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3 | [문화칼럼]
여성의 정치세력화와 여성할당제
문화저널(2004-04-20 14:21:25)
제 13회 마당 수요포럼이 지난 2월 18일 ‘여성의 정치세력화와 여성할당제’라는 주제로 정보영상진흥원에서 열렸다.
제 17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여성 국회의원의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각 여성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성계는 지금까지 여성들은 의회로의 진출을 구조적으로 봉쇄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는 ‘할당제’를 통해서라도 여성 국회의원의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마침 지난 2월 17일 여러 논란 끝에 ‘여성광역선거구’제도가 국회 정치개혁 특위 선거법소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의 요지는 전국을 26개 광역별로 나눠, 여성 출마자들끼리만 경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반 지역구보다 선거구가 광범위해 선거운동 방식과 비용의 문제, 그리고 ‘광역선거구’를 통해 입성한 여성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여성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비례대표제에서 여성이 할당받은 50%의 의석과 ‘여성광역선거구’의 26석을 합하면, 최소 46석의 여성 국회의원이 확보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발제를 맡은 김완자 전도의원은 여러 통계자료를 인용하며 여성의 정치세력화와 여성할당제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역설했다. 지금까지 여성들은 정치의 주체로써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현재의 후진적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여성들이 정치의 주체로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런 측면에서 ‘여성 할당제’나 ‘여성광역선거구제’는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재규 시민행동21 공동대표와 문윤걸 전북대 사회학 강사, 정상도 문화시대 대표가 ‘악역’을 자처하고 나섰다. 여성에 대한 배려로 역차별(?)을 받게 된 신인남성정치인과 노동계를 비롯한 소수 계층의 의회진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날 포럼은 ‘여성 할당제’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여성의 정치세력화라는 큰 틀에서는 참가자 모두가 그 당위성을 인정하는 성과를 이뤘다.
발제문 - 김완자 전 도의원
왜 정치개혁에는 여성의 등장하는가. 남성들만으로 충분히 정치개혁 할 수 있지 않는가? 하지만 지금까지 남성들만이 지배하던 정치판은 부정부패와 타락, 불신과 불협화음만이 존재했다. 특유의 모성애로 싸움이나 갈등보다는 조화와 타협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면 깨끗한 정치가 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정치가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현재 우리의 정치구조가 너무나 후진적이어서 여성들이 정치의 주체로서 참여하는 비율이 너무 낮다. 심지어 여성들마저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 불안해한다. 그렇다고 남성도 믿지 못한다. 그렇다면 여성들 정치계에 보내야 한다. 왜냐하면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불안은 현실적인 근거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남성 중심적 정치판에 대한 무의식과 관습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추미애나 강금실 같은 경우가 나타나면서 이러한 우려 없어져 가고 있다.
아담스미스에 따르면 모든 대표성은 그 국가 구성원의 비례에 따라야 한다. 그러면 남성과 여성의 정치참여율은 50대 50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지금까지 여성의 권리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여성의 권리 찾아야 한다.
여성의 정치참여확대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비례대표의 확대를 최우선으로 들 수 있다. 비례대표에서의 홀수 번 여성배정의 원칙이 각 당에서 받아들여짐으로써 상당한 진전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현재는 기존 정치권의 제 밥그릇 챙기기로 인해 오히려 비례대표의 축소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다음으로 지역구에서 여성후보의 30%이상 의무할당을 들 수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 한시적으로 도입한 바 있는 제도로 여성이 정치권에 진출하는 것을 돕기 위해 30%이상의 후보가 여성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그 당 전체후보의 입후보 자체를 무효로 하는 방법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성전용선거구는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위하는 듯이 보이는 한편 여성들만의 마이너리그 창설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광역화된 여성전용구에서 과연 여성의원들이 얼마나 자신의 정치력을 발휘하겠으며 여성들만의 경쟁에서 당선된 의원이라는 딱지가 당당하지 못한 의원으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정화와 여성정치인의 양성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정치의식을 갖도록 교육하고 체험할 장을 마련해 누구나 자연스럽게 정치의 장에 입문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여성의 권리 찾기, ‘여성 할당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제 17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여성계는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며, ‘여성 할당제’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월 17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선거법소위에서 ‘여성광역선거구제’가 통과됐다. 여성들이 의회로 진출하는 길이 한 단계 더 현실화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한 논란도 분분하다.
