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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4 | [문화저널]
<아날로그 편지쓰기>
.(2004-04-20 16:08:06)
한줌 햇빛에도 꽃으로 피어난 제자에게 미나에게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며칠전 너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나의 삶에서 영영 지워져 버렸을 일들이었을텐데.... 미안하다, 그동안 내가 미나 너를 잊고 살았었다는 이야기이다. 힘들게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 한다던 너의 떨리는 목소리가 나의 잊혀져 가던 기억의 끈을 나꿔채 주어 나는 너무 감격해 했단다. 이미 정해진 해외 출장때문에 너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어 며칠간 괴로운 마음으로 안절부절 못했는데 오늘 우편으로 보내온 청첩장과 동봉된 너의 두툼한 사연들을 읽고 너의 결혼식에 꼭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단다. 출장 계획을 취소하고 나니, 이제야 내 마음이 편안하구나. 지체장애를 가진 여학생의 학교생활은 철없는 아이들의 놀림과 따돌림이 아니더라도 엄청난 인내와 많은 눈물이 필요했을 거다. 더군다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온 가족이 시외곽 산허리 고갯길 식당집에 이사하여 살았으니 그 고통이야 오죽했으랴. 그래도 열심히 식당일을 하시며 재기를 꿈꾸시던 너의 부모님의 인자하고 성실한 모습이 떠오르는구나. 지금도 건강하시지? 겨울날 버스가 못가는 눈길을 성치 않은 다리로 절뚝거리며 귀가하다 산길에 쓰러졌던 날 밤, 날이 어두워져도 돌아오지 않는 딸을 걱정하며 마중나가 발견한 딸을 업고 온 사연이며, 다음날 아침 그 몸으로 학교에 가겠다고 떼쓰던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너의 부모님... 네가 이렇게 티없이 맑게 자란 것이 모두 너의 부모님의 정성이라 생각한다. 먼 산길 넘어 졸업 때까지 학교에 다니면서도 항상 웃으며 짜증스런 표정한번 보이지 않던 미나의 당당하던 모습에 모든 선생님들은 항상 칭찬을 하곤 했었단다. 담임은 아니었지만 너의 진학 문제로 인근학교를 찾아다니며 사정하고 안타까움에 마음 졸였던 일들, 목포로 이사 가게 됐을때 받아 주는 학교가 없어 이 친구 저 친구 사방팔방 부탁하러 다녔던 일들이 떠오르는구나. 다행히 모든일이 잘 이뤄졌고 주위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성장할 수 있었음은 따뜻하고 긍정적인 너의 밝은 성품과 너 스스로 달구어낸 극기의 신념이었을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버린, 더군다나 자신의 고통을 경험으로 소외되고 고통받는 장애우를 위한 삶을 살기위해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회복지사인 미나에게 한없는 찬사를 보내며 지난날의 작은 도움 하나가 이렇게 멋진 꽃을 피워 냈구나 하는 기쁨에 나는 너무 가슴 벅차단다. 미나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다. 진정한 사랑으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걸 축하한다. 오늘의 결혼이 있기까지의 어려움을 극복해낸 너희 두 사람의 용기와 사랑에 찬사를 보낸다. 결혼식 날 주례사는 나에게 보내온 두툼한 편지 속에 담겨진 그동안의 너의 삶의 이야기와 사랑을 이루기 위해 바위처럼 견고하게 너희를 가로막던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로 대신할 계획이다. 너무 기뻐 두눈이 붉어진다. 너를 위해 옛적에 도움을 주었던 다정한 친구 서성운씨의 고마움이 이제야 생각난다. 오늘 저녁은 친구와 함께 네 이야기와 걸쭉한 막걸리로 파티를 즐겨야겠다. 2004년 4월 5일을 기다리며 김영배선생님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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