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4 | [문화계 핫이슈]
<전주국제영화제> 열흘 간의 아주 특별한 영화체험
문화저널(2004-04-20 15:22:08)
떠나라! 낯선 영화 속으로
제 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 23일부터 5월 2일까지 열흘 간 전북대 삼성문화회관과 고사동
영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번 영화제는 지금까지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주국제영화제가 지향해 온 디지털과 독립영화에 대한 지지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
만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였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영화와 제 3세계 영화에 대한 관심. 한국영화가
2001년부터 작년까지 시네마스케이프 섹션에 포함되었던데 비해, 올해부터는 ‘한국영화’라는
독립된 섹션을 신설해 상영한다. 경쟁부분인 아시아 독립영화포럼은 ‘인디비전’이라는
새로운 섹션으로 재 탄생하면서 그 범주를 전 세계로 열어 다양한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진취적인 저예산, 독립영화들에 주목한다. 그들이 펼치는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을 확인하고
아울러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다른 영화제와의 차별성을 더욱 부각하겠다는 의도다.
‘영화보다 낯선’과 ‘특별전’은 올해 신설된 섹션. ‘영화보다 낯선’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특별한 영화보기를 체험케 한다. 그동안 대안영화에 주목해 온 전주국제영화제가 야심차게
준비했다. ‘특별전’은 그 첫 번째 순서로 라틴아메리카의 영화강국 쿠바를 준비해 ‘혁명영
화’라는 생소한 장르를 보여준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다른 영화제와 차별되는 것 중 하나는 단순한 영화의 상영뿐만 아니라 영
화의 제작과 교육에도 관심을 갖는다는 점. 올해 ‘필름메이커스 포럼’에서는 우리나라의
정일성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3명의 촬영감독을 초청해 이들에게 직접 이야기 듣
는 시간을 갖는다. 한국과 일본의 영화교류를 위해 추진하는 ‘한?일 학생 워크숍’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이밖에 ‘어린이 영화궁전’에서 ‘영화궁전’으로 이름을 바꾸며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
화를 대거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낯선 만큼 아주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전주국제영화제. 그 상상의 세계로 영화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개막작 - 몇 개의 인물로 나뉘어진 한 존재의 모놀로그 <가능한 변화들>
인간 구원의 길을 탐색한다
제 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에는 변화되지 않는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두
개로 나뉘어진 듯 보이는 한 인물의 행적을 무덤덤히 바라보게 하는 민병국 감독의 첫 장
편영화 <가능한 변화들>이 선정되었다.
감독은 냉혹한 관찰자고 인물들에게 따뜻한 연민의 정을 가진 시각도 아닌 그만의 리얼리즘
을 통해 문호와 종규, 윤정과 수현 네 명의 등장 인물이 벌이는 초라한 위선의 행위를 무
덤덤하게 그린다.
“현실은 비 현실이고 꿈이 곧 현실이고, 사는 건 너무 힘들기도 하고 쉽기도 하고, 사랑은
소중하기도 하고 별거 아니기도 하고, 종교는 무겁기도 하고 새털처럼 가볍기도 하다. 우
리는 그 속에서 욕망처럼 부대끼고 힘들어하고, 또 치열하게 살아간다. 우리 삶이 갖는 모
호함과 그 근원적 고통의 의미,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종교적 구원의 가능
성에 대해서 이 영화는 묻고 있다”는 것이 연출의 변이다.
이 영화는 결혼과 불륜, 불법과 합법, 도덕과 부도덕, 쾌락과 불쾌, 삶과 죽음으로 딱히 경계
지어지지 않는 우리 삶의 모호함을 통해 수억 년 동안 거대하고 정교하게 진행된 삶의 법칙
속에서 인간이 뛰어넘을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폐막작 - 순수 예술의 이상향에 대한 메시지 <노벰버>
정치와 자본 논리에 종속되어 가는 예술에 대한 경고
폐막작에는 스페인의 젊은 감독 아케로 마냐스의 <노벰버>가 선정됐다. <노벰버>는 자유,
독립, 소통을 슬로건으로 젊은 신인감독들의 도전적인 실험을 응원해온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신과 닮은 힘있는 영화.
