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3 | [클릭! 사이버월드]
급증하는 이혼율, 어떻게 볼 것인가
문화저널(2004-04-20 14:33:43)
여성 선언! 이혼은 결혼의 끝일뿐, 인생의 끝은 아니다
이혼율 세계 3위.
급증하는 이혼율로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참고 희생하는' 부부관계는 흘러간 옛 노래가 되어버린 게 아니냐며 혀를 차기도 하고,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통적인 가족관계나 가치관에 일정한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사이버난타는 급증하는 이혼율,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것인가에 주목했다. 40대와 30대, 20대의 남녀 참석자들이 모여 이혼 급증의 원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여성의 지위 향상과 사회 참여 증가, 경제력 확보 등이 이혼 급증의 원인이라는 데에는 모든 참석자들이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이혼을 '문제'로 보는 사회적 편견이나 시각 자체가 문제라는 이혼 경험자, 남성이 가부장적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이혼'이라는 보복(?)이 언제 어떻게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여성 참석자의 협박(?), 상대적으로 남성의 지위가 추락하면서 얻게되는 남자들만의 상실감을 아느냐는 남성 참석자의 항변에 이르기까지 이혼이라는 테마 하나로 이야기는 긴 꼬리를 문다.
특히 이혼한 실직 여성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진보적 여성주의자'의 주장에 "정부 돈은 세금인데 그걸로 지원을 한다면, 이혼을 방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남성참석자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토론방엔 불꽃이 튄다.
이혼은 억압되어온 여성들의 반란인가, 개인주의의 심화인가. 사이버 토론방에 모인 참석자들이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되는지 함께 들여다보자.
일시 : 2월 12일 목요일
참석자 : 양흥모(남·41·건설회사 홍보팀) 국선희(여·전북대 여성학 강사), 박준행(여·38), 이지현(남, ·26·학생)
진행 정리/김회경 기자
김회경: 늦은 시간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리 말씀 드렸다시피 오늘 주제는 이혼인데요. 요즘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을 해봤습니다. 나름대로의 진단부터 내리신다면.
양흥모: 글쎄... 일단은 주변 사람의 사례부터 이야길 해보는 게 쉬울 것 같은데요.
국선희: 주변에 이혼한 여성 많습니다.
김회경: 이혼녀, 이혼남, 이라고 해서 아직 사회적 편견이 많지 않나요?
국선희: 이혼 못하는 사람 고충도 들어요.
김회경: ㅎㅎ 예...
국선희: 이혼남 편견이 더 무섭죠.
이지현: 우선 원인부터 짚고 들어가야 할 듯...
양흥모: 아직은 남성 중심적 사회라 여성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하죠.
국선희: 원인 분석하지 말고 사실을 얘기해 가죠.
양흥모: 이혼문제는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관대한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또 다른 선택
김회경: 그래도 이혼을 결심하기까지는 많은 번민과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 같은 게 필요할 것 같아요. 한 마디로 결단이 필요한거죠.
박준행: 그게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되어가는' 거죠... 개인주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경제적 기반도 된다면, 그리고 과거처럼 참을 필요는 없다는 점, 특히 여성들에게는요. 가족은 많은 부분 굴레로 작용하는 면이 있으니까요.
양흥모: 구속의 끈이 느슨해지는 것도 한 원인일 수 있을 겁니다.
이지현: 제 생각엔 이혼증가의 원인부터 짚는 게 좋을 듯해서 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여러분이 언급하셨듯이 여성의 경제적 자립도가 높아졌다는 것과 자녀 수 감소, 경제적 원인 등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양흥모: 과거에는 남자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았지만 여성 스스로도 자립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어요.
박준행: 저도 그 원인이 크다고 봐요. 일단 결혼은 경제적 계약이니까요.
양흥모: 또 하나는 본능적 욕구 발산이 부끄럽지 않은 시대를 맞고 있다는 점이죠.
김회경: 국선희 선생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국선희: 내가 이혼한 거 알고 있어요?
김회경: 네.... 밝히기 꺼려하세요?
국선희: 게의치 않아요, 4년 되었어요.
김회경: 당시엔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그때와 지금의 상황을 말씀하신다면...
국선희: 홀가분해요. 그때는 엄청 힘들어서, 휴...
이지현: 국선희 선생님 혹시 자녀를 두고 계신가요?
국선희: 딸 둘입니다.
