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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 | [문화시평]
공예계의 미래 밝히는 든든한 첫 걸음
구혜경 객원기자(2004-04-20 14:11:29)
공예계의 미래 밝히는 든든한 첫 걸음 제1회 신예공예작가 발굴전 우리나라 정부조직에 문화부가 독립적으로 설립된 것은 1990년도였다. 그 이전 50년대에는 문교부에서, 60년대 이후에는 문화공보부에서 그 역할을 맡아왔고, 그 후 1993년 문화부는 체육?청소년부와 통합되어 문화체육부로 되었다가 1998년 그 명칭이 문화관광부로 바뀌었다. 이것은 문화 인식에 대해 시각이 변화되었음을 정부조직의 명칭에서도 뚜렷이 볼 수 있다. 1990년 이후 문화부는 ‘세계 문화발전 기본 계획’에 그 모델을 두고 ‘복지문화’, ‘화합문화’, ‘민족문화’, ‘개방문화’, ‘통일문화’ 등의 틀을 목표로 하여 단계적 추진전략을 수립하였다. 이러한 기본 전략들은 복지문화국가를 내세우며 지금까지도 큰 맥락 안에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기본계획 중 인간의 삶을 보다 충실히 하자는 복지문화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진 듯 보이지만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화합문화와 민족문화에 대한 것이다. 사회계층이나 계급간의 갈등을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문화적으로 해소하자는 정부의 취지 하에 사회는 발빠르게 변화되었다. 가장 체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문화시설의 설립과 국제 문화 교류 등 국제적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개방문화에 대한 목표달성이다. 그러나 실천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빠른 성과물로 과시할 수 있는 이벤트성 사업들로 인해 부피는 커졌지만 내용은 부실하여 불균형적인 발전을 이룬다. 전북에도 정부의 계획에 따라 여러 문화시설이 설립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전통문화특구’ 안에 있는 ‘공예품전시관?명품관’의 설립은 지역문화의 특성화를 잘 살릴 수 있는 좋은 모범으로 보인다. 이것은 세계화에 따른 몰개성과 차별화 된 것으로 크게 말하면 민족문화의 일환을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고,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 가장 가깝게 예술과 상호 관계할 수 있는 분야인 공예 전문관이라는 것에서 더욱 그 의미가 깊다. 공예란 실용적인 물건에 본래의 기능을 살리면서 조형미를 조화시킨 솜씨나 물건을 말하는 것으로서 폭넓게 보면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모든 것들이 전부 이 범주 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조형적 예술성을 더 많이 강조한 공예품과는 개념 자체에서 큰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글자 한 끝 차이처럼 가벼운 시각적인 차이일 수 있다. 그래서 공예작가들이 늘 고민하는 갈등은 작품과 상품과의 경계에서 오는 모호함 때문일 것이다. 공예가 예술적 가치로서 대중들에게 인식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 공예품들은 예술성보다는 기능성을 더 강조한 것이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요즘은 문화상품을 개발한다거나 여타 장르와 접목시켜 대중들의 삶 속에 빠르게 흡수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예술적 가치 평가에는 여전히 미약하다. 그러나 조형적 예술성을 부각시킨 순수예술 작품도 이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올해 처음으로 ‘한지문화진흥원’에서 주최하여 만든 ‘제1회 신예공예작가 발굴전’은 공예를 상품화하기보다는 예술 작품으로서 기틀을 잡아가는 하나의 디딤돌 역할로 만들어졌다. 그 동안 전북에서 순수예술-서양화, 한국화, 조각 등 고유한 작품성을 가지는 것들-을 전공한 젊은 작가들은 많은 전시를 통해서 주목받아 왔으나, 공예작가들을 대상으로 예술을 강조한 작품을 발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 만큼 공예품 전시관이라는 장소성과 다양해진 시각의 확대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도내 7개 대학에서 추천되어 참여하는 아홉 명의 신예작가들은 각기 공예라는 틀 안에서 금속, 도자, 목공예, 섬유 등을 조형적 예술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만 보더라도 상업성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주최측의 의도가 엿보이지만 그래도 여타 순수예술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공예가 가지는 기능적인 측면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광범위한 공예의 개념으로 독립된 여러 성격을 한자리에 모아 놓는다는 것은 오히려 기획 의도에 역부족인 듯싶다. 이번 기획 의도에 좀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명확한 선정기준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몇 가지를 제안해보면, 지금까지의 다른 기획전 선정기준이 주최측에서 의뢰한 대학의 교수님들을 중심으로 한 추천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공예작가에서도 단순하게 이런 방식을 따른다면 기획의도가 좋아도 머지않아 도태되기 마련이다. 추천자들 개인의 편중된 시각이 잔존해 있을 수 있는 이러한 선정방식 보다는 주최측이 직접 발로 뛰어서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그에 맞는 전문적인 안목으로 바라 본 객관적인 시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제안하면 다양해진 공예부문을 예술작품으로서 확대시키기에는 체계적인 세분화가 필요하다. 전시된 작품들이 모두 공예라고는 하지만 그 보여지는 형식이란 것이 각기 다른 특성을 나타내고 있어 각각의 예술성이 돋보이기보다는 시각적으로 산만해 보인다. 그래서 전시장에 모여진 작품들이 나름대로 기획에 맞게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고 해도 전시를 보는 시선은 그 의도를 파악하기에 버겁다. 여기에 세분화된 부문별로 밀도를 높여 다양성을 비교 전시한다면 공예품을 올바르게 판단하고 진단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본래의 취지인 형식과 틀을 깬 실험적인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하였다는 의도에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지만 공예가 가지는 대중성과 상업성도 함께 기획된다면 오히려 주최측이 의도하는 예술성과 견주어 부각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구조의 형성도 필요하다. 앞으로의 미술시장은 전문성과 특성화만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길인 만큼 공예품 전시관의 신예공예작가 발굴전은 지역을 넘어 공예계 전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지역미술이 지리적 위치로서의 변방에서 보여지는 소외된 시각을 말하는 것이 아닌 만큼 개성적인 관점을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힘을 얻어 이번 기획전시를 통해 보여준 신예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활발해질 공예계의 미래를 짐작해보지만 아직은 미술시장 전반이 움츠리고 있어 작가들이 날개도 펴보기 전에 접어질까 염려스럽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제 작가로서 시작하는 신예작가들이 앞으로 어떤 형식의 작품을 하든지 ‘의식 있는’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획의 주최측은 유망 공예작가로 선정하여 일회적인 전시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선정된 작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기획을 마련하여 작가로서 날개를 펼 수 있는 차후 대책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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