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3 | [건강보감]
건강은 돈으로 살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우종 내과 전문의(2004-04-20 14:26:24)
건강은 돈으로 살수 있는 것이 아니다
흔히 당뇨 환자들은 '무엇을 먹으면 당뇨가 좋아지는가' 하고 묻는다. 물론, 당뇨에도 분명히 많이 먹어야 할 식품 -채소와 나물 류(더 학문적으로 말하면 섬유질이 많은 식품)- 이 있다. 그러나 사실은 '무엇을 먹지 않으면 당뇨가 좋아지는가' 라고 물어야 보다 올바른 물음이 될 것이다.
수천 년을 굶고, 영양이 결핍된 사회 환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몸이 좋지 않거나 아프면 무엇을 보(補) 해야 한다는 관념에 아주 꽉 사로 잡혀있다. 그래서인지 당뇨 환자들은 각종 영양식품이며 보약,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무수한 식품들을 찾는다. 이제는 영양의 결핍이 아니라 과잉이 큰 문제가 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뇨의 악화로 이어진다. 그 돈을 가지고 채소나 나물을 사서 먹었더라면 혈당은 훨씬 더 좋아졌을 것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당뇨의 주원인 중 하나는 비만이다. 따라서, 표준체중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적게 먹고 운동하는 것이야말로 당뇨병에는 최고의 건강 식품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표준체중은 자기 키에서 100을 뺀 다음 0.9를 곱하면 나온다. 예를 들면 키가 170cm 인 사람은 (170 - 100) X 0.9 = 63, 즉, 63kg 안팎이 표준체중이 된다. 또한 운동은 빠른 걸음으로 하루에 30분 내지 60분 정도, 일주일에 3회 내지 7회 걷는 것이 추천된다. 여기서 한가지 유의할 점은, 겉으로 보기에 살이 많이 찌지 않은 사람도 실제로는 비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근육 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금 여윈 듯 한 모습이 표준 체중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실제로 비만형 당뇨의 경우에 소식과 운동으로 표준체중을 유지하면 거의 대부분 치유된다. 뿐만 아니라 비만과 결부된 고지혈증 지방간염, 고혈압 등도 호전된다.
성인병은 과식으로 부터 출발하고, 성인의 건강은 걷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오늘날의 영양 과잉과 비만의 시대에서,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각종 영약 식품이나, 노루나 사슴의 피, 심지어는 곰 발바닥과 같은 식품들이 어떤 가치를 가질지 냉정히 생각해 보라. 건강은 손쉽게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무엇이든지 먹음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은 시간과 노력과 땀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것이 아주 힘들거나 달성하기 어려운 것은 절대 아니다. 하루에 30분 정도의 걷기 운동만으로도 각종 성인병으로부터 당신을 지킬 수 있다. 그 정도조차 투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건강하기를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당신이 당신의 몸을 위해서 먹는 소위 건강식품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예를 들면 뱀에는 '스파르가눔' 이라는 기생충이 살고 있다.) 특히 당뇨병과 비만과 같은 성인병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영양 결핍의 시대에 사는 것이 아니라, 영양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