이지현: 네. 자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겠어요...
양흥모: 자녀 부양은 어느 분이 하십니까?
국선희: 제가 양육하고 있는데, 필요할 땐 동지처럼 정직하게 도움을 청하죠.
양흥모: 네..
이지현: 자녀들의 연령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국선희: 초등학교 5학년, 6학년입니다.
이지현: 저는 미혼이지만 제 부모님께서 제가 어려서 이혼하셨기에 이혼가정의 자녀문제에 대해 남달리 생각하는 바가 많습니다.
양흥모: 두 분 합의로 양육을 책임지겠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도 있을 거 같아요. 남자에게는 더 홀가분함을 주는 거 같은...
국선희: 억울한 거 없어요. 오히려 강한 연대가 되어요.
김회경: 양흥모 선생님이 방금 뜨거운 발언을 하셨는데요. 이혼이 남자를 홀가분하게 한다?
양흥모: 남자의 재혼까지의 시기는.... 자녀양육을 한편이 일방적으로 떠 안을 때는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요.
국선희: 자녀양육은 둘 다의 책임이죠.
이지현: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양흥모: 현실적으로는 한편으로 몰리는 게 일반적이죠.
국선희: 이성적인 이혼이 그래서 중요하죠. 결혼은 감정이 앞서고 이혼은 훨씬 이성적이죠.
김회경: 대개는 이혼을 파국, 서로 앙숙이 되어 헤어지는 파국을 연상하기 쉽거든요
국선희: 결혼의 끝이지, 인생의 끝은 아니죠.
양흥모: 전 극단의 상황으로만 이해가 되는데요.
국선희: 나는 전 생애의 과정으로 최선의 선택을 했어요.
양흥모: 서로 다른 객체가 부부관계를 깨트릴 상황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선택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국선희: 맞습니다.
양흥모: 그러나 서로가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부관계의 해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선희: 양보가 아니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거죠. 언제나 일방적인 양보를 할 수 없어요.
김회경: 이혼 후에 두 가지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두 사람 사이에 다른 관계의 확장이 이뤄지거나 또 다른 하나는 진짜 원수처럼 소식도 없이 지내는 완전 결별의 경우. 후자의 경우엔 자녀들에게 큰 상처가 될 것 같아요.
국선희: 원수가 아니어도 아이들 상처는 있어요.
김회경: 지현님이 말씀하실 게 있을 것 같아요.
이지현: 아이들의 연령에 따른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지역의 이혼이 급증하면서 아이들의 상처도 무디어 진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던데. 저는 초등 2학년 때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는데 솔직히 뭘 모를 나이였습니다.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약간의 이탈이 있었죠. 이혼은 당사자간의 문제라고 판단하기 쉽지만, 가족 구성원 전체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만큼 앞에서 말씀하셨던 이성적 이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선희: 긍정적일 수도 있어요
김회경: 어떤 측면에서요?
이지현: 이혼은 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선희: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거짓으로 위장한다든지, 늘 싸우면서 그것을 자녀에게 보인다든지...
양흥모: 부부관계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더더욱 유지가 어렵죠..
김회경: 이혼하고 사회적으로 불편하신 적 없으셨어요?
국선희: 신뢰나 순결성에 대한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경제적으로 좀 어려운 문제가 생기더군요.
김회경: 그 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길 여쭙는 건데요. 사람들의 시선이나 편견, 실패자라는 자책감 같은 거 말이예요.
국선희: 실패자라는 생각은커녕 난 나를 사랑하는 최선을 택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부담은 되었어요.
양흥모: 신뢰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면 굳이 그것을 유지하려 드는 것도 큰 고통일겁니다.
이지현: 개인적인 사례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국선희: 공감...
이혼, 억눌려왔던 여성들의 반란?
이지현: 저는 최근의 급증하는 이혼율에 대해 토론했으면 하는데요 미국과 스웨덴에 이어 세계 3위의 결혼대비 이혼율의 영광을 안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김회경: 예, 개인적인 이야길 너무 많이 여쭙는 것 같아서 죄송한데요. 이야기를 좀 쉽게 풀어가려고 하다 보니... 이혼이 여성 지위 향상과 상관관계가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국선희: 이혼율은 아마 이 정도에서 오랫동안 유지가 될 것 같아요. 이혼율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거죠.
