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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5 | [저널초점]
<테마기획> 현장일기-일터를 찾아서1
김회경, 최정학(2004-05-23 13:53:40)
마음 열어 경계를 허물고…우리 사회 희망을 위해 사회복지사 강승원 팀장 장애인의날(4월 20일)을 앞두고 사회복지사 강승원씨(35?전북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심리재활팀장)의 하루는 정신없이 돌아간다. 행사준비도 행사준비려니와 일상적인 업무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토요일 오전은 정신지체나 발달장애,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도예체험을 나가야 하고, 오후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거북이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야 한다. 오전 10시 30분,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동료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장애인복지시설인 ‘자림원’으로 도예체험에 나선다. 열명 남짓한 장애아들을 자원봉사자들과 사회복지사들이 한 명씩 맡아 교육을 시키고 통제를 하지만, 자기 세계에 갇혀 있거나 자기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다루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자림원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울고 보채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혼이 다 빠질 지경이다. 진흙을 만지고 모양을 만들어내는 동안에도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십 여분이 지나자 흙 만지는 일도 싫증이 나는지 하나 둘 자리에서 이탈하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사회복지사들이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고 꼬시며(?) 자리에 앉히지만, 이내 도예 체험은 아이들이 아닌, 선생님들의 몫이 되고 만다. 강 팀장은 그래도 오늘은 마음이 잘 맞는 파트너(?)를 만나 고생이 덜하다. 성진(7?다운증후군)이와 찰떡궁합, 호흡이 척척 맞아 어느새 그럴싸한 컵 하나가 완성된다. “성진이 진짜 잘 한다, 재미있지?” 귀찮을 정도로 연신 파트너에게 말을 걸고 살을 부비던 강 팀장, 성진이가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을 잘 보내줘 고마웠던 모양인데,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진이는 대답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해찰을 한다. 성진이의 뒷모습을 계면쩍게 바라보던 강 팀장, “너의 집중기간도 이제 끝이 난 모양이구나” 하면서 농을 친다. 강 팀장은 올해로 사회복지사 8년차에 접어들었다. 중앙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서울에서 4년, 전주에서 4년째 근무 중이다. 사회복지사,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잘 맞는 일 아니냐며 가벼운 편견을 들이댄다. “사회복지를 어렵고 장애가 있는 사람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개념으로만 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실제로 여성들이 더 많이 지원을 하긴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직업이에요. 남녀가 따로 일 수 없는 거죠. 사람들의 일반적인 욕구와 문제를 풀어주는 일이 사회복지 분야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해요. 사회복지는 사회를 건강하고 튼튼하게 하는 꼭 필요한 도구에요.” 강 팀장은 사회복지시설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단순 보호 차원을 넘어 재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생산해내는 서비스 시설들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북지역에 장애인복지관이 여섯 개 있어요. 전북지역은 등록된 장애인만 8만명에 달하는데, 그 수만 보더라도 절대적으로 시설이 부족해요. 기관과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까, 인력 역시 부족한 거죠. 장애인은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되어가는 동안 생의 주기별로 다각적인 접근과 적응훈련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려면 다양한 프로그램, 다양한 시설이 필요한데, 현실은 이렇게 안타까운 상황이에요.” 공무원에 비해 65% 수준의 월급에, 근무량만 1주일에 50시간 이상에 달하는 그야말로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는 순간순간 행복할 때가 많다고 했다. “정신지체나 자폐아들은 어떤 자극에도 별 반응이 없는데, 어린이 시설에 현장실습을 나가면 다들 눈이 반짝거리고 해맑게 웃거든요. 