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4 | [문화가 정보]
<2004 전주 풍남제>
김회경(2004-04-20 16:14:18)
질펀한 놀이, 소박한 풍류가 넘실댄다
'가족중심 축제'로의 가능성을 다져가고 있는 전주 풍남제가 4월 30일~5월 5일까지 6일동안 경기전과 태조로 일대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지역을 대표하는 시민축제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전주 풍남제, 질펀한 놀이와 소박한 서민들의 풍류가 물씬한 향토축제로서의 면모는 이번 행사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된다.
'풍요로운 전주, 전통의 맛과 멋'을 주제로 한 제46회 전주풍남제는 '오감으로 즐기는 전통문화축제, 시민들의 화합으로 상생하는 대동축제, 행복이 넘치는 가족축제'를 모토로 시민들의 참여와 체험을 보다 풍성하게 담아낼 예정이다.
지난해 전주공설운동장 일대에서 경기전과 태조로로 행사장을 옮긴 전주 풍남제는 전통 음식과 문화공연을 축제 전면에 내세워 '가족중심 축제'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며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올해 역시 정연한 가족중심 축제의 틀을 유지하고 정연한 문화공연과 음식행사, 풍성한 민속놀이 행사가 다양하게 배치된다.
프로그램은 더불어사는 전주(공식행사)와 맛있는 전주(음식행사), 풍요로운 전주(풍물장터 행사), 멋있는 전주(공연 행사), 즐거운 전주(민속놀이 행사) 등 5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더불어 사는 전주는 전주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전야행사와 개막행사, 폐막행사로 이뤄진다. 전야행사는 대동길놀이로 채워지며 거리퍼레이드를 통해 전주시민들이 그동안 다져온 예술적 기량과 수준 높은 문화의식을 엿볼 수 있는 무대. 모두 2천여명이 참여하는 대동길놀이 행렬은 4월 30일 오후 6시 전주시청을 출발, 팔달로를 거쳐 전주교로 이어진다.
개막행사는 풍남문 앞에서 치러지며 교유제와 개막선언, 시민의장 시상식과 축하공연으로 구성된다. 폐막행사는 '함께 나누는 사랑으로 따뜻한 세상을'이라는 주제로 자선콘서트로 채워지며, 장애인과 불우 이웃들을 위한 기금마련도 함께 마련된다.
▷맛있는 전주(음식행사)는 전주의 대표 음식인 비빔밥을 새롭게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초대형 비빔밥 나눔이벤트를 확대, 모두 2004인분의 비빔밥이 만들어지며 비빔밥 유래에 얽힌 촌극이 준비돼 있어 먹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다. 또 기존의 비빔밥을 새로운 맛과 멋으로 해석한 퓨전비빔밥조리경진대회와 아름다운 비빔밥꾸미기 대회 등이 준비돼 있다. 비빔밥의 우수성을 알리는 비빔밥 전시관과 비빔밥 종류를 총 망라한 비빔밥 음식관에서는 비빔밥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전주 향토음식인 콩나물국밥과 한벽오모가리탕, 추천족발 등을 소개하는 향토진미음식관 등도 자리를 잡는다.
음식 있는 곳에 술이 빠질 수 없는 법. 한옥마을 문화시설이 풍남제 기간동안 특별프로그램을 마련, 풍남제를 지원한다. 제1회 대한민국전통술축제가 전주 전통술박물관에서 펼쳐지며, 대한민국 전통술의 명인과 명주 지정대회가 치러져 전통술의 멋과 맛을 함께 만끽할 수 있다. 전통문화센터에서는 전주맛장인경연대회가 열려 숨은 맛 장인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풍요로운 전주(풍물장터 행사)에서는 과거로의 여행이 펼쳐진다. 옛 장터의 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돼 가족 중심의 풍성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당나귀마차 짚풀공예, 생활공예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옛 장터 주막의 질펀한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진귀한 솜씨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태조로 일대.
▷멋있는 전주(공연행사)는 전주 사람들의 예술적 기량과 끼를 엿볼 수 있는 무대. 전주의 멋과 흥, 온고을의 풍류, 가족합창제, 은빛예술무대, 퓨전콘서트 등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전통과 현대의 다채로운 문화 향연을 즐길 수 있다. 또 전주 역사인물 퍼포먼스와 해학마당극 등이 공연 중간중간에 끼어들어 행사장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전주 경기전 주차장 특설무대.
▷즐거운 전주(민속행사)는 전주의 전통과 민속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모래판 위에서 펼쳐지는 풍남장사씨름대회를 비롯 지화자소리교실, 즐거운 민속, 가족과 친구와 함께하는 전주역사퀴즈왕, 옛날 의상체험 등이 꾸려진다. 흔히 볼 수 없는 전통혼례시연과 전통 놀이도 준비된다.
