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4 | [매체엿보기]
바보들은 항상 언론 탓만 한다?
박민 전북민언련 사무국장(2004-04-20 16:18:48)
탄핵 후폭풍이 야당과 수구언론에 일대 혼란을 불러 온 모양이다.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언론탄압이라 몰아붙이고, 이런 야당의 주장을 시시콜콜 실어주던 수구신문들이 오히려 언론 탓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해 6월, 한나라당 강성구 의원은 노무현정권이 지지율 하락을 언론 탓으로 돌린다며 "바보들은 항상 언론 탓만 한다"고 독설을 내 뿜었고, 수구신문들은 이를 비중 있게 다뤄준 바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적대적 언론을 구분해 불이익을 주려는 편협한 마음에서 벗어나 열린 언론관을 가져야 합리적 권언관계가 정착될 수 있다"(동아일보 2003.6.4)
"정부의 태도는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이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 왔던 모습과 다르다고 해서 '거울이 틀렸다. 거울을 깨버리겠다'고 벼르는 격이다"(조선일보 2003.8.6)
이런 그들이, 명백한 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두고서도 '언론탄압'이라며 '언론자유'의 신성성을 추앙하던 수구신문들이 야당의 언론을 향한 광분에는 아예 게거품을 물며 달려들고 있다.
193인의 의회쿠데타가 벌이진 이후, 국회의사당을 나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입가엔 숨기기 힘든 희열이 묻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희열의 순간은 너무도 짧았다. 곧이어 정국은 탄핵 후폭풍에 휩쓸리기 시작했고,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상한가 행진을 계속했다. 심지어는 한나라당의 전통적 텃밭이라는 영남지역에서조차 한나라당 후보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야당의 대응은 기껏 '편파방송시비'와 '여론조사 조작설'이었다. 이어 두 야당대표들의 기세 등등한 방송사 항의방문이 이뤄졌고, 고건 권한대행 관련 특집프로그램을 편성하라는 둥, 카메라 각도를 이리저리 하라는 둥 아예 편성책임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기도 한다. KBS를 '국영방송'이라 우기는가 하면, 예의 '수신료 분리징수'의 칼날을 꺼내들기도 한다. 선거를 코앞에 둔 상태에서 형평성시비가 일 것이 뻔한데도, 자당의 대표경선을 생중계 해달라고 생떼를 쓰기도 한다. 정말 웃기는 재주도 가지가지다.
하지만 정작 '언론자유'의 수호천사 조선일보 등은 오히려 방송에 대한 공격에 나선다.
<'탄핵 반대'로 꽉찬 공영 TV> <야 "폭설 방송은 대충하더니…"> <시민단체들 편파보도 공방>과 사설 <방송위원회는 TV도 보지 않는가> 사설 <TV를 이대로 둘 것인가> 등등...
심지어 조선일보 진성호 기자는 '조선데스크'에서 야당 대표들의 방송사 항의 방문을 두고 "불리한 기사가 나오면 기업 홍보실의 말단 직원이나 탤런트, 대학생도 언론사를 방문, 때로는 부탁하고, 때로는 항의하고, 때로는 반론보도를 요청하는 것이 비일비재한 세상"이라는 궤변을 펼치기까지 한다.
거대 야당의 대표들과 기업의 말단 직원이 동급이 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바보들은 항상 언론 탓만 한다"던 한나라당이나, '언론자유'의 수호천사를 자임하던 조선일보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