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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 | [특집]
기로에 선 관립예술단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4-04-20 14:12:31)
경쟁에 놓인 예술단, '노조'라는 복병을 만나다 술렁이고 있는 전주시립예술단 전주시립예술단이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끊임없이 내부 갈등과 불화를 노출시켜 오면서도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해 오다 최근 들어서는 '예술인 노조'라는 새로운 변수를 맞아 갈등 양상은 더욱 복잡하게 꼬여 가고 있다. 전주시립예술단은 지난 1999년 IMF 직후 '지휘자 책임제' 도입 이후 지휘자와 단원 사이의 내부 갈등이 심심찮게 불거져 나와 운영방식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켜 왔었다. 여기에 지난해 3월에는 '예술인 노동조합'이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하면서 시립예술단은 또 다시 '태풍의 눈'으로 들어왔다. 문제의 핵심을 간추리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이미 갈등의 원인으로 떠올랐던 지휘자와 단원과의 관계나 연봉제와 오디션 등의 문제에 노조와 비노조원, 그리고 전주시와 노동조합과의 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키워드, 노조와 지휘자 책임제 갈등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지휘자 책임제'와 '노동조합'에 대해 전주시립극단과 시립교향악단, 시립국악단, 시립합창단 등 네 개 예술단의 내부 대처나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예술인=노동자'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노조활동에 대해서도 단원들의 지지도가 예술단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술인=노동자'라는 명제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데다 예술인 노조의 '역사'가 일천하다는 점, 그리고 예술인 스스로도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자기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999년 IMF체제 돌입 이후, 전주시가 관립예술단에 대한 '간섭'이나 '직접 운영'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도입한 '지휘자 책임제'에 대한 각 예술단의 '적응력'에도 차이가 있다. 따라서 예술단 내부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시립예술단 문제'로 단순화하거나 각 예술단의 상황을 한데 묶어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 그러나 현재 네 개 예술단 가운데 시립합창단(상임지휘자 구천)을 제외하고는 상임 지휘자가 모두 공석이어서 정상적인 예술단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지휘자와의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했던 전주시립극단은 예술단 중에서도 내부 사정이 가장 악화된 곳이다. 지휘자 책임제 도입 이후 최초의 상임연출자와 불편한 관계로 결별했던 전주시립극단은 지난 2002년 9월 새로 부임한 상임연출자와도 불화에 휘말려 부임 9개월만에 연출자가 사퇴하는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상임연출자와 단원 사이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져 연출자가 단원들의 징계를 요구하는 사태로까지 확대, 전주시가 일부 단원들을 '견책'하는 수준에서 징계를 내렸다. 이 일로 사태가 봉합된 이후에도 이 부분에 대한 언급조차 꺼릴 만큼 양쪽 모두 감정적 상처가 깊은 상태. 유난히 상임연출자와의 마찰이 잦았던 시립극단은 이 같은 홍역을 치르는 동안 단원 사이에도 균열이 생기면서 미묘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동조합원과 비노동조합원 간의 괴리가 심상치 않다. 이는 타 예술단도 마찬가지. 현재 예술단 단원의 노조 가입률은 대략 40% 정도. 모두 178명의 단원 가운데 68명이 노조에 가입해 있다. 이 중 시립극단의 노조 가입률이 단연 높다. 시립극단이 전체 22명 중 17명, 교향악단이 53명 중 23명, 국악단이 59명 중 28명이고, 이례적으로 합창단은 단 한 명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노조원이 수적으로 열세지만,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잠겨있던 불만들이 '노조' 설립에 힘을 얻으면서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갈등, 노조와 비노조원 타 예술단에 비해 비교적 잠잠했던 시립교향악단도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노조원들은 지휘자 연임에 대한 전주시의 객관적 기준이 부족하다는 점과 지난 1월 신년음악회 추진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는 지휘자에 대한 단원들의 불신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엮여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 교향악단 노조원들이 지휘자 연임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고, 신년음악회 추진과정에서 지휘자가 단원들과의 충분한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일을 진행했다며 강력 항의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이 일로 공연 당일 지휘자와 단원 사이에 마찰이 빚어져 일부 단원들이 '연주 거부' 의사를 밝히는 극단의 사태에 이르렀다. 이 문제로 전주시는 공연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위서' 제출을 요구해 놓은 상태. 