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4.4 | [문화저널]
남형두의 저작권 길라잡이>
변호사 (2004-04-20 16:06:59)
He is still young 지난 호에 이어서, 제임스 딘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10여년전 제임스 딘 재단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측인 우리나라의 의류회사를 대리한 적이 있었다. 쌍방간의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는 중에, 협상차 제임스 딘 재단측을 방문하게 되었다. 미국 중부의 인디애나폴리스시에 있는 재단측 변호사사무실은 미국의 유명한 연예인과 스포츠선수들의 이름과 초상을 보호하는 것만을 업으로 하는 로펌이었다. 요즘의 신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사오십대 이상 성인들에게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게 하는 유명한 영화배우들의 초상화사진들이 벽에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다. 제임스 딘, 마릴린 몬로, 잉글릿드 버그만, 험프리 보가트, 베트 데이비스, 록 허드슨, 그리고 백인의 우상 베이브 루스...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유명스타라는 것 외에 모두 고인이라는 것이다. 그 변호사사무실은 유명스타 중에서도 고인이 된 스타들의 이름과 초상만을 보호하는 참으로 기이한 로펌이었다. 그런데, 흥미를 끄는 것은 약 200여명의 클라이언트(고인들이 고객이라니 참으로 재미있다) 중에서도 단연 제임스 딘이 로펌 수입의 거의 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영화 자이언트에 같이 출연하였고 생전에는 훨씬 더 인기가 좋았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상표적 가치에 있어서 제임스 딘에 비하여 형편없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지금도 살아서 늙고 뚱뚱한 기억이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쇄하고 있지만, 제임스는 지금도 젊기 때문이라고 한다(He is still young). 어느 누구도 늙은 제임스 딘을 그릴 수 없고 단지 젊고 반항적인 그 외로운 모습만을 추억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페어몬트라고 하는 제임스 딘의 생가가 있는 마을에 가 보았다. 인구 4천명 남짓인 이 마을은 제임스 딘 박물관만 3개가 있었고, 해마다 9월말에 있는 추모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구름같이 많은 인파가 지금도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25세에 요절한 스타에게 무슨 유물이 그렇게 많아 박물관이 3개씩이나 있을까 하는 궁금함에 들어가 보았더니, 제임스 딘이 사용하였던 만년필, 노트 등이 무슨 고려자기나 되는 양 유리진열장안에 진열되어 있었다. 칠십은 족히 되어 보이는 할머니 한분은 제임스 딘이 썼던 머그잔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고 있었다. 제임스 딘이 열 살 때 캘리포니아에서 생모가 죽자 아버지는 생모의 시신이 들어있는 관과 함께 제임스 딘을 기차화물칸에 태워 고향으로 보냈다고 한다. 어린 제임스 딘은 관 속에서 생모의 머리털을 잘라 그것을 베갯속에 넣고 살았으며, 제임스 딘의 반항적인 기질은 그때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설명 등... 머그잔 앞에서 반나절 씩 보내기로 치면, 일주일도 모자라는 관광코스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얼마전 우리나라 영화역사를 새롭게 쓴 영화 <실미도>의 부대 막사 세트장이 불법건축물이라고 철거해버린 지방자치단체가 있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헐리웃 영화가 유일하게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귀한 재산을 너무 쉽게 날려버리는 것은 참으로 아까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해 제작된 영화의 40%가 전주를 비롯한 전북지역에서 촬영되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명동 한복판에 있는 외국인을 위한 관광안내소에 가면 진열된 팜플릿 중 가장 많은 것이 '비무장지대-DMZ'이다. 외국인들이 찾는 우리나라의 관광지로 판문점이 아닌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 될 날을 손꼽아 기대해 본다.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