그런 반응을 보일 때 순간순간 기쁘고 행복하죠. 또 직업 적응훈련을 받았던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 사회에 나가는데, 잊지 않고 저한테 전화를 해요. 힘들다, 보고 싶다 이야기할 때 마음이 벅차죠. 지금도 취업현장에 나가 보면 저를 알아보면서 반가워하는데, 그 잊지 않는 마음을 보면 정말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예체험시간이 끝나고 다들 밖으로 나와 복지관을 향할 참인데,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수영이가 마구잡이로 바닥을 구르며 떼를 쓴다. 땀범벅 눈물범벅이 된 채 몸을 늘어뜨린 수영이를 사회복지사들이 돌아가며 어르고 혼을 내는데도 수영이는 막무가내다. 아무리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이쯤 되면 미워질 것도 같은데. “발달장애라 자기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거거든요. 아휴, 수영아... 선생님이 사탕 사 줄께. 울지마, 어? 미운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프고 안쓰러워 죽겠어요.”한다. 사회복지사도 타고 나야 할 모양이다. 도예체험은 3월 말부터 시작한 ‘프리 데이(Free Day)' 행사 중 하나다. 누구에게 자유를 주느냐, 바로 장애아를 둔 어머니들이다. “장애아동이 있으면 나머지 다른 형제를 못 볼 수가 없어요. 장애아 보육 부담은 보통의 아이들보다 두 배로 가중되거든요. 30대 엄마들이 오십견을 앓는 경우도 많아요. 엄마가 스트레스가 적어야 아이들도 잘 보살필 수 있기 때문에 이날만은 보육 부담에서 좀 자유로워지라고 우리가 대신 아이들을 보살펴 주는 거예요. 친구도 만나고 영화도 보시라고... 이날은 엄마들이 절대 복지관에 못 나오게 해요.” 점심을 챙겨먹고, 강 팀장은 ‘거북이 마라톤 대회’를 위해 성인 장애인 8명을 이끌고 익산 중앙체육공원으로 차를 몰고 간다. 30도를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 끈기가 부족한 장애인들이 더운 날씨에 5km를 잘 걸어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될 법 한데, 강 팀장은 자기가 더 신이 올라 있다. 방송국 카메라가 다가오자 “현수막 잘 들어! 우리 TV에 나오겠다... 오늘 3만원 값(현수막 비용) 톡톡히 했다” 하면서 '전북장애인복지관‘이라고 쓴 현수막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대며 한바탕 부산을 떤다. “평상시에 달리기 연습을 시켰기 때문에 오늘도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마라톤이나 달리기 연습을 시키는 이유는 체력보강뿐만 아니라 사회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에요. 대부분 인내나 지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운동을 통해서 사회에 나가 힘들어도 참고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길러줄 수 있거든요.” 날이 무더워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이 친구들보다 제가 더 걱정이에요. 통 운동을 못해서...”하며 엄살을 떨더니, 의지를 다지듯 “자! 우리 파이팅 한번 하자”하면서 팀원들을 독려한다.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장애인들과 어깨를 걷고 보무도 당당하게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씩씩하게 걸어 나가는 강 팀장. 그에겐 이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경계가 허물어진 것 같다. 늘 자신의 존재와 사회복지사로서의 자긍심을 확인시켜주는 고마운 동반자, 장애인들에 둘러싸인 그가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식이 아직 아주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봐요. 우리나라 복지 수준도 마찬가지구요. 인식이 많이 부족하죠. 이번 총선에서 장애인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했잖아요. 여러 좋은 정책들이 나오고 장애인들의 사회적 발언도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사회적 약자와 일반인이 똑같이 삶의 질을 높이고, 함께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 강 팀장은 그것이 바로 사회복지가 지향해야 할 궁극의 목표라고 했다. 손을 맞잡고 발을 맞추며 거북이 마라톤대회를 뛰고 있는 그와 그의 장애인 친구들의 동행처럼. 소처럼 묵묵히, 뚝심으로 신뢰를 만들어간다 기동수사대 형사 3계 문왕종 주임 전북경찰청 기동수사대 형사 3계. 조직폭력과 도박, 강?절도 등 강력범죄를 단속하는 최고의 수사 베테랑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형사 3계를 책임지고 있는 문왕종(49?경위) 주임, 판돈이 큰 도박판을 일컫는 이른바 ‘하우스’ 제보를 받고 잠복근무를 하느라 밤을 꼬박 새우고, 이른 아침엔 조서 작성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사무실 한쪽에는 지난 밤 1억 4천여만원 규모의 도박판을 벌이다 연행된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누구는 몇 십년을 모으고 모아도 쥘까 말까한 돈을 하룻밤 도박판에서 흥청거리고 있는 사람들, 면면을 보니 딱히 특별난 것도 없다. 