이처럼 교향악단 단원들이 지휘자에 대해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를 정몽준 단무장은 "지휘자의 잦은 말 바꾸기나 카리스마의 부재,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이 떨어져 그만큼 단원들의 신뢰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조가 능력과 리더십 부재로 지휘자를 불신한다면 실력 없는 노조원들 역시 스스로 물러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휘자를 평가할 만큼 노조원들이 음악적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자문해 봐야 할 것"이라고 비틀었다. 그러나 당일 '연주 거부'를 주도했던 정영창(호른)씨는 "모 은행의 후원으로 치러진 음악회는 메세나 운동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공연 진행에 대한 최소한의 사전 정보를 단원들과 공유하지 않는 것은 단원들을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며 "노조원들의 실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지휘자의 투명하지 못한 경영이 단원들의 불신을 키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예술단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단무장은 대부분 지휘자와 단원 사이에서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단무장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는 전주시의 입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노조원'의 존재가 예술단 내부 화합을 어렵게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 노조활동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지 않은 편. 비노조원들도 노조활동에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호봉제' 전환…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단원의 대대적인 지지를 얻지는 못하고 있지만, 노조의 존재는 분명 예술단 운영에 커다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노조는 전주시의 예술단 운영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노동조합 설립의 단초가 됐던 지휘자의 권한 견제 및 오디션 개선, 호봉제로의 전환 등은 지난 1월 전주시와의 단체협상을 통해 일정 부분 관철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단체협상 결과에 비노조원들이 냉담한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 올해의 경우 오디션을 치르지 않고 단원 계약(1년 단위)이 이뤄졌고, 연봉제도 '기형적인' 형태로 재조정됐다. 그동안 노조는 단원 평가(오디션 60점, 출근점수 24점, 지휘자 점수 16점-성실도 및 기여도)에 지휘자의 권한이 막대한데다 객관성을 잃을 수 있고, 이렇게 매겨진 점수가 연봉책정(1~10등급)에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는 데 적잖은 반감을 가져왔었다. 또 예술단에서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10여 년이 넘게 근무해 온 단원이 단 5분~10분 안에 실력을 평가받는다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면서 오디션 폐지를 주장했고, 현재의 연봉제는 호봉제로 전환해 안정적인 신분과 처우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해 왔었다. 올해 단체협상에서는 오디션 없이 계약을 성사시켜 노조의 요구를 관철시켰지만, 호봉제 완전 전환에 대해서는 전주시가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일축함으로써 여전히 위험한 뇌관으로 남아 있다. 올해에는 연봉제를 원칙으로 1~10등급은 종전 그대로 두되, 전 등급에 걸쳐 100만원을 인상하는 것으로 협상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등급별 구분은 단원의 근무연수로 정해 호봉제와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근무연수에 따른 등급 구분이 정교하지 못해 말썽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단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7등급을 예로 들 경우 4년~7년차(1500만원)가 뭉뚱그려져 있는 등 등급 구분이 대부분 이같은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전주시 문화관광과 안동일 예술담당은 "호봉제로 가기 위한 전 단계는 절대 아니고, 이 조정안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답이 없어서 그런 것이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마련한 방안이다"며 전주시의 의지가 없는 호봉제를 노조가 끈질기게 요구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책임을 호소했다. 전주시가 호봉제 전환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시립예술단의 질적 수준 향상과 경영합리화'(1999년 전주시 시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조례 중 개정조례안)를 위해서는 실적과 단원 수준의 평가를 기초로 한 연봉제가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기 때문. '오디션' 폐지 역시 전주시로서는 부담이 없지 않다. 노조원이 단 한명도 없는 전주시립합창단은 노조와는 정 반대로 '오디션 실시'를 요구하는 등 노조와 비조노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주시는 올해 1/4분기 내로 '성과급 오디션'을 실시하는 것으로 노조와 협상을 끝냈지만, 노조와의 단체협상 결과가 비노조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도 검토돼야 할 부분이다. 전주시립예술단은 지금, 노조 설립과 끊임없이 말썽의 소지가 되어온 연봉제 및 지휘자 책임제 논란 등을 놓고 심각한 내부 갈등에 휩싸여 있다. 