌이가 안정적이라서 교사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상견: 그게 참... 반겨야 할지 어때야 할지 모르겠는데, 교사는 진정으로 아이들이 좋아서 일을 해야 해요. 미국의 경우는 교사들이 그렇게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직업이 아니거든요. 근데 왜 지탱되느냐... 보수보다는 아이들이 좋아서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배금주의에 젖어서 모든 게 돈으로 평가되잖아요. 사실 교사도 철밥통 아닌가? 바람 덜 타고... 여교사가 얼마 전에 선호 직업 랭킹 1위로 올랐더라구요. 문제가 없지 않죠.
손희정: 김수 선생님은 대리점 차릴 정도면 그 업계에서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봐야하지 않나요?
김강수: 예, 뭐... (웃음)
송경주: 13년 전에 이쪽 분야에 뛰어들었다면, 그때는 영어 교육이 실제로 그렇게 바람이 일지 않을 때잖아요. 상당히 빨리 시작한 것 같은데요.김강주: 제가 이 윤선생 영어교실을 하게 된 건... 딱히 할 일이 없어서 그랬거든요? (모두 웃음) 대학 때 학생운동하고 노동운동 하다 보니까... 근 11년 후에 복학을 했어요. 81년에 입학해서 93년에 복학을 했거든요. 졸업을 96년에 했는데, 그때 나이가 서른셋이었어요. 학교 다니면서는 나름대로 공부 열심히 해서 고시 봐야겠다, 하면서 준비 했는데... 젊은 사람들과 경쟁도 안 되고 고시공부 하려면 최소 3~4년 공부해야 하는데 그게 밑받침 될 만큼 집이 부자도 아니었구요.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던 한 친구가 앞으로 영어교육 시장이 비전이 있을 거라고 하더라구요. 비전 있으면서도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는 곳, 그쪽 분야의 명문 회사라고... 그래서 윤선생 영어교실을 찾아가서 일하게 됐어요.
기자: 이거 간접 광고 아닌가? 안 됩니다... (모두 웃음)
손희정: 송경주씨는 취업한 지 얼마 안 되신 것 같은데, 요즘 취업난 심각하잖아요. 졸업하고 얼마만에 취직한 거예요?
송경주: 저는 졸업하고 3개월만에 취직했어요. 잘 된 편이고, 운이 좋았죠. 우리 회사 정식 명칭이 한국인포데이턴데 아무도 몰라요. (모두 웃음) 그냥 114 전화국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조그만 회사에요. KT 조직 내부의 작은 계열사고, 홍보도 잘 못하고 있어요. 채용정보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얻은거였어요. 제가 공채 1긴데, 채용 담당자들이 이력서를 다 읽었다고 하더라구요. 바로 윗 상사와 제 나이 차이가 거의 스무살 이상이 나거든요? 그래서 직장 문화라는 게 없는 편이에요. 그렇게 오래 일하신 분들은 30년 공직에 있었다고 이야길 하세요. 예전 체신부에서 공사로, 공사에서 민영기업으로, 그리고 거기서 114 계열 회사로.... 그래서 꼭 공직에 있었다고 이야기 하는데, 그게 자부심이겠죠. 그래도 저는 좀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아요.
영업을 원하는 직장, 노동부담 커진다
김강수: 40대에 접어들면 고등학교 동창회,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 등등 동창 모임들이 많아지는데요. 40대 하면 생활기반 잡고 웬만큼 과거를 추억하고 싶어하는 그런 모임들이 많아지거든요. 가서 보면,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까 실제로 명예퇴직에 대한 불안감이 거의 다 있는 편이에요. 명예퇴직하면 퇴직금 더 올려주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나 보더라구요. 한 직장에서 20~30년을 일해 왔는데, 다른 일이 뭐가 있겠어요. 하려면 음식점밖에 없어요. 근데 그것도 만만치 않죠. 경험이 없어서 거의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퇴직금이니 모아놓은 돈이니 털어봐야 1억원이나 될 텐데, 그걸로 할만한 사업이 없는 거예요.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 생산직이든 관리직이든 이제는 회사에서 원하는 영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노동부담이 더 가중되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상견: 그래요,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하는 거죠.