박준행: 저는 우리 사회가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라고 봐요. 이혼율 급증도 그러한 변화의 한 징표이죠. 아마 혼전동거도 빠르게 늘 걸요..
양흥모: 경제 발전 속도에 가치관이 따라가지 못한 탓이죠.
이지현: 동감합니다. 가치관의 성숙한 변화에 치명적 오류가 생긴 것 같습니다.
박준행: 오류??^^
박준행: 저는 오류라고는 안 봐요. 단지 너무 빠르다고 봐요.
이지현: 우리 사회는 자유에 대한 개념을 잘 못 받아들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국선희: 남성과 여성의 가치에 상당한 갭과 오류가 수정될 때라면요?
박준행: 남성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생각들과 여성의 의식변화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고 여성들이 다시금 얌전해지지는 않을 거구요.
국선희: 여성인권의 성장과 가부장의 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남성...
박준행: 그렇지요.
김회경: 이혼은 억눌려 왔던 여성들의 반란이다?
박준행: 저는 그렇게 봐요^^ 전통적 시각에서는 말이죠.
이지현: 게다가 요즘의 이혼율은 모든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쉽게 버리는 젊은 세대들의 풍조에 그 시작이 있지 않나 싶어요.
김회경: 요즘 황혼이혼도 늘고 있잖아요.
이지현: 황혼 이혼도 그에 편승한 것이 아닐까요? 매스컴에서 여기저기 떠들어대니깐...
박준행: 가치관의 변화 아닐까요?
양흥모: 남자의 위상이 낮아지는 것도 한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김회경: 할머니, 어머니 세대는 전통적 가치관을 깨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박준행: 흠, 제가 말씀드리는 가치관은 물질적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그런 거예요.. 대단한 지조나 뭐 그런 게 아니라 말이죠. 일단 자신들에게 편리한 쪽으로 선택들을 하는 것 같아요.
양흥모: 경제적 지위만큼 가치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천민자본주의에 젖어서 자기가 몇 푼 가지게 되면 지위를 갖는 줄 아는 세태가 만연돼 있다는 이야깁니다.
박준행: 헉, 천민자본주의라.. 오히려, 자신을 존중하는 개인주의의 발달 아닐까요? 그리고 경제력은 대단한 힘이라고 봐요.
양흥모: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것이죠. 경제력이 사회와 사람들의 가치관을 지배하고 있고, 그로 인해 인간관계가 소홀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부부관계도 그렇구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발동하고 있다는 거죠.
이지현: 솔직히 우리가 이렇게 이런 토론을 하는 이유도 최근 급증한 이혼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혼율 급증에 따른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책과 예방책 등에 대해 논의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회경: 지현님은 실리주의자시구나. ^^
이지현: 얘기가 지나치게 개인적 견해를 쫓아가는 듯 합니다.
국선희: 이혼을 줄이는 것이 사회적 합의가 되면 결혼을 잘 하는 법을 가르쳐야죠.
이지현: 결혼을 잘하는 법이라면 어떤 것인지...
국선희: 나를 잘 알고 배우자를 잘 선택하고 연습도 해보는 것이죠. 그리고 바람직한 데이트 문화의 형성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박준행: 혼전동거 같은 것도 구체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국선희: 혼전 동거는 결혼과 다를 바 없다고 봐요
이지현: 하지만 성에 대해 아직도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혼전동거가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우리 주위에서 혼전동거를 곱게 보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박준행: 헉, 흠.. 아직 어려운가^^;;
양흥모: 결혼이라는 제도적 틀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봐요.
박준행: 사실 우리가 이혼율이 이렇게 급증하리라는 걸 몇 년 전에는 상상이나 했나요? 연상연하 커플의 이야기가 드라마를 점령하고 있는 지금의 변화된 현실도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만큼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거죠.
국선희: 정서적으로 성이 억압에 가까운 우리 현실은 동거가 결혼을 잘 하는 전 단계는 아니라고 봐요.
이지현: 동감합니다.
박준행: 아,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막힌 의식이 의외로 빨리 변할 수 있다는 거죠.
이지현: 막힌 의식이라는 표현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준행: 헉, 인정, 주관적 표현입니다.
가부장적 전통과 여성인권의 충돌
이지현: 저는 서구의 개방적인 의식이 우리의 꽉 막힌 전통적 사상에 비해 월등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서구에 대한 편견이 있는 듯 합니다.