노조와 비노조원, 지휘자와 단원, 단원과 단원 사이에서도 균열이 일어나면서 단체활동을 기본으로 하는 예술단 활동에도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자율'과 '창의성'을 예술활동의 텃밭으로 여기는 단원들이 있는 한, 지휘자-단원으로 이어지는 조직의 위계질서에 대한 순응은 일정한 진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연봉제'라는 단원간 경쟁을 통해 '예술단의 실력 향상'을 최우선의 미덕으로 삼고 있는 전주시의 의지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지 않는 한, '예술'과 '노동' 사이에서 노조원들의 방황과 부침 또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경쟁은 강자와 약자를 갈라놓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자기보호를 위한 약자의 투쟁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주시가 예술단 활동에 기대와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리고 예술단 구성원이 단체의 화합과 발전을 원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반드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그것을 존중하려는 노력 속에 숨겨져 있다. '예술의 경쟁력 확보'…동력인가 함정인가 관립예술단은 척박한 지역 문화환경에 활기를 불어넣고 안정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보장해 주기 위해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예술단체다. 지역민에게 문화 향수를 전파하고 꾸준히 문화예술 수준을 끌어올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단체로 성장시키기 위해 탄생한 관립예술단은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문화예술에 대한 지역민의 호응이 든든한 지지기반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유명무실하거나 상황에 따라 쉽게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잘 하면 지역의 자랑이지만, 못 하면 골칫덩이로 전락할 수 있는 존재인 셈이다. 척박한 문화적 토양에서 관립예술단 운영은 문화 수요와 향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자치단체의 전략적 문화예술 진흥정책의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문화예술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면서 관립예술단 활성화를 위한 자치단체의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 그리고 이를 유도 해 낼 관립예술단의 자체 경쟁력 확보 등이 새롭게 정비되어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전주시립예술단이 심각한 내홍에 시달리면서 관립예술단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전북지역 관립예술단 운영은 그 도시의 문화예술 수요를 감안, 자치단체가 지역의 정서와 전통을 토대로 선택한 문화예술 장르를 중심으로 예술단이 꾸려져 운영되고 있다. 운영은 크게 상임과 비상임체제로 나뉘어지고, 단원들에 대한 처우도 도시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문화예술 수요가 큰 전주시는 상임을 기본으로 '지휘자 책임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전주 이외에 상임으로 운영되는 곳은 남원국악단과 정읍국악단, 군산시립교향악단, 군산시립합창단 등 네 곳. 한 예술단 안에서도 상임과 비상임이 혼재된 경우가 있다. 연봉제는 노예사슬? 지난해 노조 설립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전주시립예술단의 경우 자치단체의 운영 방식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고, 전주보다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수요가 낮은 타 지역 예술단은 지역민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운영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전주시립예술단의 네 개 단체(극단, 교향악단, 국악단, 합창단)는 지난 1999년 IMF체제와 함께 '경영 합리화' 바람에 휘말려 단원 실력을 통한 등급별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각 단마다 상임지휘자를 두어 예술적 측면은 물론, 예술단 경영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지휘자 책임제와 연봉제가 동시에 시작되면서 전주시립예술단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파열음이 퉁겨져 나왔다. 단원들의 예술적 기량은 물론, 이들의 처우 및 복지 등에도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지휘자와 일반 단원들 사이에 분명한 서열과 입장차이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마찰은 곧잘 감정적 싸움이나 상호 비방 등으로 불거져 나와 번번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연봉제 역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전주시에 단원들의 반감이 깊다. '연봉제'는 1년 평가를 토대로 각 단원 등급이 매겨져 그에 맞는 연봉이 책정되는데, 단원들 사이엔 자연스럽게 경쟁이 촉발될 수밖에 없다.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노예 사슬'이라고 불릴 만큼 연봉제에 대한 단원들의 거부감이나 부담감이 깊다. 단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인 '지휘자 책임제' 방식은 지휘자의 예술적 기량은 물론, 조직관리 능력과 경영 능력 또한 중요한 덕목으로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예술적 기량뿐 아니라, 이를 검증할 만한 최소한의 장치를 갖추는 것도 '감독자'인 전주시의 역할이 되고 있다. 현재 네 개 단체 중 세 개 단체의 지휘자가 공석인 상태로 정상적인 예술단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단원들과의 마찰로 지휘자의 이탈이 잦아지면서 '지휘자' 선출에 대한 새로운 방안 모색이 필요할 것이라는 여론이 높다. 