송경주: 근데 영업 참 어려워요. 자폭문화라고 하는데, 우리도 핸드폰 팔아라 하면, 자기가 다 개통해서 갖고 있거나, 인터넷도 방마다 다 깔아놓고 그러거든요.
김강수: 요즘은 또 비정규직 문제가 많은데... 근로자 파견제도로 가게 되면 일은 같은데 본사 직원의 60%의 임금만 받고 일을 하는 거예요. 명퇴당하고 그 빈 자리를 근로자 파견으로 가게 되는데, 결국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과거 자기 월급보다 적게 받는 거예요. 동료는 똑같이 보면서도 말이죠. 근데 어쩔 수 없이 그냥 그 일을 하더라구요...
이상견: 그게 참... 죽지 못해 하는 거지, 회사나 사회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닐 거예요... 그런 소속감이나 책임감을 요구하는 건 참 말도 안되지...
김강수: 40대들은 자녀들이 고등학생 되고, 대학생 되는데 그때가 제일 돈이 필요할 시기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회사를 나가라고 하니까,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가족이나 주변의 여러 책임이 뒤따르는데 맘대로 할 수 없는 조건에 처하게 되는 거예요.
송경주: 김강수 선생님은 이제 고용주이신데, 밑에 있는 직원 안 자르실 거예요? (모두 웃음)
김강주: 학습지는 사실 선생님들이 많이 부족해요. 우리는 오히려 교사가 오래 계셔주길 원하는 직장이에요. (모두 웃음)
이상견: 영어 교육, 교사들도 참 스트레스 많아요. 발음의 문제가 제일 커요. 애들한테 야, 이건 토박이 미국식 발음이다~ 하고 말하면.... (모두 웃음) 아이들이야 깊이 들어가질 않고 표면에 있는 것만 갖고 교사들을 평가하니까 애들이, 야 그 선생님 발음 후져 하면 골치 아프기 시작하는 거예요. (모두 웃음)
송경주: 취업 때문에 외국 어학연수를 갔다 온 적이 있었는데, 외국 사람들 영어 못하던데요, 뭐...
이상견: 저는 89년에 갔었는데, 6개월 하다 왔어요. 나이 먹어서는 갈 데가 못되더라고. 내 아메리칸 드림이 깨지고 나서부터 나는 오히려 교직에 더 열성적이고 좋아하는 계기가 됐어요. (모두 웃음) 지금은 어디 가서 그래요. 나는 아이들하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해요. 젊을 땐 나도 꿈도 크고 그랬는데, 이제는 하나씩 버려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지금 모으려고 하다보면 사람이 추해져... 손희정: 선생님은 지금 평교사이신데, 교장이나 교감이나 욕심 없으세요? 전교조 선생님들은 승진이 좀 불리하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이상견: 승진요? 나는 애당초부터 생각 안했어요. 그 사람들은 참 재미없게 사는 것 같아. 교장은 맨날 교장실에만 있고, 교감은 교무실에서 전화받느라 정신이 없어요. 나는 그 시간에 애들하고 노는거니까... (모두 웃음)
송경주: 남자들에게는 교사라는 직업이 매력 없고, 밋밋할 수도 잇을 것 같은데요.
이상견: 그건 삶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인데, 그게 입신양명이나 출세라면 사실 밋밋하고 지루하고 폐쇄적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좋은 직업이에요. 봉급도 빵빵하고... (모두 웃음) 내 연봉에서 조금만 쓰면, 사탕 한 봉지 사서 나눠주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거든요? (모두 웃음) 그렇게 사탕 사주고 아이스크림 사주고 나서 나이를 물으면, 내 나이가 서른까지도 내려간다니까... (웃음) 그건 어른들 세계에서는 맛볼 수 없는 거잖아요.