김회경: 하지만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여성이 자기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는데요.
국선희: 여성의 자기표현은 교육의 힘이 아닐까요?
박준행: 저는 이혼 같은 사회적 변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어떤 가치가 바람직하냐는 문제보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느냐, 하는 사실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봐요.
국선희: 우리의 정서를 서구문화의 유입으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이지현: 오랫동안 억눌려 왔던 여성의 자기표현은 물론 존중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기 표현이 극단적 수단이 이혼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급증한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박준행: 서구문화의 유입에 의해 가부장적 억압에서 풀려날 용기를 더 얻지 않았을까요? 만약 우리사회가 전통 그대로 있었다면, 분명 이혼율 급증현상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국선희: 아무리 다른 문명이 들어와도 우리의 정서는 우리의 전통에서 온다고 봅니다
박준행: 그럼 국 선생님은 최근 이혼율 급증이 우리의 정서와 연관되어 있다고 보시나요? 우리 사회 고유의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궁금해요.
국선희: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기를 보는 힘이 생긴 거지요.
이지현: 최근의 이혼율 급증은 일종의 신드롬이 아닐까요? 여성의 교육수준의 향상이나 가치관의 변화로만 해석하기에는 그 수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흥모: 신드롬?
이지현: 성장통이라고 다들 아시죠?
국선희: 가부장적인 문화는 바뀌지 않고 여성의 인권은 성장하는 데서 충돌이 일어날 밖에요.
김회경: 어찌됐건 다들 개인의 소중한 삶인데, 그걸 신드롬으로 해석하면 이혼한 사람들 기분 나쁠 것 같은데요.
국선희: 신드롬으로 생각하다 큰 코 다칩니다.
양흥모: 그렇죠.
이지현: 47.4%는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판단하에 나온 수치라 생각지 않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이혼율은 과거에 비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선희: 이혼율이 높은 것이 문제라고 하는 이유가 뭘까요? 지현님의 전제는 이혼은 문제다, 라는 겁니까?
이지현: 이혼은 분명 필요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이혼열풍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국선희: 왜요? 거꾸로 이혼을 문제로 보는 것이 문제지요.
이지현: 지금까지 말씀 드렸듯이 이혼은 문제가 아닙니다.
국선희 : 그럼 이혼율이 문제인가요?
이지현 : 네. 수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국선희 : 그 수치의 적정수준이 있나요?
이지현 : 부동산 투기 열풍, 다이어트 열풍, 몸짱, 얼짱 열풍과 같이...
양흥모 : 이혼도 사회적 트렌드로 본다는 말인가요?
박준행 : 흠, 그래도 몸짱 열풍과 이혼문제나 출산율 저하 같은 사회적 변화는 구분되어야 할 거 같은데요.
이지현 : 이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 하에 이혼을 결심하고 단행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나누는 생각처럼 이성적인 사고 하에 결정하는 이혼이 적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최소한 지금의 이혼율을 두고 본다면...
박준행 : 물론 감정적으로 이혼하는 사람,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하는 사람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런 개개인마다의 사유들말고 일반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국선희 : 누구든 쉽게 이혼은 안 한다고 봐요.
양흥모 : 맞아요. 이혼을 유행처럼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봐요.
이혼의 원인은 성과 돈에 있다?
이지현 : 제 생각은 지금의 이혼율 수치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앞으로 수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싶고, 혹시 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분명 사회적인 노력으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을 신중하게 하는 방법을 교육시킨다거나...
국선희 : 적어도 우리 사회가 이혼을 좋지 않게 본다면, 당사자에게 그 결심은 더욱 어려운 것 아닐까요? 사회적 합의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혼이 좋지 않다면 떨어뜨리도록 노력해야 되겠죠.
김회경 : 이혼한 사람들은 결혼을 신중하게 안 했을 거라는 편견을 버려요! ^^
이지현: 네 ^^
박준행: 자, 구조적으로 접근하자고 했지요. 대안이란 게 개인이 신중해야지 하는 식의 이야기, 이런 거 말구요. ^^
이지현: 저는 아직 젊기 때문에 주위에 결혼하는 선배나 친구가 많습니다. 그들 모두가 신중한 결혼을 한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결혼에 실패하는 사람이 많죠.