그저 우리네 이웃처럼 평범하다. 그렇게 치자면, 형사 3계 사람들의 외양도 의외의 모습이긴 마찬가지다. 체구 건장하고 인상 험악한 이른바 ‘어깨’들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번뜩인다. 하기야 범죄자들을 제압하는 사람들이라면 저 정도의 카리스마는 ‘기본 가락’이 아닐 것인가. 오히려 진정 의외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저 형사 3계 주임, 문왕종 경위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영락없이 푸근한 동사무소 공무원 같다. 형사 같지 않은 외모라고 했더니, ‘곰’이라는 별명을 가진 두석진 반장, “수사할 땐 얼마나 날카롭고 사나운 줄 아세요?” 하며 문 주임의 형사적 기질(?)을 강조하고 나선다. 그리고는 “우리 주임님은 일을 혹사시켜서 그렇지, 부임한 지 1년 만에 세 명의 후배 경찰을 특진시킨 능력 있는 분입니다”라며 문 주임을 추어 올린다. ‘특진 제조기’, 후배 경찰들이 ‘존경’과 ‘신뢰’의 마음을 담아 붙여준 문 주임의 별칭이란다. 한사코 문 주임은 “그런 건 쓰지 말라”며 겸양을 떤다. 하지만 그는 ‘실적 스트레스’보다 본인이 맡은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공전할 때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이곳은 사건 하나가 주어지면 장기 수사를 하는 곳이에요. 잡힐 때까지 기획수사를 해야 하는데, 조급하게 맘 먹으면 안돼요. 그저 소처럼 묵묵히 한 사건을 맡으면 검거가 될 때까지 요령 안 피우고 멍청한 듯 느린 거북이처럼 일하는 게 중요해요. 내 아이큐가 두 자리거든요? 머리회전이 빠르면 딴 생각하기 십상이거든. 우리 직원은 다 아이큐 100 이하로 뽑았어요. 이거 농담인 거 알죠?” 물론 알고 있다. 오히려 ‘소’처럼 묵묵히 일하고 다른 곳에 한 눈 팔거나 욕심내지 않고 제 길만을 걸어가고 있다는, 형사들의 정직함과 뚝심을 자랑삼아 한 말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점차 지능화되어가고 있는 범죄를 제압해야 하는 형사라면, 치열한 지능 싸움도 필요하다는 것도. “요즘은 수사하기가 참 쉽지가 않아요. 특히 진술보다는 증거위주의 수사를 요구하기 때문에, 수사관들이 개인적으로 증거 확보를 위해서 캠코더니 디지털 카메라니 하나씩은 다 휴대하고 있거든요. 인권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기 때문에 막무가내 수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거죠.” 형사 3계 수사경찰들, 문 주임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사이비 기자’의 진위(?)를 캐봐야 한다며 취재 현장까지 디지털카메라를 들이대며 법석들이다. 그래도 불쾌하지 않다. 팽팽히 긴장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장난기’는 없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무기일 것이기에. 사비로 마련한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는 수사 형사들의 필수품이 되었단다. 문 주임은 이렇게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나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수사 환경이 수사관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과학수사’를 위한 변모된 모습들이라고 말한다. “예전엔 감식도 형사들이 다 하고 다녔어요. 80년대 당시엔 국과수가 서울 한 곳에만 있어서 가마니 깔고 야외에서 우리가 시체 수습을 했다고요. 하지만 지금은 지역마다 국과수 지부가 있고 법의학자도 많아졌거든요. 조금씩 수사환경이 선진화되고 있는 거죠.” 동네 아저씨 같은 문 경위는 올해로 24년차의 중견 수사관이다.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던 대한민국 현대사의 파고를 함께 넘으며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 격변의 현장을 지켜봐 왔다. 1980년대 민주화의 요구가 들불처럼 일어설 때에는 최고 권력에 휘둘려 민생보다 시국치안 명목의 ‘진압반’으로 국민들의 원성을 사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국민과 함께 하는 경찰’, 민생치안의 최일선에서 국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든든한 수호신으로 거듭나기 위해 홍역 아닌 홍역을 치러내기도 했다. 그가 ‘생초보’ 병아리 순경으로 부임한 건 1980년. 경찰 업무의 특수성 때문일까, 초임 날짜부터 우리사회를 뒤흔든 일련의 사건사고에 이르기까지 날짜를 기억하는 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1980년 10월 30일에 순경으로 첫 부임을 받고 전북 순창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그때는 교통 스티커 끊는 일을 맡았었는데, 스티커를 끊고 영수증 뒷장을 뜯어주는 걸 몰라 제 돈이 많이 들어갔어요. 그때 월급이 7만9천원이었는데, 무려 만5천원이나 물어줬던 기억이 나네요.”