<노벰머>라는 자유극단을 창시하여 절대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순수한 예술의 이상향을
꿈꾸었던 알프레드에 대한 추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정치와 자본 논리에 좌지
우지되어 가는 오늘날의 예술 전반에 대한 경고이며, 가장 자유스러운 예술의 이상향에 대
한 메시지. 하지만 이 같이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갖는 축제성과 즐거움을 잃
지 않는다.
<노벰버>의 감독 아케로 마냐스는 제기 발랄한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2000년 장편 데뷔작
<엘보라>로 유럽영화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파스빈더 다스커버리상 등 많은 국제 영화제
에서 수상하며 21세기 최고의 스페인 신예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
인 <노벰버> 역시 영화가 갖고 있는 다양한 실험과 도전정신이 가득한 작품이다.
메인프로그램
독립영화의 정신을 이어간다
인디비전
아시아의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아시아의 현실과 영화를 ‘인디비젼’은 올해부터 전 세
계로 영역을 넓힌다. 자본과 맞서고, 주류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독립영화 만들기는 이제
더 이상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판단 때문. 다섯 해를 계기로 프로그램의
과감한 변신을 꽤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인디비전은 지역이나 장르의구별 없이 독립영화
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6편의 도전적인 영화들을 소개한다. 주류 영화와
달리 독립영화가 안고 있는 여러 한계가 오히려 소재와 형식의 자유로움을 통해 더 많은
영화의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온 작은 영화 <기프트>, 이란의 현실
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두 생각 사이의 침묵>,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고독한 전쟁>등이 상영된다.
디지털의 실험은 계속된다
디지털 스펙트럼
전주국제영화제의 디지털에 대한 지지는 계속된다. 디지털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매체이지
는 않지만 여전히 고유한 형식과 영역에 대한 실험과 고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디지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화의 세상, 디지털로 이야기할 때 공감이 가는 영화의 이야기들이 계
속 발견되고 있다. 올해 디지털스펙트럼은 이 같이 영화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다양한
디지털영화 14편을 상영한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모큐멘터리
에 디지털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차단속원, 그랜트파커>
나 <커다란 두리안>, 이제 디지털의 다양한 실험들이 단순한 형식적인 실험을 넘어서 자신
만의 고유 언어를 확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성적 종속>등은 디지털영화만의 재미와
실험을 맛볼 수 있게 한다.
뉴미디어시대 또 하나의 매체, 모바일
디지털 모바일 스페셜
몇 년 전부터 모바일 컨텐츠로써의 영화와 각종 영상물들이 본격적으로 제작되고 있다. 모
바일만을 위한 영화와 영상물이 존재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모바
일에 맞는 영화와 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한 노력들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전주국제영
화제는 디지털 영화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최근 모바일 개봉 중인 영화 <이공>을 ‘디지
털 모바일 스페셜’섹션을 통해 선보인다.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뉴 미디어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든 공존할 모바일 영화에 대한 하나의 실험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이공
>외에 김의석 감독의 <섰다>, 김소영 감독의 <질주 환상>, 오병철 감독의 <순수>
등이 상영된다.
섹션 2004
거장의 치밀함과 젊은 감독의 날카로움이 함께 한다
시네마 스케이프
‘시네마 스케이프’는 2003년부터 현재까지 만들어진 영화들 중에서 관객들이 기다리던 거장
들의 신작을 포함해 그리 알려지지 않은 젊은 감독들의 주목할 만한 작품을 소개한다. 여
전히 우리를 놀라게 하는 늙은 거장들의 과감하고도 치밀한 내러티브에 대한 도전, 그리고
인간의 욕망 혹은 사회, 정치적 부조리를 날카롭게 꿰뚫는 젊은 감독들의 시선과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복원된, 2차 세계대전 이후 10여 년 간 제작된 네덜란드 시네포엠 다
큐멘터리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기쁨도 녹록치 않다. 아볼파지 자릴리 감독의 <아브
쟈드>를 비롯해 콩스탕드 멘짜스 감독의 <야망>, 짐 자무쉬 감독의 <커피와 담배>,
마크 아흐바 감독의 <자본 권력> 등이 상영된다.