송경주: 저는 이제 1년차라 건방질 수 있는데... 진급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내 몸 편한대로 살아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있어요. 저희 회사도 나름대로 철밥통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가 있어요. 직장이 내가 내 갈길 열심히 간다고 해서 알아주고 주위가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구요.
직장은 ‘가문의 영광’을 위한 가교?
이상견: 우리 세대가 교육을 받는 건 입신양명이나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였잖아요. 신분 상승에 초점이 맞춰졌단 말이죠.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안 그렇잖아. 여유 갖고 즐기며 살자는 주위 같아요.
송경주: 저도 내 몸 편하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해요. 오늘 이 자리 끝나면 회사에 가서 잔업을 해야 하는데, 처음엔 뭣도 모르고 그냥 해야 할 일이라서 했는데, 지금은 직장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내 삶이 정말 윤택해지고 회사가 나아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은 내가 일을 안 하면 다른 사람이 해야 하니까 하는 건데... 친구들이 제가 너무 바쁘다 보니까, 꼭 무슨 출세에 환장한 사람처럼 보더라구요. 아니, 그렇다고 윗사람이 퇴근 안하는데 저 먼저 갑니다, 하고 갈 수는 없잖아요. (모두 웃음)
이상견: 교직은 그래서 참 좋아요. 우린 네시 반이면 칼 같거든. 시간이 있으니까 여행 다니고 운동도 하고 그래요. 날씨 좋으면 수목원 가서 사진 찍는게 요즘 내 취미거든요. (모두 “부럽다” 연발) 가을에는 책 내려고 야생화를 열심히 찍고 있어요.
손희정: 정말 부럽네요. 그렇다고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 눈치를 전혀 안 보진 않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이상견: 교사들도 다 나름이지, 뭐.... 교장, 교감 눈치 보는 경우도 있고, 나처럼 교장이 내 눈치 보는 경우도 있고. (모두 웃음)
김강주: 송경주씨 생활태도가 참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이해타산적으로 생각하면 자기 발전이 없거든요? 자기가 좀 손해 본 듯 해도 참고 파다보면 자기 발전도 있고, 그 분야에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도 오거든요.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자기 역할이 생길 거예요. 직장뿐 아니라, 삶의 태도가 그렇게 굳어지면 어느 직장을 가더라도 인정받고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손희정: 저는 생계에 부담이 있다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요. 그저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여기 계신 분들과는 고민의 수준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저는 솔직히 직장생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하진 않아요. 혼자 하는 일의 성격이 강해서 그럴텐데, 그 보다는 결혼을 앞두게 되니까 앞으로 계속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그런 고민이 돼요. 앞으로 남편이랑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고민이죠. 결혼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김강수: 요즘도 여자가 결혼하면 일 그만둬야 하는 곳이 있나요?
손희정: 그런 전근대적인 직장은 돈 많이 줘도 별로 다니고 싶지 않구요. (웃음) 결혼을 앞둔 여자들은 항상 그런 고민이 있어요. 결혼과 함께 직장을 선택사항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요즘은 여성들도 자기 직업, 자기현을 중요시하다 보니까 그런 여성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긴 해요. 제 친구들도 대부분 결혼해도 직장을 그대로 다니는 경우가 많구요.
이상견: 남편 될 사람이 허용적인 분위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겠어요.
손희정: 요즘 남자들은 맞벌이를 더 좋아하잖아요. 그런 걱정 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결혼이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모두 웃음) 기혼자인 두 분은 사내커플이신가요? 요즘 많더라구요.
김강수: 저는 사내커플이에요.
송경주: 저는 직장 내부에 타깃이 아주 많은 편이라... (모두 웃음) 사내커플이 좋은가요?
김강주: 제 경우엔 좋으면 좋지,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아내가 내 일을 알고 이해할 수 있잖아요. 왜 늦냐, 왜 돈 이것밖에 못버냐 바가지 긁진 않을 것 아니에요? (모두 웃음) 이해를 하니까요... 불만이나 짜증은 없는 것 같아요.