‘여성광역선거구제’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논리는 위헌론을 비롯하여 그 방법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비례대표가 줄어 다른 소수정당이 불이익을 받게 되고, 기성 정당의 ‘나눠먹기 구조’가 더욱 공고해진다는 것이 그 요지.
여성계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칫 이 제도가 여성들만의 마이너리그로 전락하고, 광역화된 여성선거구에서 선출된 의원이 과연 정당한 의원으로서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느냐 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의회에 진출하는 활로가 생겼다는 점에 대해서는 환영한다. 일단은 파이를 키우자는 논리다.
이날 ‘여성의 정치 세력화와 여성할당제’라는 주제로 열린 마당수요포럼의 쟁점은 자연스럽게 전날 선거법소위를 통과한 ‘여성광역선거구제’로 관심이 집중돼 다양한 논점들이 재기되었다.
사회를 맡은 김미숙 성폭력상담소장은 “현재 여성 유권자가 50%를 차지하는데, 16대 국회에서 여성국회의원 수는 5.9% 밖에 되지 않는다. 17대 국회의원 지역구 공천희망자도 4%를 체 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여성의 정치세력화와 여성할당제’는 매우 의미있는 주제”라며 여성할당제의 당위성을 애둘러 옹호했다.
하지만, ‘여성전용선거구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허명숙 전북일보 기자는 “여성전용선거구제가 오히려 여성의 정치 세력화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전용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지역구에 나갈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될 것인가. 모든 여성들이 여성전용선거구에 나가려 할 테고, 그러다 보면 여성들끼리 경쟁이 붙어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여성 유권자들조차 여성전용선거구에 만족해 26명의 여성의원에 만족해 버리면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더 소원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며 “이런 측면에서 차라리 이 제도의 도입을 막는 것이 여성들의 정치 세력화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여성전용선거구제’가 갖게될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날 발제를 맡은 김완자 前 도의원은 “어떻게 보면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여기에서 여성할당량을 늘리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옳다. 하지만, 여성 할당량에 대한 규정은 사문화 될 가능성 높다. 지금도 각 정당에는 여성의원을 몇 % 이상 할당하려고 ‘노력’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며 “프랑스 같은 경우 여성을 50%이상 공천하지 않으면, 그 당 공천의원 전원을 인정하지 않는 강력한 법안이 한시적으로 행해진 적이 있다. 처음 각 당은 여성 공천자를 ‘채워넣기’ 위해 애썼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들이 앞으로의 정치 주체가 되기 위해 준비하기 시작하고 갖가지 불협화음도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문제점 때문에 미루기보다는 일단 시행하면서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자는 설명이다.
그는 여기에 “비례대표로 선출된 20명과 여성전용선거구를 통해 선출된 26명의 여성의원이 국회에 들어간다면, 제도를 개선시키는데 엄청난 힘을 작용할 수 있다. 현재처럼 추미애 의원 하나가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과 46명이 힘을 모으는 것은 그 압력의 차이가 천지 차이다. 이 힘을 토대로 여성의 정치 참여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제도를 입안하고 실행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숙 성폭력상담소장도 “기존의 지역구에서 열심히 일해왔던 여성 정치인들은 여성전용선거구가 생긴다면 지금까지 공들여온 자신의 지역구를 포기하고 전용선거구에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지역구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면 자신은 지역구로 나가고 다른 여성을 전용선거구에 내세워 여성의원을 한 명이라도 더 늘려,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김 前의원을 거들었다.