거장들에게 이미지를 배운다
필름페이커스 포럼 : 촬영감독 마스터클래스
영화를 제작하는 구성원들의 경험적이고 미학적인 담론을 중심으로 대화와 토론을 하는
마당. 전주 국제영화제가 지난해 ‘감독편’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마련한 섹션이다. 올
해는 세 명의 촬영감독을 초대해, 이미지를 포착하고 만들어내는 작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실천과정에 대한 그들의 각기 다른 방법론과 고민을 듣는다.
△슬라보미르 이지악 폴란드의 저명한 촬영감독이다. 빛에 대한 섬세한 감각으로 아름
다운 화면을 만들어 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케에슬롭스키의 <십계>중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을 촬영해 그의 영화세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삼색 시리즈 중 <블루
>에서는 촬영과 더불어 공동으로 각본을 쓰기도 했다. 최근에는 헐리우드에서 <카타카
>와 <블랙호크 다운>을 촬영했다. 이번 마스터클래스에서는 그의 대표작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키에슬롭스키, 1998), <세가지 색 : 블루> (키에슬롭스키, 1993),
<블랙호크다운> (리들리 스콧, 2001)을 상영하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카롤린느 샹페띠에 프랑스의 여자 촬영감독으로 샹탈 아케만, 자끄 리베트, 자끄 드와
이용, 필립 가렐, 앙드레 테니세 등 프랑스의 유명 감독들과 함께 작업해 오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장 뤽 고다르와의 작업에서 그의 독특한 이미지에 대한 탐구를
카메라로 실현시킨 촬영감독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마스터클래스에서는 대표작 <H-
스토리> (스와 노브히로, 2000), <오! 슬프도다> (장 뤽 고다르, 1993), <더 이상 기
타 소리를 들을 수 없어> (필립 가렐, 1990), <반사 혹은…> (카롤린느 샹페띠에, 1990
), <밀물과 썰물> (카롤린느 샹페띠에, 1998)을 상영한다.
△정일성 1929년 동경에서 출생해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정인엽의 <출격명령>
으로 영화와의 인연을 맺었다. 김학성 촬영감독 아래에서 일하던 그는 1957년 약관 2
6세에 <가거라 슬픔이여> 촬영감독으로 데뷔, 1960년대 김기영 감독으로부터 80년대
의 하길종, 유현목 감독을 거쳐 현재는 임권택 감독의 작품 세계를 카메라에 실어내
고 있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는 그가 촬영했던 대표작 <사람의 아들> (유현목, 1980), <만다라
> (임권택, 1981), <황진이> (배창호, 1986), 춘향던 (임권택, 1999)을 상영하고 한국
영화의 독특한 실험적 성취와 이미지의 정서를 직접 듣는다.
장편과는 또 다른 미학의 발견
한국단편의 선택 : 비평가 주간
장편영화를 만들기 전에 거쳐야 할 실습단계로서 만들어지는 영화학교의 작품, 현실적으로
제작 가능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작품, 혹은 장편영화를 만들 기회를 갖기 위한 포트폴
리오로서 만들어지는 작품이 대부분인 단편영화. 하지만 단편영화는 장편영화와는 차별되
는 구조의 미학을 만들어 낸다. ‘한국단편의 선택 : 비평가 주간’에서 다섯 명의 젊은 비
평가들은 새로운 영화적 묘사와 시간성을 창조하는 단편영화들을 발견한다. 홍준규 감독의 <
The Closed>, 윤성호 감독의 <산만한 제국>, 이하 감독의 <1호선>, 강원석 감독
의 <동행>, 조아람 감독의 <야곱의 사다리> 등 총 17편의 단편영화가 상영된다.
