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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 | [시]
한낮
문신/ 1973년 전남 여수 출생. 전주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4년 전북일보와 세(2004-04-20 11:56:51)
요사이는 머리통깨나 굵은 까마귀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마당가 그 송장 같은 나무그늘 속으로 막 땅기운에 덴 매미들만 막무가내로 날아들어 씨근쌔근 울어 쌓는 것이었다 발바닥 까만 계집아이는 햇살이 어쩌면 그렇게도 눈을 치뜨고 노려보는지 당최 알 수가 없어 까무룩하게 잠이 들곤 하였는데 엉킨 꿈에설랑은 오라비들이 장닭처럼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어른들 눈을 속이고 어떤 날은 뉘집 골방에 틀어박혀 끄르륵끄르륵 남모를 이야기들을 속살거리다가 곱게 접은 편지처럼 꽁지털 몇 낱 남기고 날아가버리는 것이었다 오라비 꽁지털로 머리핀을 삼고 한나절 꿈을 꾼 계집아이는 햇살이 얽은뱅이처럼 소리도 없이 마루 끝에 턱하니 발끝을 올려놓는 것을 보고서야 호박씨 같은 눈만 깜박거리면서 차마 애서러이 울지도 못하고 빈집 뒤란으로 숨어들어 병아리처럼만 쭈그리고 앉았던 것인데 그 때마다 늙은 어머니 치마폭 같은 처마 그림자가 그 좁은 어깨를 다독다독 쓸어내리는 것이었다 문둥이같이 문둥이같이 입 꼭 다문 그 한낮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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