송경주: 여기 계신 이 선생님이나 손 선생님은 모두 원하는 일을 하시는 것 같은데, 저나 김강수 선생님은 원하는 일보다는 맞춰간 상황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사실 취업이 많이 급했거든요. 요즘은 1년차 징크스라고 하던데, 자주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전화하는 걸 싫어하는데, 전화하는 곳에 취직할지는 꿈에도 몰랐거든요. (모두 웃음) 내가 이 일에 과연 맞나 싶기도 하고...
72만 쓰고, 28은 비축하라
이상견: 일을 하면서 내가 과연 이 일이 맞는 걸까 회의가 든다는 건 지쳤다는 이야기에요. 너무 전력투구 한 것 같아, 내가 보기엔... 72대 28이라는 이스라엘 말이 있다는데, 항상 72만 쓰고 28은 비축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에요. 내가 전력투구 하면 지쳐요, 그러고 회의가 오죠.. 조금 느슨하게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김강수: 우리 사무실에는 젊은 미혼 여성들이 많은데... 젊은 세대의 특성이랄까, 굉장히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 학부모님들한테 불평을 좀 듣는다 하면 기분 상해서 못하겠다고 하고 나가고 그래요. 1년도 안됐는데, 들어올 땐 열심히 하겠다고 해놓고, 대학원 진학이니 뭐니 갑자기 어떤 이유를 들어서 통보하듯 그만 둘 때도 많아요. 어느때 보면 여러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그때그때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 남은 사람들이 뒤치다꺼리 하느라 정신없거든요.
이상견 : 삶이 너무 각박하다 보니까 남 배려할 겨를이 없는 거예요. 사람은 자기성찰이 참 중요한데, 요즘 사람들은 거의 그럴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숨을 쉬니까 사는 거지, 삶의 질은 우리나라 정말로 아니올시다에요. 그러다보니까 남 배려 여유가 없죠.
김강주 : 가족이 있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한테는 하루를 쉬면 생계가 막막한 지경이에요. 우리 세대들에게는 내가 하루 쉬면 가족들이 다 굶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거든요. 아직 젊은 선생들은 자기 혼자만 책임지면 되니까 쉽게 결정하고 쉽게 나가더라구요. 직장관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우리랑은 다르다는 걸 느껴요... 우리는 어릴 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프거나 꼭 학교는 가야 하는 곳이었잖아요. 설령 정말로 못가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결석계 써서 꼭 갖다드리고 그랬거든요. 근데 요즘은 사직서 쓰는 룰도 안 지켜요. (모두 웃음) 그만큼 관계를 쉽게 끝내고 룰이나 규범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송경주 : 저는 그래도 제 첫 직장이고, 세상이 날 알아준 첫 실험이었다고 생각을 하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 내가 널 버리지 않으마, 충성하마, 수시로 마음을 다잡는다는 거죠. (모두 웃음) 나는 그렇게 마음 먹는데 회사가 날 배신할까봐 자꾸만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니까요. 저는 그냥 조자룡이나 관우처럼 살고 싶은데, (모두 웃음) 회사가 나를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상견 : 지금 보니까 서서히 회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구만... (모두 웃음) 나이 먹은 사람들 행태 보고 뭔가 이건 아니다 하는 배신감도 생기는 것 같고... 송경주씨는 내가 열심히 해도 희망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은데?
송경주 : 회사 일이 분기별로 로테이션 되는 것 같은데요. 그 분기 중에 뭔가 불합리 하다 싶어서 이렇게 좀 고쳐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걸 잘 수용을 못하더라구요... 문서도 내용이 더 중요한 거 아닌가요? 무슨 줄이 두껍다느니 글씨 폰트가 어쨌다느니, 그런 걸로 상사가 밑에 있는 사람을 뭐라 고 하면 참 당혹스럽다니까요. (모두 웃음)
이상견 : 맞아, 그게 관료주의라니까요... 어떻게든 흠을 잡아야만 내 존재이유가 생기는거야. 내용으로는 흠이 없거든. 그러니까 그런 흠집을 내는거지. 세상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빨리 변하더라구요. 유행주기도 엄청나게 빠르고. 기성세대들이 그 세대를 못 따라가요. 나 역시 마찬가진데 컴퓨터만 봐도 머리가 돌 지경이야. (모두 웃음) 그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와서 자기 경험으로 판단을 하려고 들거든. 하지만 잘난 사람들은 그렇게 안하고 남의 걸 받아들이려고 해요. 그런데 대부분은 자기 경험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많지.
