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8 | [시사의 창]
시대를 역행하는 전라북도 여성정책 전달체계
김금옥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2003-04-07 10:55:23)
지난 6월 18일 173차 전라북도 임시의회는 전라북도 행정기구설치 조례 제4조 제2항 제1호 중 여성정책을 삭제 개정하는 안을 의결하여 여성정책 전담기구인 여성정책 담당관실을 복지여성국과 통폐합하여 여성복지과 내에 여성정책계로 축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전북지역의 여성계는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6월26일 본의회에서 수정·보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졌다.
도의회에 민원을 접수하고, 전라북도 부지사 면담, 기자회견, 개별의원 면담 등을 통해 김완자의원의 수정 동의안 발의로 재 안건 상정되었으나 17:14로 무산되었고, 7월13일 조례공포로 확정되었다.
1995년 북경세계여성대회 이후 국제사회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 협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조인한 우리나라는 헌법에 기초하여 모든 영역에서 남녀평등과 여성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위 협약의 이행 의무를 부과한 '여성발전 기본법'을 제정하였다.
이에 여성발전 기본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책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여성정책 전담기구 설치는 가장 먼저 추진되어야 할 기본 요건이 되었다.
전라북도는 가정복지국을 복지여성국으로 확대·개편하여 여성관련 업무를 주요하게 설정하였으며, 타 시도보다 먼저 여성정책 전담 부서를 신설하여 자치 단체장의 여성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 이는 여성복지 사업의 대상을 요 보호 여성에서 일반여성까지 확대해 나갈 실질적인 지역 여성정책 발전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제기된 정책을 담당하기 위해 신설된 기구의 중요성에 맞게 인력과 예산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초기 이에 대한 지원의 취약함으로 인해 연구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점과 집행기능의 미약함이 지적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지적은 비단 전라북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부처의 여성정책전담기구의 문제점이기도 했다. 21세기정보와 지식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을 뿐 아니라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에 따라 여성정책이 중요한 국가정책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그러나 정책조정기능의 형식화, 정책수행 조직역량의 부족,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부족, 차별구제기능 미약 등으로 정부의 여성정책전담기구의 기능이 새롭게 조정되어야 함이 제기되었다. 이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 국제협약의 비준국으로써 실질적인 협약이행을 통해 양성평등 과제를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제사회의 요구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우리정부는 여성부를 신설하여 여성발전을 위한 노력이 국가 경쟁력을 높여내는 주요한 관건이며 세계사적 흐름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양성이 평등한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가장 본질적인 삶과 인간의 문제인 여성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리고 여성부 업무를 추진해 나가기 위해 정부부처들과 여성단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조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사업계획에 수립하고 지방자치 단체의 여성정책 업무 전담 부서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7월 말경에 각 자치단체에 전달예정인 표준안은 현재까지 광역단위의 자치단체에는 자체적으로 여성정책국을 설치하기 어려워 다른 업무와 중복해야 할 경우는 꼭 여성이라는 명칭을 넣고(예; 복지여성국,환경여성국등) 여성정책과를 설치하여 정책기획, 능력개발계, 차별개선계를 두는 안을 마련하고 있다.
여성정책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한 정책으로 배타적인 정책영역이 아니므로 경제, 교육, 환경, 노동 등 다양한 지역정책 담당 부서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때 그 실효성을 높여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연계가 고려되지 않는 경우 업무수행의 장애가 되기도 하므로 관련 부서의 여성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미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중앙정부, 타 자치단체, 여성단체와의 연대를 강화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성부의 업무전달체계를 갖추고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때에 전라북도가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의결한 여성정책 담당 기구의 축소 통합은 시대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자치단체장의 여성정책에 대한 의지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