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은 그 역시 노동자투쟁과 교직원노조 합법화 시위 현장에서 ‘데모 진압반’으로 나서야 했다. 지금의 기동수사대는 민생치안이 주 업무지만, 그 당시만 해도 ‘기동중대’라고 해서 경찰들 대부분이 시국치안에 동원됐었다. 문 주임은 “경찰은 국가 기관의 공복이자 최고 권력의 하부를 이루는 곳인 만큼 시류를 외면할 수 없었던 우리들의 애환도 없지 않았다”며, “그래도 뼈를 깎는 노력과 자성으로 과거의 경찰 이미지를 벗고 국민과 함께 하는 경찰로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진지한 이야기가 한참 무르익어가려는데 갑자기 주위가 시끄러워진다. 어젯밤 도박판 현장에서 붙잡힌 스물 한살의 철없는 청년 하나를 훈방조치하면서 벌어지는 광경이다. “귀 잡고, 토끼뜀 열 번... 이제 스물 하나 먹은 녀석이 도박장에는 왜 기웃거려, 어? 네 나이는 그럴 나이가 아니야. 절대로 맛들이면 안 된다. 자식, 아직 새파란 젊은 놈이... 나가서 도박판 얼씬거리지 말고 착하게 잘 살아, 어? 인사드리고 가 봐.” 두 반장이 훈계를 했다가 으름장을 놓았다가 하면서 철없는 청년 하나를 내보내려는 참이다. 문 주임도 한 마디 거든다. “멀쩡한 놈이 왜 그런데서 얼쩡거려? 너 거기서 망 본 거 내가 다 아는데 그래도 입건 안 할거야. 다시 붙잡혀 오면 그때는 국물도 없다. 착실하게 잘 살아, 임마...” 왜 그냥 내보내느냐고 했더니, “아직 어리고 초범이라... 망을 봐 준 것 같은데, 기회를 한 번 줘봐야죠. 다시 붙잡혀 오지 말아야 할텐데” 한다. 냉정하고 엄격한 ‘법치 실현’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인 ‘계도’ 역시 형사가 갖춰야 할 미덕이 아니겠느냐면서. “우리 수사 경찰들 사복 입고 다닌다고 그저 슬렁슬렁 다니는 게 아니에요. 그게 다 첩보를 수집하기 위해서거든요. 수사 경찰들에 대한 믿음을 갖고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건 꼭 써주세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수사 경찰을 찾아달라고요.” ‘사랑받는 경찰’이 되고 싶은 문 주임의 소망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불신’이 적지 않게 자리잡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울한 일도 없지 않다. 문 주임은 지난해 11월 가짜 휘발유 제조 및 유통, 판매책 모두를 일망타진해 큰 성과를 올렸지만, 그 과정에서 두 반장이 모함을 받아 치도곤을 치렀다는 이야길 들려준다. “그 범인들이 두 반장한테 천만원을 주고 범죄 무마를 부탁했다고 모함을 했었거든요? 두 반장이 조사도 받고 그랬어요. 억울한 일이 부지기수에요. 어이, 두 반장! 그 얘기 좀 해 드려.” 그 때 기분이 어땠느냐고 묻자, 두 반장이 무척이나 억울했던지 “나한테 돈 찔러 줬다고 했으니까 그런 모양지, 뭐... 천 만원 중에 8백 쓰고 2백 남았는데, 쓸 데가 없네?”하며 ‘한맺힌 비틀기’부터 시작하더니, “정말로 가만 안 두고 싶더라고. 형사 하면 다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처럼 그러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 거의 없어요. 돈 먹고 사건 봐주는 바보짓을 왜 합니까. 그게 다 내 신분과 직결되는 건데...” 하며 ‘곰’이라는 별명답게 우직한 답변이 돌아온다. “형사는 의지와 끈기가 중요해요. 그야말로 밑바닥 현장에서 범죄자를 상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느 땐 모함도 받지만, 그래도 그 범죄자들과 늘 가까이 있어야 하는 게 우리 일이에요. 그래서 나는 형사는 망나니여야 한다고 말해요.” 문 주임의 ‘형사관’이다. 오늘은 상습도박단 검거로 기수대 형사계가 술렁술렁하다. 문 주임이 “우리는 여덟명 검거했고, 형사 2계가 스물 여섯을 잡아들였는데, 한 번 가볼래요?” 한다. 옆방은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 놓고 한 형사가 다리미로 돈을 말리느라 바쁘다. 급습한 현장에서 도박꾼들이 돈다발을 숨기느라 급히 화장실 변기에 쑤셔 박아 저렇단다.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그 돈이 무려 3천만원이라는데, 문 주임이 조용히 발바닥에 묻혀 가라며 또 농담을 한다. “범죄자들이 우리 기수대를 제일 싫어하는 거 알아요? 사나워서 그래요... 하지만 우리는 범죄자들에게만 사납지, 국민들에게는 사랑받고 신뢰받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범인들 쫓아다니느라 가정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천직이라고 여기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몸부림치는 사람에게 결국 희망이 보이는 거예요. 우리 형사들,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 단단한 결의에 주눅 들어 멈칫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음악 들으실래요?” 하더니, 느긋하게 ‘에버 그린’ 음악을 틀어놓고 의자 깊숙이 몸을 묻으며 긴장된 마음을 풀어놓고 있다. 문 주임을 비롯한 기동수사대 형사들 모두 사철 푸른 나무처럼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변치 않는 파수꾼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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