송경주 : 다들 젊은 사람들 반짝반짝 하는 아이디어들 내놓아 보라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말은 하면서, 실상은 예전처럼, 또는 하던대로 식의 무사안일인 것 같아요.
이상견 : 나는 전교조 초기 멤버인데... 그래서인지 내 주변엔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더 많아요. 기성세대들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소리가 젊은 사람들 싸가지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내가 만난 사람들은 오히려 굉장히 합리적이더라고. 단점보다 오히려 장점이 많아요. 우리는 집단주의 경향이 많아서, 집단서 결정하면 다른 생각을 가져도 입을 다물어 버리거든.. 근데 젊은 사람들은 자기 의사표시를 정확히 한다고. 회의도 교장 교감의 지시전달이지 진짜 회의나 토의가 아니란 말이죠. 그러니까 회의 끝나고 나오면서 다들 그러는거야. 궁시렁 궁시렁.... (모두 웃음) 그러지 말자는 거예요.
김강주 : 회사가 서비스를 강조하면서도 실제 내부 직원에 대한 서비스는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잘 되는 회사는 내부 고객인 직원들에게 더 잘 배려하거든요. 직원을 그냥 영업력 높이는 수단으로만 여기는 회사는 발전 가능성이 없어요. 우리네 회사 문화가 권위적 리더십만 있고, 감성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을 갖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많은 것 같아요. 그걸 젊은 사람들이 나서서 이야기하기가 참 어려운 분위긴데... (송경주씨를 바라보며) 상사에게 일단 뭔가 이야기하려는 노력을 해보고 그게 고쳐지지 않으면 비전 없는 걸로 판단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모두 웃음)
송경주 : 우리 회사도 젊은 사원과 간부 사이에 충돌이 있는 것 같아요. 큰 조직 안에서 내 위치에서 과연 뭔가를 바꿀 수 있을까, 그런 고민도 있거든요. 다음 2기도 들어올텐데, 회사를 위해, 그 후배들을 위해 뭔가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윗사람에게 대들기(?) 위해선 세를 규합하라
이상견 : 나는 TV 프로그램은 <무인시대>밖에 안 보는데... 역사를 보면, 촐랑대는 사람은 반드시 끝이 안 좋아. (모두 웃음) 항상 은인자중... 힘을 기르고 비축하고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모아야 해요. 관리자 뜻에 반하는 발언을 해야 할 때, 나 혼자서 떡 하고 앉으면 분위기 썰렁해지잖아요. 그러면 관리자는 그러는 거예요. 자, 회의 마칩시다... (모두 웃음) 그때 누군가가 박수를 치거나 같이 궁시렁대줘야 회의를 끝내지 않는 거예요. 세를 만들고 뜻 맞는 사람들과 규합해 나가는 것도 중요해요. 혼자 떠들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거든요.
김강주 : 사실 사교육 종사자는 사회적 지위도 약하고, 스스로 명예롭다고 생각지도 않아요. 공교육에 있는 선생님들 부러워하기도 하구요. 학부모 역시 공교육 선생님들한테는 불만이 있어도 함부로 발설을 못하거든요. 애들한테 불이익 갈까봐... 사교육 종사자는 그래서 서비스업이라고 생각을 해요. 조금이라도 맘에 안 들면 교체를 요구하거나 하는데, 그럴땐 선생님 인격을 무시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참 힘들다,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가르치는 게 나름대로 매력이 있거든요. 사교육에서도 아이들과 접촉하면서 그 아이가 성장해 가는 모습, 내가 거기에 일조하고 아이 인생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자긍심이 나름대로 있어요. 저는 어느 때 위기가 왔느냐면 개인적으로 아이를 낳고, 둘째를 낳았을 때였어요. 아이들은 커가는데 내가 언제까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자리 잡아야 할텐데 하는 회의가 들더라구요. 그때 이 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대리점을 개설한 거였거든요. 사실 그때는 그럴 만한 조건이 안됐는데, 운이 잘 맞아서 이나마 정착한 것 같아요.