자세한 일정과 프로그램은 인터넷 홈페이지 www.jjpnj.com에서 볼 수 있다.
<표 1> 첨가
인터뷰>
"가족형 축제, 시민들이 만들어 가야 한다"
안상철 전주풍남제 총감독
1995년부터 풍남제 연구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 2001년과 2003년 총감독과 연출을 맡으며 풍남제와 남다른 인연을 맺어온 안상철 총감독. 지난해 8월에는 총감독과 사무국장을 겸하는 막중한 자리를 맡아 올해 행사의 윤곽을 그려냈다. 올해 풍남제의 기획방향과 특징, 그리고 풍남제의 미래 모습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었다.
▲행사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는가.
△무리없이 진행중이다. 지난 8월 상근으로 부임해 와 가을에 기본계획을 짰고, 예산도 일찍 통과돼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곧바로 현장 행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단기 스텝과 자원봉사자 모집, 행사 참여단체나 인사들의 섭외, 연출계획 등을 마무리해야 한다.
▲연구위원에서 총연출과 총감독, 그리고 상근 사무국장으로 부임하면서 그 역할이 막중해졌을 줄 안다. 조직에 대한 고민도 더 깊어졌을 것 같은데.
▲조직의 시스템을 먼저 정비하는 것이 중요했다. 기존의 기획팀은 행사기간동안 소극적인 지원에 머물러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풍남제의 기획과 연출의 자문역할을 해 온 연구위원을 원래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전환할 생각이다. 연구위원은 그야말로 지역의 문화예술과 축제, 장기적인 풍남제의 발전방향을 수립하는 본연의 기능을 갖도록 할 예정이다.
▲올해 행사의 특징이나 주안점이 있다면.
△난장이 없는 대신 음식축제를 강화했다는 점을 들 수 있고, 풍남제 문화공연의 90% 이상을 시민 아마추어 동아리가 채워간다는 점이다.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이들에게 무대 기회를 주고, 보는 이나 공연하는 이나 부담없이 즐겁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개막식은 경기전이 아닌, 풍남제에서 진행된다. 당초 풍남제가 풍남문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의미와 전통을 되살린다는 취지에서다.
▲올해 행사가 8일에서 6일로 줄어들고, 난장도 폐지됐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가.
△행사기간이 8일이다 보니 진행자들이 너무 지친다. 행사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차리리 과감히 행사 기간을 줄이고 보다 집중력 있고 철저하게 진행해 가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대신 단오제를 잘 살려 덕진공원에서 시민잔치를 벌이는데 인력과 예산을 분산할 계획이다. 전주 풍남제가 단오제에서 출발했고, 올해부터 단오제와 제야축제를 풍남제 기획팀에서 맡게 됐다. 난장을 폐지한 것은 지난해 난장 분리를 통해서도 고질적인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행사 인력이 난장에 쏟아붓는 에너지나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상인들의 압력이 일을 그르치게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여는 난장은 어쩔 수 없지만, 난장 자체를 풍남제에서 주관하거나 관여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경기전으로 행사장을 옮기고 긍부정적 평가가 팽팽히 엇갈렸지만, 풍남제를 노인들만의 행사가 아닌, 가족중심 축제로 자리잡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특히 문화행사가 내실있게 진행되고, 젊은 세대의 참여가 눈에 띄면서 풍남제가 한층 더 안정감을 찾은 것 같은데.
△공설운동장에서 진행할 때는 난장과 문화행사가 복잡하게 버무려져 있어 문화행사가 돋보이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 경기전으로 자리를 옮기고 문화행사와 난장을 분리함으로써 문화행사는 문화행사대로 돋보이고, 축제의 모양새가 좀 더 정연하게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사장이 비좁아 여전히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경기전이라는 유서 깊은 역사적 공간에 무대를 만들어 시끌벅적하게 했던터라 이래선 안 된다는 자체 반성이 있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대부분의 행사를 경기전 밖으로 빼고, 일부 민속놀이와 체험공간만을 배치했다. 날이 더워 주변에 그늘이 있어야 시민 참여가 가능한데, 경기전 이외에는 그럴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풍남제의 정체성을 깊이 고민했을 줄 안다. 풍남제가 앞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점은 무엇인가.
△풍남제가 지난해부터 가족중심 축제로 이동하고, 젊은층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상당히 힘을 얻었다.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겠지만, 요식적인 행사는 과감히 가지치기하고 몇 개의 행사 종목을 집중적으로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풍남제 뿐 아니라 지역 문화계가 나서 경험과 능력을 가진 재원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고용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풍남제는 구경만 하는 축제가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가고 참여하는 축제여야 한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끼여들어 내가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 김회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