안동일 전주시 문화예술과 예술담당은 "앞으로 '객원 지휘자' 제도를 두어 몇 명의 지휘자가 단원들과 일정한 작업기간을 갖고, 그 뒤에 예술단과 가장 잘 맞는 최적의 지휘자를 뽑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의 등장과 '시장' 속에 던져진 예술인 지난해 3월 전주시립예술단 운영에 또 다른 복병이 등장했다. 지휘자 책임제와 연봉제를 기화로 일부 단원들이 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 지난해 12월에는 전국 10개 도시의 관립예술단이 참여한 전국문화예술노동조합이 산별노조에 가입함으로써 관립예술단 운영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노조가 결성된 후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눌러 왔던 감정을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는데다, 비노조원들은 그들 나름의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전주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게 됐다. 노조 활동에도 아직은 '반신반의'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예술단 단원 내부에서 '예술인=노동자'라는 명제 자체를 거부하거나 노조 활동에 반감을 드러내는 비노조원들이 전체 예술단원의 60%를 차지하고 있어 노조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전주시는 올해 단체협상을 통해 이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지만, 비노조원들에게 협상안을 똑같이 적용해야 하느냐는 대목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조원이 과반수가 넘을 경우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노조원이 비노조원의 과반수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법률적인 측면에서 말썽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보다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인=노동자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예술인 전반에 자기 준비와 공감이 필요하다. 예술단 노조원들은 '예술'을 상품으로 시장에 내놓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해달라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으면서도, 하루 3~4시간 근무는 예술의 특성상 창의성과 자율을 최대한 보장받기 위해서라며 '예술인'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예술단 노조가 편의대로 '이중 잣대'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술단 노조에 대해 호의보다 반감이 더 크다는 점은 노조로서 적잖은 걸림돌이다. "노조 활동이 본격화하고 투쟁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전주시와 시의회의 미움을 사 올해 예술단 제작비가 절반 이상 삭감된 것 아니냐"는 '보복성 예산 책정'에 대한 소문이 나돈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가벼운 가십거리로 넘길 수 없는 것이 제작비 삭감은 전주시립예술단의 존립을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다. 노-사간 당당한 파트너십을 요구하기 위해서나 시립예술단이 '대 시민 문화예술 서비스'라는 공익적 가치를 지닌 특수성을 지닌 만큼 단원들이 창작의지와 공연확대 등에 보다 적극성을 띨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가 지휘자 책임제와 연봉제를 내세운 것이 '경영 합리화'와 '예술의 경쟁력 확보'라면, 전주시립예술단은 이미 자신의 '실력'을 상품으로 들고 치열한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힘(실력)이 없는 자는 도태되는 것이 생리인 시장논리에서 강자와 약자의 구분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약자들의 저항과 자기 보호 역시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노조 활동은 '철밥통론'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된다. 공익적 가치 실현을 의무로 하는 관립예술단이기 때문이다. 전주시로서도 '예술 경영'을 확고한 목표로 내건 만큼, 노조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예술의 경쟁력 확보'란 기치는 결국 스스로 만든 함정이 될 수 있다. 전주시와 노조가 서로를 파트너로 존중하고 입장차이를 충분히 조율함으로써 관립예술단이 민간 예술단을 자극하고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전망과 관계 설정에 대한 치열한 논의에 나설 때다. 예술단, 기대와 투자만큼 성장한다 전주시립예술단이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면, 관립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는 남원·정읍·군산·김제·익산 등 5개 시군은 대부분 자치단체의 의지 부족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상임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남원국악단과 정읍국악단은 공무원(5~7급)과 동일한 호봉제를 적용해 예술단 단원들에 대한 처우가 타 예술단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편이지만, 군산시립교향악단이나 합창단은 단원의 60%만이 상임 근무자에 이들에 대한 처우 또한 열악하다. 그러나 비상임 체제로 운영되는 예술단은 넉넉지 않은 수당만이 책정돼 있어 단원들을 끌어 모으는 일 자체가 여의치 않다. 