이상견 : 윤선생 영어교실 원장 선생님이 민노동 교육 장소를 제공했다고 하길래, 야 이런 사람도 다 있나 했거든요. 사실 원장이면 부르조안데... (모두 웃음) 오늘 보니까 그분이 바로 우리 김 선생이셨더라고.
손희정 : 저는 상사한테 시달리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 별로 없는 편인데, 어느때 상사가 제일 미우세요?
송경주 : 저는 술 권할 때 제일 미워요. (모두 웃음) 못 마신다고 말 했을 때 돌아오는 그 차가운 냉대... (모두 웃음) 상사들은 대개 그런 편견이 있으시더라구요.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뭐 그런... 남자는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 해야 된다, 그래서 술도 잘 마셔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상견: 나이먹은 층에서 성희롱이나 많은 게 그 사람들은 그게 평상적인 언어일 뿐인데, 젊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땐 아주 기분 나쁘거든.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걸 빨리 감지하고 나를 바꿔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거예요. 보수라는 게 옛것을 지키는 거잖아요, 잘 안 바꾸려고 하더라구요.
손희정: 어느 칼럼에서 봤는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유목민이라고 하더라구요. 어느 한 곳에 정착하기 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떠돌아다니는 속성이 있다는 거죠. 사실 기성세대보다 젊은 세대들이 사회적으로도 명예나 지위,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롭지 않나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걸 찾아가려는 게 젊은 세대들의 자유로움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강한 것 같아요.
이상견: 맞아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합리적이라는 거예요. 지금 젊은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관심을 쏟으니까 억압이 덜해서 음성적인 일도 안하게 되는 거예요. 억압이 많고 스트레스가 많으니까 이상한 짓들 많이 하잖아... (모두 웃음)
송경주: 직장에서 내 책임이 커지면 자꾸만 뭔가 배우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더라구요. 선배들이 하는 이야기가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7년 정도 지나면 떠나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그냥 이게 삶이구나 하고 산다는 거예요. 저는 외국에 나갔다가 아는 형을 만났는데, 그 형은 지하철 모는 일을 했어요. 보수도 안정된 편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직장 가지려고 외국을 왔다고 했더니 그 형은 있는 직장 때려치우고 왔다고 하더라구요. 내가 딱히 좋아하는 일도 직장 하나 때문에 내 삶의 30년이 정해져 있으면 얼마나 재미없겠느냐고 하는 거예요. 최대한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고 취직하라고 이야길 해줬어요. 근데 그게 현실적으로 돼야 말이죠. 백수시절이 너무 괴로웠거든요. (모두 웃음) 그 형 말이 귓가에 맴도는데 그렇게 못해서 내가 너무 나약해 보이고 그랬어요.
이상견: 우리 사회는 직장 옮기는 걸 마치 큰 흠처럼 생각하는데, 서양은 그렇지 않거든요. 학부모 상담 때도 저는 늘 그렇게 말해요. 우리가 가졌던 패러다임으로 교육시키면 아이들이 불행하다고 말이죠. 아이들이 뭘 하든 행복한 일을 하게끔 하는게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독일의 최고 인기직종이 산림감시원이라고 해요. 우리는 하류 직업으로 취급하는데 거기는 그런단 말이죠. 건강도 챙기고 자연과 벗하고, 기본적인 생활도 되니까 그걸 중요하게 보는 거예요.
