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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4 | [건강보감]
치료보다 예방이 먼저다
이용철 한의사(2004-04-20 16:03:43)
진료 하다보면 손발과 배가 찬 분들이 많이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대개 '비신양허(脾腎陽虛)'의 증상이다. 이들 중에는 눈에 좋다고 결명자차를, 살빠진다고 녹차를 장복하거나 또는 밀가루, 면종류의 음식을 즐기는 분들이 많다. 유행처럼 'O는 O에 좋다더라'는 '일반적인' 속설에 빠져서 자기 몸을 스스로 해친 결과이다. 그러나 사람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일반적일 뿐만이 아니라 동시에 특수하다. 결명자는 분명 눈을 맑게하는 작용이 있다. 그 성질이 비교적 차서 열로 인해 눈에 핏발이 서고 아프거나 침침해지는 경우에 효과가 있다. 그러나 몸이 찬 사람이나 저혈압인 사람, 또는 기력이 허한 사람이 장복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몸이 더 차가와지고 생리통, 요통이 더 심해지며 만성적인 소화불량, 설사등으로 고생하기가 쉽다. 그럼 녹차는? 녹차는 성질이 비교적 시원한 편이어서 수도하는 분들이나 공부하는 사람들같이 머리를 많이 써서 맑지 않은 경우에 좋다. 역시 몸이 차가운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차는 아니다. 물론 몸이 찬 사람이라 해도 일시적으로 머리가 맑지 않은 경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복하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장이 허하고 손발이 차가운 사람의 다이어트 음료로도 역시 적당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는 성질이 비교적 평(平)한 둥글레차나, 발효되어서 찬 성질이 비교적 없어진 보리차나, 가급적이면 따뜻한 물 또는 인삼차, 생강차 같은 따뜻한 음료를 마실 것을 권한다. 물론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녹차를 권하기도 한다. 몸이 안좋아져서 반드시 약을 써야할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약은 기껏해야 하루에 두 세번 먹는데 비해 물은 수시로 마시게 된다. 그러니 잘못된 지식에 근거한 일상적인 습관을 바로잡지 않으면 약도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가 쉽지 않으며 치료기간도 길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운동도 역시 그렇다. 언젠가 조깅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관절이 약하거나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에게는 무릎이나 허리 또는 심장에 부담이 많이 될 수도 있다.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싸우나 또는 찜질이 유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열이 많거나 기력이 허한 사람은, 찜질방에서 불상사를 당하기도 한다.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건강에 도움이 되고 단련이 되는 것이다. 예기치않은 사건이나 사고가 아니라면, 대개의 병은 평소 그 사람의 생활, 음식습관과 마음씀씀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평소에 적당한 운동을 하지 않고,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즐겨하며, 성질을 다스리지 않는 사람이 건강을 잃기는 무척 쉬운 일이다. 기름진 음식만 즐겨먹는 사람은 언젠가 풍열이 되기 쉬우며, 몸이 찬데도 밀가루(밀은 겨울과 봄에 찬바람을 맞고 자란다), 면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되고 손발이 차서 한의원에 오기가 쉽다. 너무 안으로 꾸욱 눌러참고 견디기만 하는 사람은 기울(氣鬱)이나 심하면 화병이 오기 쉽고, 화를 잘 내고 쉽게 흥분하는 사람은 당연히 중풍이나 심장병으로 되기쉽다. 그래서 나는 상담할 때 항상 운동과 먹는 것 등 일상생활과 마음의 성향을 물어보고, 그 사람에게 적당한 운동과 조심해야할 음식이나 음료수, 그리고 마음씀씀이 등에 대해서 나름대로 부족하나마 제안을 하고 치료를 시작한다. 약이나 침, 뜸 그리고 지압 등의 치료수단은 두 번째의 제안일 뿐이다. 사람들은 편하게 건강을 지키거나 병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이루기 어렵고, 이루더라도 금방 다시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치료보다 예방이 먼저고, 수동적인 치료보다는 능동적인 치료가 효과가 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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