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3 | [문화저널]
<취재현장에서>
.(2004-04-20 11:43:10)
불씨 남긴 소리축제조직위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난 2월 27일 임시 위원총회를 열고 조직위원장을 비롯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 결과를 발표했다. 조직위원장에 소리꾼 안숙선씨가, 부위원장에 이인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가 선출됐다.
매해 축제를 치르며 조직 이원화(공무원, 민간 직원)와 정체성 혼란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아온 소리축제조직위는 내부 평가와 여론을 감안,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함으로써 돌파구를 찾겠다고 공언했다. 그야말로 백지 상태에서 다시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지로 읽혀졌다.
그런데 조직 개편 직후, 이상 기류가 형성됐다. 27일 임시총회에서 선임된 일부 조직위원 사이에서 조직위원장 및 조직위원 선정이 투명하게 진행됐느냐는 불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총회에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최동현 조직위원(군산대 교수)은 "전북도가 국악을 중심으로 소리축제의 방향을 잡아나가겠다는 의중을 갖고 있지만, 그 의중을 관철시키기 위해 투명하지 못한 방법을 쓰는 건 잘 못된 일이다. 조직위원들은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선정했어야 했다. 조직위원장 선출 전에도 전북도가 염두에 둔 인물이 될 수 있도록 조직위원을 상대로 물밑 접촉을 했다. 결과가 어찌되든 투명하지 못한 방식이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임시총회 전, 공공연히 '조직위원장 내정설' 등이 고개를 내밀어 전북도의 '입맛'대로 일방적으로 일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전북도는 소리축제조직위를 공무원 조직이 빠지고 민간 주도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직 구성원은 배를 젓는 사공과 같다. 축제의 방향과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데에는 조직 구성원들을 어떻게 뽑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초작업이다. 새로 선임된 조직위원장과 조직위원들의 역량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선출했느냐 하는 절차와 방법에 있다.
전북도와 사무국에 '투명성' 시비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높다. 불씨는 바람 한 점으로 불붙는다. 그렇게 될까 염려스럽다. /김회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