나는 이제 라틴댄스를 배우고 싶다
손희정: 우리 사회가 너무 체면이나 남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람관계를 중요시 하는 편인데, 좀 어렸을 때는 일보다는 주로 여흥문화에 치우쳐서... (모두 웃음) 그게 사람 관계 때문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십대 후반이 사람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는 시기가 되더라구요. 일이 안 맞아서 옮기기도 하고 부족해서 공부해야 할 것 같아 옮기기도 했는데... 이 직업이 지금은 저한테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할 때 사람들과 많이 안 부딪혀도 되니까요...
이상견: 여흥문화에 관심이 있다고 하시면서 오늘은 좀... (모두 웃음)
손희정: 아, 요즘은 자제하고 있어요. 이십대 후반을 너무 그렇게 보내서... (모두 웃음) 결혼할 사람하고 뭔가 살아갈 계획을 잡아야 할 것 같아서 ‘체험형 농촌 관광’ 같은 걸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 사람이 농사짓는 일을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은 꿈이 있거든요.
이상견: 그거 유망직종 될 거예요. 요즘 우리나라가 너무 경쟁이 심해서 똑같은 걸 하면 다 망해요.
김강수 : 저희 또래가 명퇴의 불안도 있고, 친구 중에 하나둘 죽는 친구도 있고, 암에 걸린 친구도 생기더라구요. 건강도 불안한 세대들이거든요. 새해 소망 빌라면 하나같이 다 건강 이야길 해요. (모두 웃음) 새해부터는 담배 끊자, 헬스 다니자 여러 이야길 하는데도 실제 그게 실천되지를 않아서. 저는 요즘 개인적으로 춤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두 웃음) 라틴댄스나 아니면 나이트댄스라도... (모두 웃음)
이상견: 운동도 위기의식이 있어야 해요. 50대 되면 누가 죽었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오거든요. 그때 위기감이 드는거예요... 나도 핑계만 있으면 자꾸 운동 빠지고 그랬는데, 50대 되니까 안 되겠다 싶더라구요. 운동은 무조건 돈을 들여야 해요. 본전 생각 때문에라도 열심히 가니까.. (모두 웃음)
직장생활 하면서 신조가 딱 두가지 있어요. 하나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해요. 절이 싫으면 절을 내 맘에 고쳐서 살아라 이거구요. 두 번째는 악법은 어겨서 고쳐라 하는 거예요. 스트레스는 회피하면 더 큰 스트레스가 돼요. 그걸 적극적으로 극복하려고 해야지, 그걸 자꾸 힘의 한계나 어떤 이유로 피해버리면, 나중에 자괴심까지 겹쳐쳐서 무력감이 생기기 쉽거든요. 그러니까 내 힘의 한도에서 어떡하면 극복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해요.
손희정: 저는 꼭 극복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어느 정도의 자극은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 당장 안 되는 일을 자꾸만 고집하면 홧병 걸리니까... (모두 웃음) 어느 일정 부분은 포기하는 게 현실적으로 건강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모두 웃음) 직장 초년생이나 삼심대 초반은 뭔가 극복하고 싶고 고치고 싶은 진취성이 강하잖아요. 스트레스를 왜 받나 생각해보면 너무 자기 생각에만 치우쳐서 그러는 것 같아요. 남을 배려하면 스트레스도 좀 덜하지 않을까 싶구요.
송경주: 회사에서 나를 뽑을 때 뭘 보고 뽑았을까 늘 고민하는 게 저한테는 가장 큰 스트레스예요. 지금은 무심의 상태로,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길 바라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장가도 빨리 갔으면 좋겠고. (모두 웃음) 사실 이 자리도 인생의 청량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왔어요. 회사에 오래 있다 보면 나중에 김 선생님이나 이 선생님처럼 여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14 많이 사랑해 주세요... (모두 웃음)
김강수: 서서히 정리하는 분위기네요? 저는 사는 게 참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밖으로 눈길을 돌릴 만큼 여유가 없이 살았는데요. 오늘 이상견 선생님 이야기 듣고 독특한 자신만의 취미,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배울 게 참 많았습니다.
손희정: 예, 저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너무 직장에만 매몰되지 말고 다른 곳에도 관심을 좀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상견: 예... 저도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