일본 독립 영화의 뿌리를 만나다
ATG 회고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일본 독립영화의 뿌리 ATG(Art Theater Guild)를 회고한다.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기획과 저변관객 확대를 통해 일본 독립 영화 문화 확립에
기여한 ATG 영화 특집은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잇는 한국의 현실에 많은 도움
이 된다. 쉽게 필름으로 접하기 힘든 오시마 나기사의 <닌자 무예장>, 테라야마 슈지의
<전원에 죽다>, 요시다 기쥬의 <에로스 플러스 학살>, 이시이 소고의 <역분사가족>등 총
11편의 작품이 초대되었다.
‘그 무엇’으로서의 영화를 찾는 여정
한국영화 : 충돌과 지속
피상적이지만 ‘그 무엇’에 독자적이고 구체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감독의 작품을 소개
한다.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상품으로서의 영화와 제한적 여건 속에서 독립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려는 사람들이 꿈꾸는 ‘그 무엇’으로서의 영화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 ‘한국영화 :
충돌과 지속’은 이같이 지속되는 주류적 모순논리에 타협하지 않고 충돌하는 영화적 정신
에 주목한다. 채기의 <빛나는 거짓>, 김권식의 <화집> 등 이 상영된다.
쿠바영화의 모든 것
쿠바영화 특별전
세계 각 나라 영화 ‘특별전’이 올해부터 새롭게 선보인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쿠바영화. 쿠
바는 한때 연 150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하며 혁명영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낸 라틴
아메리카 최대의 영화 제작국. 이번 ‘쿠바영화 특별전’에서는 토마스 알레라, 움베러코 솔라
스 등 책으로만 접하던 역사적인 감독들의 영화를 소개한다. 서구에 처음 쿠바영화를 알
린 계기가 된 <소이 쿠바>, 토마스 알레라의 대표작 <저개발의 기억>, 대표적인 여성영
화 <테레사의 초상>에서부터 후안 카를로스 크레마타의 <나다>까지 다큐멘터리와 단편에
이르는 총 17편의 대표적 쿠바영화들이 소개된다.
영화음악의 또 다른 힘을 체험한다
전주 - 소니마주
작년에 이어 두 편의 무성영화가 프리뮤직과 만나 영화보기의 새로움을 보여준다. 악보가
없는 즉흥연주를 통해 영화의 이미지, 내러티브와 관계된 우리의 관습적 상상력을 전복한다.
사회적 리얼리즘과 인물의 정서적 에너지를 미묘하게 결합시켜 판타스틱 리얼리즘이라는
독특한 표현 세계를 개척했던 게오르그 빌헬름 파브스트의 <방황하는 여자의 일기>와 19
20년대 아방가르드의 선두주자였던 제르만 뒬락의 <미소짓는 마담 브데>, <조개와 성직
자>가 상영된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
영화궁전
올해부터 ‘어린이 영화궁전’이 ‘영화궁전’으로 그 이름을 바꾼다. 이름을 ‘영화궁전’으로 바꾸
면서 영화 편수와 함께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대폭 확대했다. 해리포터 이후
또 다른 마술사에 관한 이야기 <마녀비비>, 이탈리아와 일본의 가족 애니메이션 <오뽀
뽀모즈>와 <도쿄 갓 파더>등을 상영한다.
밤을 세워 즐겨라
전주 - 불면의 밤
올해 불면의 밤은 밤의 언어가 지닌 은폐와 폭로라는 양면성에 어울리는 작품들을 모아 허
위적 일상성으로부터 일탈하는 시간을 갖는다. 컬트, 몽환, 금기라는 이름으로 전개될 세
차례의 심야상영은 인간의 잠재적 공포와 성적 에너지에서 일어나는 몽환적 폭력의 세계를
다루는 영화들과 사회적 모랄의 이름으로 금기시된 영역을 폭로하거나 방문케 하는 영화
들, 성적 에너지와 폭력성이 독특한 장치를 매개로 분출되는 막셀리의 퍼포먼스 등이
준비되었다. 로비 하디 감독의 <위커맨>, 얀 슈반크마이에르 감독의 <파우스트>, 스
탠 브래키지 감독의 <자신의 두 눈으로 본다는 행위> 등 총 10편이 상영된다.