예술단에 대한 자치단체의 지원이 적은 것은 지역의 문화예술 수요가 적고 문화환경이 척박해 예술단 운영이 별다른 매리트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적은 근무시간으로 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처우를 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장의 장기적 전망이나 단단한 의지가 없다면 다양한 예술장르가 고루 관의 지원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남원과 정읍은 국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기본 의지가 있어 시립국악단이 비교적 안정된 여건에서 운영되고 있는 상황. 자치단체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 선택된 예술단 이외에 대부분의 타 예술장르는 '구색 맞추기' 식 소극적 운영으로 간신히 이름만 걸어놓는 채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몇 개의 전략적 예술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예술단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무관심한 상태에 놓여 있지만, 자치단체의 의식 전환과 문화 마인드가 뿌리내리지 않는다면 여전히 어정쩡한 운영으로 정체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예술단의 역할은 비단 문화예술인들의 고용기회를 확대하고, 지역민들에게 문화 향수를 전하는 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술단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예술인들의 창작의욕을 높이고 다양한 공연 상품을 만들어냄으로써 그 도시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들의 자긍심을 끌어올리는 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자치단체를 대표하는 예술단이 그 자체로 그 도시의 '문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인식의 전환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멀리 보고 착실히 밭을 갈며 토양을 다질 줄 아는 자치단체의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아쉽다. 관립예술단, 변화만이 살길이다 현재 4개 관립예술단체를 거느리고 있는 전주시를 제외하고, 전북의 5개 시(市)단위 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관립예술단체는 모두 12개. 각 자치단체마다 최소 2~3개의 예술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적 풍성함과는 달리 우리지역 대부분의 관립예술단체들은 열악한 지원과 이로 인한 내적 정체 속에 허덕이고 있다. 우린 프로다 현재 대부분의 관립예술단체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예산부족이다. 정읍?김제?남원?익산?군산시가 운영하고 있는 12개 예술단체 중 상임체제로 운영되는 곳은 남원국악단과 정읍국악단 그리고 군산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 단 네 곳 뿐, 나머지는 모두 1년 예산으로 1억 원도 체 지원 받지 못하는 비 상임체제이다. 상임체제로 운영되는 단체 가운데서도 남원국악단과 정읍국악단만이 시의 집중적인 육성책에 힘입어 5~9급 사이의 공무원과 똑같은 호봉제 대우를 받고 있고, 군산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은 호봉수당이나 예능수당 없이 8급 공무원 1호봉에 준하는 79만 4천 원씩을 지급 받고 있다. 그나마도 단원의 약 60% 정도만이 상임이고, 비상임 단원들은 매월 25만원씩의 수당을 받으면서 근무하고 있다. “상임이 60% 밖에 안 되는 단체가 무슨 교향악단인가. 최소한 80%는 넘어야 한다. 상임단원들에 대한 처우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모든 연주자들의 꿈이 교향악단에 들어가는 것인데, 이곳에 와서 교향악단 그만두고 교사로 일하는 것 처음 봤다. 프로페셔널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해 자긍심마저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기본악기 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해 타지역 공연하는 것조차 부끄럽고 창피하다” 군산시립교향악단 신현길 지휘자의 설명이다. 이런 열악한 대우는 비정상적인 운영 행태를 가져오기도 했다. 군산시립합창단은 상임이 60%정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느 상임체제 관립단체와는 달리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근무하고 있다. 자치단체를 비롯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 현직 음악교사로 있는 지휘자의 일정과 학생들이 대부분인 비상임 단원들의 인적구성 때문에 연습일정을 그렇게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합창단 측의 설명이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 합창단원들은 대부분이 기혼자들이다. 여성 상임들이야 수당으로 생활이 가능하겠지만, 결혼한 남성 상임들은 도저히 생활이 안 된다. 이런 경제적 어려움이 상임체제임에도 불구하고 밤에 근무하는 비정상적인 운영을 하는 큰 이유를 차지한다”는 것이 양노 단무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비상임 단원제를 택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관립예술단체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15만원 밖에 되지 않는 수당 때문에 단원들은 모집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는 경우도 있다. 1997년 창단해 현재 53명의 단원이 있는 정읍시립교향악단의 올해 예산은 단원들 수당과 공연비 모두 합해 4천만 원이 조금 넘는다. 단원들에게 매달 지급되는 수당은 5만원, 악기 구입비도 창단 초기 500만원이 나온 후로는 아직껏 나온 적이 없다고 한다. 때문에 한번 단원을 모집할 때마다 치열한 경쟁률을 치르는 상임단원제의 예술단들과는 달리 단원을 모집하는 것조차 어렵다. 단원들 대부분이 외부에서 통근을 하기 때문에 교통비도 되지 않는 한달 5만원의 수당을 받고 이곳에 오려는 연주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단원들도 다른 지역의 교향악단으로 옮기기 일쑤다. “단원들 대부분이 전공 학생들이다. 