정상도 문화시대 대표는 여성 할당제에 따른 ‘역차별’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현재 여성 할당제에 따른 역차별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전북 익산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조배숙 의원 같은 경우 정치 신인이 아닌데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열린우리당 공천과정에서 20%의 가산점을 받았다. 이것은 신인남성정치인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역차별’을 당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김 前도의원은 “분명 신인남성정치인 입장에서는 충분히 역 차별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신인의 정치참여에 무게를 두고 볼 것인가, 지금까지 구조적으로 정치 주체가 되는 길이 봉쇄되어온 여성차별을 개선하는 측면에서 볼 것인가에 따라 그 관점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라며 “개인적으로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으나 전체적인 틀에서 봤을 때 여성의 정치 참여는 지금까지 충분히 차별 받아 왔고, 앞으로 이는 꾸준히 개선해야 될 상황이다. 그러므로 미안한 말이지만, 남성들이 조금 참아줘야 한다. 여성들은 몇 백년 동안 억압받아 왔지만, 남성들은 현재 이 시대의 몇몇 남성들만 조금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라고 이해를 당부했다.
이날 포럼에서 스스로 ‘악역’(?)을 자처한 이재규 의원은 두 가지 문제점을 들며 ‘여성 할당제’에 반론을 재기했다. 그는 “진보정당은 이번에 소수정당이 정계에 진출하는 길을 봉쇄 당한 조건으로 여성 정치참여의 길이 확대됐다고 말한다. 물론 여성에 대한 배려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또 다른 소수의 대표자들이 소외됐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발제자는 정치를 남성정치와 여성정치로 나눠서 구분했다. 하지만, 정치란 계급간의 갈등의 장이자 투쟁의 장이다. 여성들이 아무리 의회에 진출한다고 해도 정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정치의 본질을 남성과 여성의 그것으로 나눠 자칫 왜곡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이를테면, 한나라당 여성의원의 경우 그가 비록 여성일지라도 보수적이고 반여성적 지향성을 가질 가능성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성계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밀어주는 행태 많이 보였다. 한영애나 박근혜 같은 의원이 단지 여성이라고 해서 여성들을 위해 펼친 정책이 뭐가 있는가. 지금까지 여성계 내부에서도 여성 내부의 소수자를 대표하는 대표성이 매우 취약했었다”며 또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여성들이 보인 정치 행태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前도의원은 “지금까지 여성 정치인들은 제왕적 당체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여성들이 요구하는 검증된 인물들이 아니라 제왕적 지위를 갖고 있는 정당 대표에 의해 특혜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를 토대로 앞으로 정치에 참여할 여성들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이미 여러 여성단체에서는 최소한의 기준을 가지고, 그 기준에 의해 검증된 여성들을 추천하고 있다”며 맞섰다.
문윤걸 전북대 사회학 강사는 ‘여성 할당제’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논리부족을 꼬집었다. “여성들은 어떤 때는 성적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해 여성이 정치세력화 되어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때는 기존의 남성위주 정치에 대한 대안적 정치세력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적 대표성에 대한 논리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대표성은 오직 여성들만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자나 농민 등 다른 수많은 소수자도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억압받고 차별 당해왔다. 이들에게도 대표성은 엄연히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여성의 정치참여를 환영하지만, 그것은 기존의 후진적 정치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자원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前의원은 “물론 여성들만이 사회적 대표성을 갖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회적 약자가 동시에 대표성을 갖고 국회에 진출하기는 힘들다고 했을 때, 먼저 여성들만이라도 대표성을 갖는 것이 차차 모든 사회적 약자가 대표성을 갖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여기에 덧붙여 “지금까지의 우리지역 자치단체의 여성의원들의 실적을 보면,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 훨씬 깊다”고 말해 여성성의 정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승희 MBC아나운서는 “여성들이 지금 차별철폐를 주장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남성들은 아마 공감이 안 갈 수도 있다. 여성들이 지금까지 어떤 억압을 받아 왔는지 직접적으로 체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건강한 사고를 하는 남성들의 경우 이성적으로는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면 최소한 접대 문화 정도는 사라질 것이라는 이성적인 수긍은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뭔가 손해를 받고 있다는 느낌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은정 전북일보 기자는 “대단히 진보적인 남성들은 여성들의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막상 같이 해결하려는 의지는 보이 않고, 논리가 부족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한 단면이다”라고 남성들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이날 포럼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약간씩의 견해차를 보였지만 참가자 모두가 여성의 정치세력화라는 큰 틀에는 동의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여성들의 절박한 심정과는 달리 동조는 하면서도 적극적 해결에는 나서지 않고 관망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남성들의 이중성은 우리 모두 풀어야할 과제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