김회경: 자기 삶을 걸고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는 거 아닐까요? 사회가 나서서 이혼율을 떨어뜨린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지현 :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 등도 필요하다는 거죠. 계몽운동처럼, 그런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국선희: 전 이혼상담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면 이혼율을 떨어뜨릴 수 있어요.
김회경: 어떻게요?
이지현: 교육을 통한다든지...
박준행: 메리트, 당근을 줘야지요.
양흥모: 설레설레..
국선희: 결혼을 잘하도록 배우자를 찾는 결혼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거지요.
이지현: 우리들의 성의식과 결혼 풍조에도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국 선생님의 생각에 동의.
국선희 : 결혼아카데미 교장으로 프로젝트 낼까요?
이지현: ^^
양흥모: 사전교육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닐 듯 합니다. 이혼의 원인이 뭔가를 먼저 봐야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최근 이혼의 원인의 1순위는 배우자의 부정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주변도 그렇구요.
국선희: 상대방의 부정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저는 오히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봐요.
양흥모: 물론 성격차이나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성이 지나치게 개방된 것이 이혼에 중요한 원인 제공이 아닐까 싶은데요.
국선희: 아직도 성개방은 먼 나라 이야깁니다.
박준행: 남성에게는 아니지요^^
이지현: 전체적인 흐름을 토대로 정리를 해보면 이혼증가의 원인은 가치관의 변화,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 여성의 경제적 자립, 경제적 원인, 가족 간의 불화, 자녀수 감소와 자녀관 변화, 이혼에 대한 일반인들의 태도 변화, 배우자에 대한 신뢰의 상실과 여성 억압적 구조, 배우자의 외도 등에 있는 듯합니다.
김회경: 지현님은 혹시 논문을 옆에 두고 이야기하는 거 아녜여? ^^
이지현: 아뇨. ㅎㅎ^^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걸 적어놨거든요. 그렇다면 이혼에 따른 문제점은 뭘까요? 국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국선희: 이혼에 따른 문제점은, 명백하죠. 돈하고 성.
양흥모: 우리 사회가 결혼을 했어도 다른 상대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개방적인 풍토가 만들어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기회가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문화, 저는 가끔 다른 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김회경: 다른 상대 하나쯤 확보 못 하면 바보가 된다는 말씀?
양흥모: 그쵸.
김회경: 흥미진진한데~~! ㅎㅎ
양흥모: 그렇게 인식하는 사회풍조가 문제라는 겁니다.
김회경: 아, 남자들은 그런가봐요, 여자 샘들.
이지현: ㅋ
김회경: 이럴수가!
양흥모: 제가 만나는 분들이... 가정이 있는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성에 대해서 무척 자유로운 분들이 있어요.
국선희: 특수한 관계는 접고 보편적 관계에 충실합시다. ^^
박준행: 글쎄, 과거부터 남성들은 그렇게 해왔는데 이제는 여자들이 못 참게 된 거 아닌가? 그러니까 도덕적 재무장을 함께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흘러갈 수밖에 없겠죠.
양흥모: 그렇죠. 한 사람에게만 도덕성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봐요.
박준행: 그래서 평등이 중요하지요.
양흥모: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개인적인 욕구충족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아요.
경제력 없는 이혼여성, 정부 지원 필요하다
김회경: 결혼은 분명 사회적·제도적 계약관계고, 이혼한 사람은 그 제도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도와 인식 및 가치관의 변화가 함께 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양흥모: 이혼율이 높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왜 이 사회의 이혼율이 급증하게 되느냐가 문제죠.
김회경: 그러니까요. 그게 제도와 가치관이 함께 변화하거나 동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이지현: 동감.
국선희: 문화지체 말입니까?
박준행: 그러지요. 뭐 아노미이기도 할 것 같구요. 뭐든지 워낙 빨리 변하는 사회니...
국선희: 사회적 아노미도 있어요.
김회경: 이혼하는 사람은 사회적인 일탈자다?
박준행: 근데 일탈자가 이리 많아지니... 어느덧 일탈자라고 보는 시각도 줄어들고 있다고 보는데요.
이지현: 그래서 국선희 선생님께 궁금한 게 있는데 이혼한 사실이 사회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하나요?
김회경: 이혼한 사람을 실패자라거나 낙오자라거나 인내가 부족한 사람이라거나 하는 사회적인 시각도 이혼한 사람에게는 또 다른 폭력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국선희: 주변의 시선에 놀라곤 하죠. 내가 여성학을 하지 않았다면 측은지심을 받을텐데, 애쓴다는 격려는 받아요.