모집 공고를 하고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뽑고 싶어도 처우 자체가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여의치 않다. 때문에 대부분의 단원들은 인맥을 통해 연주 실력을 인정받은 학생들에게 직접 찾아가 설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홍경렬 단무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올해도 자칫 예산이 삭감될 뻔했다가 간신히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됐다”며 “상임 단원이 5명만 있어도 앞으로 발전에 대한 희망을 갖을 수 있을 텐데, 현재는 상임얘기를 꺼내기조차 힘들다. 그래서 처음엔 의욕을 갖고 시작하더라도 곧 지치기 일쑤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해마다 단원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평정 오디션’은 빛을 바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관립예술단체들의 ‘평정 오디션’은 유명무실해 진지 오래고, 이는 자연스럽게 공연의 질적 하락을 가져오는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이런 문제점들은 도내 대부분의 관립예술단체가 떠 안고 있다. 각 관립예술단체는 해당 자치단체에 문화정책에 대한 마인드의 변화를 요구하며 예산증원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거나, 매우 느리다. 예산만의 문제인가 이 같은 관립예술단체의 처우개선 요구에 대해 각 자치단체들은 거의 대부분 낮은 재정자립도에 따른 예산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관립예술단의 요구를 인정하고 배려해 주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재정자립도가 극히 낮아 그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관립예술단체를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깔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원은 정책적으로 국악을 육성하기 때문에 국악단을 상임체제로 만들었지만, 합창단 같은 경우는 시민들의 기본적인 문화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대대적으로 홍보해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남원시 이승일 문화관광과 공무원의 설명이다. 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이 수당에서 호봉제로의 전환과 예능수당 등의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군산의 한경봉 시의회 예술분과 의원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그들 입장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시청 계약직 직원들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20일을 일하고도 한 달에 56만원을 받는다. 예술단만을 배려하다보면 이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겠는가. 안올려 주자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올려주자는 것이다” 계약직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나, 자치단체 운영의 큰 틀에서 접근하자는 한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서 “솔직히 일년에 10억 넘게 들여가면서 과연 관립예술단체를 운영할 만큼 군산시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큰지에 대해서도 회의가 든다. 군산시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정말 크다면, 그 10억으로 차라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단체를 초청할 수도 있다”며 “관립예술단체가 지역문화 활성화뿐만 아니라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역할”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문화정책에 대한 마인드 변해야 한다 이렇게 관립예술단과 자치단체가 서로의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사이 전북의 문화계와 대학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박문근 전주농고 음악교사는 “현재 우리지역 각 대학의 음악전공 지원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관립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이 워낙 미비해, 음악을 전공해도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어 문화계와 대학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파괴된다면 앞으로 문화산업을 개발하려고 해도 재원이 없어 일을 해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예산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좋은 조건을 내건다면 자연스럽게 훌륭한 연주자들이 모여들게 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공연의 양적 질적 향상을 가져와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이것이 우리지역의 문화 수준을 올리는 길이다. 자치단체는 시민들의 무관심과 예산부족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지역의 문화적 풍토를 조성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결국 자치단체의 문화정책에 대한 마인드 변화만이 정체되어 있는 도내의 관립예술단체를 활성화시키고 우리지역의 문화 수준을 향상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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