야외에서 보는 영화의 재미
야외상영 : 한국영화축제
야외공간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올해 ‘야외상영’에서는 다양한 8편의 한국영화를 준비했다. 이수인 감독의 <
고독이 몸부릴칠 때>, 배형준 감독의 <그녀를 믿지 마세요>, 민병천 감독의 <내츄럴시티>
,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 등이 상영된다.
필름 앤 디지랩
영화의 불가해한 영역에 대한 탐구
영화보다 낯선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파괴한다. 영화는 답습되어지는 이야기 재생산 구조와 표현의
수단들 속에서도 정의되어지지 않고 나누어지지 않는 불가해한 영역을 남기고 있고 그것은
우리에게 낯설음의 미학을 안겨준다. ‘영화보다 낯선’은 이런 불변하는 이야기의 내용들,
변화하는 이야기의 구조들 속에서 바라봄의 틀이 변형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영국 아방가르드 필름의 초창기 개척자인 마가렛 타이의 <대지의 시인>, 현대 르네상스 인
간의 유머와 엄격함을 이질적인 작품의 형태로 보여주는 마이클 스노우의 <파장>, 여성
성의 재현을 진일보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리즈 로즈의 <빛의 해독> 등이 초대된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
디지털 삼인삼색
전주국제영화제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된 ‘디지털 프로그램’. 올해는 한국의 봉준
호, 중국의 유릭와이, 일본의 이시이 고 감독이 디지털 영역에 대한 실험을 이어 받았다.
이들은 각기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픽션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그들만의 리
얼리즘을 보여준다. 유릭와이 감독은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를, 봉준호 감독은 <인플루
엔자>를, 이시이 소고 감독은 <경심>을 제작했다.
낯익은 것들과 낯선 것들 사이
지프마인드 2004
올해 지프마인드는 ‘노스텔지어 전주’와 ‘Virtually Swiss : Swiss Media Art Today’가 동시
에 전시된다. ‘노스텔지어 전주’는 아득한 시적 은유를 불러일으키는 미학적 감성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 김창겸의 <사루비아 다방>, 정영훈의 <꽃> 등이 전시된다. 스위스 매
체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지는 ‘Virtually Swiss : Swiss Media Art Today’에서는 마
르크리의 <Loogie.net TV>, 브리지트 캠커의 <Sphinx edited Machine>등이 전시되어 관
객들로 하여금 가상적인 시각과 공간 사이를 자유로이 탐험하는 방랑자로서의 경험을 제공한다.
스페셜 크리닝
일본독립영화의 전모를 알린다
일본독립영화의 현재
ATG회고전과 함께 일본 독립 영화의 역사를 재조명하고자 기획된 특별 프로그램. ATG이
후 일본 독립 영화의 현재를 소개하는 5개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다. 일본의 독립영화제작,
배급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5개의 영화단체가 선정한 16편의 영화는 현재 일본
독립영화의 전모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하마다 코스케의 <돌아오지 않는 사랑>, 야마다 마사후미의 <심연 속 외침의 기록>, 야마
모토 히로시의 <하울링 카페>등이 상영된다.
Interview 정수완?김은희 프로그래머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하지만 여전히 영화인 영화에 주목하라
제 4회 전주국제영화제부터 일했던 정수완 김은희 프로그래머. 두 번째로 전주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래머 역할을 맡은 두 사람을 만나보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달려들었던 작년과는 달리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올해는 작업하기가 훨씬 수월했지만 알면서 했기 때문에 망설여졌
던 부분도 많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빡빡한 일정으로 피곤해 보였지만 전주영화제에 갖
는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남달랐다.
