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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4 | [문화저널]
취재현장에서
문화저널(2004-04-20 15:09:37)
박제(剝製)화 되가는 것들 아직 우리 주위엔 크고 작은 많은 장들이 서고 있다. 더러는 아직도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 추고 있는 장도 있고, 또 더러는 옛 영화의 흔적만을 간신히 기억하고 있는 장도 있다. 하 지만 시끌벅적, 사람들 부대끼며 살아가는 냄새 가득한 장날은 이제 먼 추억이 되어간다. 대신 넓고 깨끗한 매장에 값싼 물건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대형‘마트’들이 소규모의 읍면 소재지까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일년 사시사철 ‘파격적인 할인’과 편리함으로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 장터가 갖고 있던 많은 것들이 사람들의 추억너머 로 사라져가고 있고, 또 어떤 것들은 박물관에 박제화 되어가고 있다. 몇몇 지차제들이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낡은 시장건물을 정비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까지는 별무신통한 것이 사실이다. 아직 꽤 큰 규모를 갖추고 있는 순창장. 장이 서고 있는 변두리엔 30년 간 한자리를 지켜온 대장간이 있었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섯 곳이나 있던 대장간들이 다 사라지고 이곳만 남았다고 한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관심 어린 눈길과는 달리 정작 대장장이의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도 며칠만에 불 오른 화덕에 쇠를 달구는 대장장이의 얼굴엔 땀방울이 역 력하지만, 그곳 대장간의 화덕에 불이 오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 한 신작로가 대장간을 관통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에는 충북 음성에 있는 박물관에서 대장간의 물건들을 팔아달라는 연락도 왔다고 한다. 일제시대 때 일본에서 건너 왔다는 머릿돌이며 머릿대들을 바라보는 늙은 대장장이의 눈길 이 애처롭지만 가끔 박물관 행사가 있는 날이면 쇠 다루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박물관의 말에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쇠 다루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살아온 대장장이의 매질 소리, 첫 차 타고 직접 가꾼 깨며 콩을 머리에 이고 나와 손주들 사줄 신발값 버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이제 얼마나 더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라지는 것들이 더 아쉬운지도 모른다. <취재 현장에서> 관립예술단의 형식적 운영과 군산시향의 성장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봄의 제전'은 초연 당시 파란을 일으킨 작품이다. 파격적이고 과격한 리듬을 사용함으로써 작곡자의 실험정신은 당대 청중들의 음악적 감수성으로는 수긍하기 힘든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스트라빈스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좀처럼 지역 연주단체를 통해서는 듣지 못했던 스트라빈스키의 이 작품을 군산시립교향악단이 지난 3월 의욕적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간신히 명맥만 유지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돼 왔던 관립 교향악단이 연주하기 까다롭기로 소문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연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군산시향의 성장 가능성은 지난해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아베마리아'로 잘 알려진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와의 협연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와 호흡을 맞추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주를 선보인 연주자들과 신현길 상임지휘자는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상임연주자가 60%에 불과하고, 수당과 처우마저 열악한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 군산시향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전북지역 대다수의 관립예술단 운영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거나 문화예술이 지닌 상품가치에 대한 자치단체의 이해부족으로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군산시향은 "연주자들이 프로로서 자긍심을 갖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털어놓는다.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마인드 전환과 기본적인 환경 조성을 아쉬워하는 이야기다. 관립예술단이 지역의 자랑이 되고, 전국적으로 명성과 수익을 창출해내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인식해 달라는 주문. 전국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높은 개런티에 국내외 공연을 갖고 있는 부천시향은 그 좋은 예다. 관립예술단은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의 기대와 투자만큼 성장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군산시향이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로 더 높이 도약했으면 좋겠다. / 김회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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