김회경: 예전엔 편모 편부라고 해서 사회적으로 이혼한 가정을 뭔가 부족하다는 식으로 바라봤는데, 지금은 한부모 가족이라고 하던데요. 사회적으로도 이런 변화를 조금씩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일단이 보이는 것 같아요.
이지현: 그런데 이런 한부모 가족 중에서 이혼한 여성 중 경제력이 없는 분들은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국선희: 이런 것을 정부에서 사각지대로 보는 겁니다. 이혼한 실직 여성 가장을 말이죠. 이들이야말로 사회적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박준행: 자녀양육 때문에 고통을 받는 문제는 실제로 제도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양육비의 공동분담 같은 거 말이죠.
이지현: 이혼율 급증으로 실직한 여성 가장이 증가한다면 이 역시 사회적 문제가 될 겁니다.
국선희: 정책제언을 하고 있습니다.
김회경: 아아.... 근데 혹시 유림에서 방해를 하지 않을까 ^^
박준행: 인식이 부족하죠. 저는 인식은 제도개선을 통해 바꿔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국선희: 예의바르게 이해시키는 것, 어렵습니다.
양흥모: 저는.. 아무래도 보수적이네요.
박준행: 어떤 점에서요?
양흥모: 국가가 이혼한 사람의 경제문제까지 책임을 져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박준행: 양흥모님, 이혼한 사람을 먹여 살려라가 아니라 자녀양육을 공동으로 책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거죠.
국선희: 양흥모님 이야기대로라면, 왜 자녀를 낳으면 출산 수고비는 줍니까?
양흥모: 너무 지나치게 정부에 의존하려는 것 아닌가 싶어요. 기초 생활보호 차원이나 사회적 프로그램이라면 몰라도...
국선희: 저임금에 일용직 가장 어머니들에겐 사회적인 지원이 따라야 됩니다.
양흥모: 그건 동의합니다.
박준행: 근데 많은 이혼여성들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지요.
이지현: 사회에 내던져진 여성은 어떠한 경우든 남성에 비해 약자입니다.
박준행: 일단 고용구조 자체가 여성에게 불리하고 취업기회도 그렇지요. 만약 이런 여성들을 국가가 도외시하면 아마 애들 버리는 어머니들 많을 거예요.. 그거 때문에라도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거죠.
국선희: 예,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거든요.
김회경: 양흥모님 동의하시나요? ^^
양흥모: 글쎄요. 국가 재원은 개인의 세금으로 충당이 되는 건데...
박준행: 자녀양육비도 그래요. 이혼을 떠나 출산율 저하를 생각해보자구요. 개인이 아이 낳는 걸 국가가돈줄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애 낳아 키우기가 너무 힘드니까 애를 안 낳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사회유지가 힘들어지니까 국가가 돈 줘가며 꼬시는 거잖아요. 즉 개인의 문제가 사회 전체의 문제와 연관이 된다는 겁니다.
국선희: 그 세금이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쓰여져서 사회적으로 건강해진다면 잘 쓰는 거지요.
이지현: 조세의 목적 중 하나는 사회복지에 있습니다. 사회의 유지에 말이죠.
김회경: 논문을 보고 있는게 틀림없어, 지현님은...^^
이지현: 제가 경제학과입니다. ㅋㅋ ^^
수컷들의 '파시즘'이 문제다?
양흥모: 단순한 코드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지원정책이 오히려 이혼을 장려하는 오류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국선희: 천만에요.
양흥모: 여성인력을 경제인력으로 흡수하는 프로그램이 나을 듯 싶고, 직접적인 지원은 고려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회경: 이혼율 급증이 사회적 이슈로 다뤄지는 것 자체가 부정적 시각이나 우려를 안고 있다는 증거일텐데요. 이혼에 대한 편견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엔 아직 우리 사회가 전통적 가치관이나 가족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국선희: 사회적 사실로 먼저 인정을 해야 편견을 없앨 것 같아요. 한국사회를 가족주의의 성격이 강한 사회라고들 하죠.
이지현: 전통적 가치관이나 가족관계 전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수정될 부분이야 있겠지만..
국선희 : 가족주의, 훈훈하지요. 그게 없었으면 저는 자녀양육 하는데 부모님들 도움을 어떻게 받을 수 있었겠어요.
