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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 | [문화가 정보]
둥실 보름달 떴네
.(2004-04-20 11:51:48)
둥실 보름달 떴네 “우와~” 저녁 어스름이 체 가시지 않은 6시, 동녘 산 위로 뽀얀 달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둥실, 뽀얀 정월의 대보름달이다. 매서운 눈보라 맞으며 달뜨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터트리고, 소원 가득 실은 달집엔 불이 놓인다. 지난 2월 5일은 정월대보름이었다. 정월대보름은 일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날, 지신밟기?기세배놀이?오곡밥 먹기?부럼먹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와 의식을 통해 한 해의 풍농과 복을 구하는 날이다. 이날 대보름을 맞아 우리지역 곳곳에서는 다양하고 풍성한 행사가 열려 시민들과 함께 했다. ‘2004 작은 문화축전’이 열린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익산기세배놀이와 달집태우기 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발걸음을 유도했다. 박물관이 준비한 부럼을 들고 입장한 시민들은 국악공연과 택견시연을 감상하거나 연날리기를 하며 보름달이 뜨기를 기다렸다. 오후 5시,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자 거대한 마을 기(旗)들을 앞세운 익산기세배보존회의 흥겨운 기세배놀이가 펼쳐졌다. 지방문화재 제 25호로 지정되어있는 익산기세배놀이는 형님마을과 아우마을이 각 마을 기를 들고나와 힘을 겨루며 펼치는 놀이, 집례(제례 절차를 지도하는 사람)의 목청 좋은 구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거대한 마을 기들의 행렬이 장관을 이뤄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기세배놀이 집례를 담당한 소선영(68 익산시 금마면)할아버지는 “기세배놀이는 각 마을이 기를 앞세우고 서로 대결하며 벌이는 놀이”라며, “하지만, 결국은 여러 이웃 마을의 단합과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겨운 기세배 놀이가 끝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시민들은 곧 타오르게 될 달집에 소원문 달기에 여념이 없었다. 박물관 입구 주차장에 우뚝 서있는 거대한 크기의 달집에는 수 천 개의 소원문들이 가족들의 무사와 자식의 취직 등을 기원하며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수천의 소원들이 빼곡이 들어찬 달집 빈자리를 찾아 소원문을 정성스레 매단 장정이(58 전주시 중화산동)씨. “딸이 올해 스물 아홉인데 아직도 임자가 없어서 빨리 좋은 사람 만나게 해달라고 빌고, 우리 아들은 아들만 둘 낳아서 이번엔 딸도 하나 점지해 주시고 운전 조심하게 해달라고 빌고, 올 한해 우리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빌고…….” 그의 새해 소원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많았지만, 또 그만큼 소박했다. 저녁 6시가 되자 횃불이 밝혀졌다. 달집에 불을 놓기 위한 횃불이다. ‘탁탁’ 소리를 내며 거대한 달집이 타오르기 시작하자 또 다시 펼쳐진 ‘익산 기세배놀이 보존회’의 흥겨운 풍물속에, 시민들은 한해의 복을 기원했다. 전주전통문화센터에서도 정월대보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대보름 진채식 전시?오곡밥 시식행사와 임실필봉농악보존회의 지신밟기로 시작한 이날 행사는 오후 6시 30분부터 펼쳐진 공연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이날 공연의 주제는 ‘달’, 총 4부로 나누어 진행된 공연은 달에 대한 동경을 노래한 태평소 독주 ‘바램’?월출의 재촉을 통해 사물의 생동을 표현한 ‘월출’?지난 해 쌓였던 악재와 액을 살풀이하고 새해의 희망을 기원한 ‘정화’, 그리고 진도아리랑 등의 남도민요와 풍물로 마지막 축제의 장을 장식한 ‘축제’가 펼쳐졌다. 수많은 시민들이 손에 소원초 하나씩 들고, 전주전통문화센터 앞마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펼쳐진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달집태우기였다. 시민들은 활활 타오르는 달집 주변을 임실필봉농악보존회와 함께 돌며, 평안한 한해를 기원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이날 전시했던 대보름 진채식과 귀밝이술을 마시며, 다시 한번 건강한 한 해를 기원하고 함께 행사장을 찾은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밖에 전주공예품전시관과 전주덕진예술회관?남원국립민속국악원에서도 정월대보름을 맞이한 다채로운 전통민속행사가 열려 지역주민들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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