▲ 전주국제영화제가 어느 덧 5회 째를 맞았다. 올해 영화제의 특징이 있다면
△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작년에 이어 ‘자유?독립?소통’이다. 올해의 프로그램은 ‘자유?
독립?소통’이 그 어느 해보다 일관되고 강렬하게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
그램에 있어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세계 다양한 나라의 독립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보다 많은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
는 영화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경쟁부문인 ‘인디비전’은 기존 아시아 독립영화에서 전 세계의 영화로 그 영역을 확대했다.
더 다양한 영화들이 출품해 서로 자극하고 이를 통해 독립영화제작의 촉매제가 되는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특별전 - 쿠바영화전’도 영화적 지평을 보
다 넓히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어린이 영화궁전’은 ‘영화궁전’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들을
많이 선정했고 한국영화도 따로 섹션을 만들었다.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섹션이 있다면
△올해 처음 선보이는 ‘영화보다 낯선’이다. ‘영화보다 낯선’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영화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영화들이지만 여전히 ‘영화인 영화’들을 묶어놓은 섹션이다. 한마디로 ‘
깜짝깜짝 놀라는 영화’들이다. 지금까지 내러티브 중심의 영화에 길들여져 있는 관객들에게
이미지와 빛, 소리가 중심이 되는 영화는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대안영화와 독립영화를 강조하면서도 자꾸만 이런 정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신설한 섹션이다. 시대적 흐름으로부터 앞서가는 영화들이지만
이런 영화들도 곧 일반화 될 것이다. 앞으로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적인 섹션이 되었으면
좋겠다.
▲해마다 ‘대중성과의 괴리’문제가 제기되어왔다. 전주에서 진행되는 큰 축제로서 보다 많은
시민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몇몇 영화 마니아들 만의 잔치에 머무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
이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와 실험영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이 작업은 어렵기도 하다. 올해 영화제의 영화궁전이나 야외상영작 같은 경우는 좀더 많은
관객들이 영화제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주영화제
는 탄생 자체가 대안영화와 독립영화를 주목하며 생겨난 것이다. 전 관객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만 상영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전주국제영화제는 관객이 다소 낯설어 보이는 영화에 대해 시선과 관심을 갖고
재미를 느끼게 하는데 그 근본적인 존재의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절대 한번에 되진 않
겠지만 앞으로 꾸준히 진행할수록 관객들이 이런 영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게다가 전주국제영화제는 관객유치면에서도 나름대로 매우 성공하고 있는 영화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무엇보다 전주국제 영화제가 관객들의 영화 보는 안목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
다. 또 어렵게 독립영화나 대안영화 만드시는 분들에게 등용문 역할을 해줌으로써 이들이
영화 작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는 결국 좋은 한국영화 생산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은희?정수완 프로그래머는…
김?정 프로그래머는 각각 동국대 연극영화과와 이화여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파리와
일본에서 영화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안목을 길러온 1963년 생 동갑내기 젊은 영화인들
이다.
김 프로그래머는 파리에서 영화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단편영화 <휴일>과 <평생성> 등을
연출했으며 영화아카데미와 동국대에서 시나리오를 강의하고 있다.
정 프로그래머는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문학연구와 영화를 전공하고 서울영화제 일본영화
코디네이터와 제 35호 대종상 예심심사위원,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심사위원 및 정책
연구실 객원 연구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영화통’이다.
정 프로그래머가 제 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일본 영화코디네이터로 활동했던 이력을 제외
하면 두 사람모두 민병록 집행위원장과의 친분으로 전주영화제와 인연을 맺게 됐다.
하지만 전주영화제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도 남다르다. 작년 영화제때의 경험을 바탕
으로 관객에게 좀더 다양한 영화를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해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떤
곳이라도 마다 않고 쫓아 다녔다.