양흥모: 아직은 가장 중심적인 권위와 가치를 유지하려는 수컷 우월주의의 파시즘이 상존하는 한, 여성의 이혼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해 지기 어려울 겁니다. 저 역시 아직은 수컷 파시즘이 남아 있구요.
박준행: 그 파시즘이 문제죠^^
박준행: 남성들은 기득권자입니다
국선희: 부부평등이 전제되는 문화를 만듭시다!
박준행: 그러지요. 약자에 의한 문화운동이 필요합니다. 정부에 정책제안을 하는 것도 방법일테구요.
양흥모: 하지만 요즘은 부부의 경제력이 동등해 지고 있습니다. 아니 여성이 우월한 커플도 많아지고 있잖아요.
박준행: 동등한 경제력은 동등한 발언권을 낳지요.
양흥모: 이 과정에서 남성의 파시즘과 여성의 평등주장이 충돌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것도 이혼사유의 하나로 대두되는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남성의 위상이 줄어들면서 싸움이 잦아지는거죠.
국선희: 그런 경우는 남자가 이혼 당하는 사례죠.
양흥모: 그것도 사회문제로 봐주지 않나요? 여자만 약자의 시대는 아니라고 봅니다.
박준행: 여성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하는 문제는 남성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여성학과 제대로 된 남성학이 통한다는 것이죠.^^
양흥모: 저 역시 가장의 권위가 인정되던 시대를 성장기로 보냈는데 지금에 와서는 지금까지 누려왔던 권위가 인정되지 않는 사회로 변화하다 보니까 남자의 상실감도 깊어집니다.
국선희: 빨리 변하시는 게 사회에 적응하는 겁니다, 흥모님. ^^
김회경: 갖고 있던 기득권을 놓으려 하니까 아깝고 억울할 수밖에요. ^^
양흥모: 이미 가졌다고 생각한 것을 뺏기는 상실감은 더욱 크죠. 거기에서 오는 충돌도 많을 겁니다.
박준행: ㅋㅋ
이지현: 그건 일부의 생각입니다.
김회경: 뺏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원래 여자의 것이었는데 되돌려준다고 생각하시면 되잖아요.
이지현: 김회경님의 말씀에 적극 동감.
김회경: 감사.
박준행: 그럼 여성들은 현재는 고통스럽지만 나아지고 있는 무리들에 속하나요? 현재의 고통을 앞으로의 희망으로 버티어가기?
김회경: 이혼은 희망 만들기다?
이지현: 비약이다~
국선희: 아니, 저한테는 그랬어요.
양흥모: 이혼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는데요.
국선희: 대안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선택이죠.
김회경: 좀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이야기로 마무리할까요? 이혼은 여성 지위와 가족제도 및 가치관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성장통이다, 그러나 이혼 자체를 죄악시하는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쉽게 이혼하고 그게 열풍처럼 사회를 흔들면 안된다. 결론은 그쯤 될까요?
국선희: 수긍
이지현: 이혼은 꼭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현재의 이혼율은 문제가 있다, 충동적 이혼은 지양해야한다는 것도 포함해 주세요.
김회경: 오늘은 여러 가지로 참석자들의 의견이 잘 맞아간 것 같습니다. 좀 전투적인 여성 테러리스트가 있었으면 재미 있었을텐데, 글구 보수 유림 냄새가 나는 남자분이 계셨으면 더 재밌었을테구요... ^^
국선희: 내가 경험자가 아니면 그렇게 했을 거예요. ^^ 그리고 흥모님, 보수적인 유림에 가깝지 않나요?
박준행: ㅋㅋ
이지현: ㅋ
양흥모: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이가 보수를 지향하게 만드는 것 같네요.
김회경: 마지막 멘트로 정리하죠. 한분씩....
국선희: 세대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성들 변하지 않으면 후회합니다.
양흥모: 오늘 들어가서 반성문 쓰겠습니다.
박준행: 여성들이 가정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사회가 알아야 해요.
국선희: 양성적인 바람기가 이젠 더 이상 안전할 수 없을 겁니다.
이지현: 이혼은 규범이나 기타 사회적 압력으로 부정적 영향력을 끼쳐서는 안된다. 필요한 제도이다. 하지만 충동적이고 무책임한 이혼은 분명 지양되어야 한다.
김회경: 장시간 수고들 하셨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