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 | [문화저널]
취재 현장에서
문화저널(2004-03-03 20:08:43)
문화원, 시대 따라 마인드도 변해야
1962년 정부가 문화원을 문화정책의 파트너로 인정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문화원은 그동안 그 어떤 단체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활동해 왔다. 정부의 지속적인 보조금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문화사업을 할 수 있는 단체는 문화원외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관변단체’라는 오명도 썼고, 실제로 이것은 어느 정도 타당성 있는 지적이었다. 정부의 돈을 받아 사업을 하면서,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문화원은 지금껏 꾸준히 향토사연구와 지방문화사업을 펼쳐왔고, 특히 향토사 연구에 있어서는 그 어떤 단체보다 독보적인 존재로서 우뚝 서있다. 한 지방의 역사를 알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그 지방의 문화원에 가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라는 말은 아직 변함 없는 사실이고, 문화원도 향토사 연구를 주력사업으로 정해 관련 책을 발간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이루어내고 있다.
문제는 지방분권화가 정착되면서 지역 문화의 판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지방분권화가 진행되면서 문화원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다양한 문화단체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각 동이나 면 단위마다 문화의 집이 생기고, 대학에는 평생교육원이 생기고 있다. 문화원의 자존심인 향토사 연구분야도 전라북도에만 관련연구 기관이 5~6개정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문화원이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앞으로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고, 모든 단체에 대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것은 문화원이 앞으로 다른 문화단체들과 동등한 경쟁을 하거나, 스스로 재정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아직도 문화원 내부에는 정부의 이런 방침에 불만은 제기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류가 존재하기도 한다.
이제 문화원은 스스로 체질개선을 해야한다. 새로운 마인드를 가진 인력들을 영입해 조직을 정비하고, 오직 문화원만이 독보적인 위치로 우뚝 설 수 있는 특화된 사업으로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이것만이 반세기의 전통을 가진 문화원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