이들은 요즘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영화제 홍보에 여념이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04 전주국제영화제>
“5회라는 엄격한 잣대, 영화제 네임 벨류 높여야 한다”
이승환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 사무국장
전주 영생고를 졸업하고 줄곧 서울에서 생활해 온 이승환 사무국장은 ‘어른’이 되어 만난 전주가 다소
낯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낯설음’이란 것은 지역축제에 어른으로서 책임을 안게 된 부담이나 자기
위치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었다고.
전주국제영화제를 한달여 앞둔 시점, 부임하고 첫 행사를 치르게 될 이 사무국장에게는 그 설레임과 기
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사무국 업무를 총괄하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아 첫 행사를 꾸리게 될 이
사무국장을 만나 올해 전주영화제 방향과 운영 상황 등을 들었다.
▲사무국장으로 자리를 잡은 지 9개월 째를 맞고 있는데, 부임 당시에 가졌던 자기 역할에 대한
고민과 지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장으로 부임하면서 우선은 반갑고 기뻤다. 영화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겐 현장
에서 다양한 노하우와 실무 경험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무척 소중하다. 누구나 다 꿈꾸는 일이고 강
단에서 벗어나 현장을 뛸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데 기대가 많았다. 그런데 현실과 부딪치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모두 영화제의 발전을 위한 제안이겠지만, 여기저기에서 요구가 많다. 이것을
어떻게 수용하고 조율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사무국장의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
▲사무국장이라는 자리가 어찌 보면 행정과 조직관리라는 가장 까다로운 일의 최일선에 서는 일이
라 생각보다 궂은일이 많을 거라 짐작한다.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가.
△우선 사무국 내 팀 간 호흡이 잘 맞아 무척 다행이다. 관 주도의 영화제여서 한계가 없지 않지만, 전
주시 문화행정은 비교적 열려 있기 때문에 행정팀과의 마찰이 심각하지는 않다. 하지만 순발력과 뚝
심이 필요한 자리라는 실감은 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 조직이 갖고 있는 논리와 입장에 따라 현명하게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영화제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부임하고 첫 번째 행사를 치르게 되는데, 심정이 어떤가.
△들뜨고 흥분된다. 개인적으로는 5회 행사에서 합류를 했기 때문에 더더욱 긴장될 수밖에 없다. 1, 2회
는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실수가 있더라도 넉넉한 시선으로 봐주지만, 회를 거듭하면서는 지역사회나
영화 마니아들이 보다 엄격한 잣대를 통해 영화제를 평가하고 바라보려 하는 것 같다. 이 시점에
사무국장 자리를 맡아 행사를 치른다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공적인 역할
에 대한 부담도 크다. 무사히 좋은 평가 속에 치러지길 바란다.
▲지난해와 같이 10억 예산이 책정됐는데, 조금 성급한 주문일지 모르겠지만, 영화제가 자생력을
기르고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자체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그렇다. 무엇보다 협찬 구하는 일에 적극성을 띨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 내부에서 부단히 노
력했는데, 생각보다 성과가 좋지 않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권위와 위상을 높이고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자각이 컸다. 그러나 수익구조 확보에 너무 무게를 갖게 되면
일정한 정체성 훼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런 딜레마를 현명하게 헤쳐나가야 한다.
▲전주영화제만의 힘과 가능성은 어디에 있고, 고민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디지털과 대안이라는 주제를 잘 잡은 것 같다. 남미나 스웨덴 등등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자신들이 만든 독립영화를 상영해 달라며 ‘로비’가 들어온다. 서서히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 영화제 시작부터 대중성에 대한 주문이 늘 있어왔지만, 즐거운 것만이 축제는 아니라고 본다
. 물론 대중성 확보를 위해 전주영화제가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거기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북이나 전주가 영상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전주영화제가 무언가 기여
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제와 정보영상진흥원, 영상위원회 등 전주의 하드웨어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투자만큼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영화제가 함께 고민해 나갔으면 한다. / 김회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