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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 | [삶이담긴 옷이야기]
<삶이 담긴 옷이야기>불경기에는 패딩이 유행한다
최미현 패션 디자이너(2004-03-03 19:31:05)
또 한번의 겨울이다. 겨울나기를 힘들어하는데 올해는 감기 몸살로 병원에 2주일이나 입원해있었다. 새해도 병원에서 맞았는데 나는 열에 들떠서 온갖 꿈을 꾸느라 새해가 밝는지도 몰랐다. 또 한번의 새해가 밝았는데, 아직도 밥을 굶는 사람들이 있고 청년 실업자가 40만이라는데,이럴 때 패션에 대해서 뭐라고 한다는 것 자체가 참 무능력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건 유행은 경제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다. 경기가 나쁠수록 외국의 새로운 유행 경향보다도 국내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럴 때는 소비자의 경향이 최고급 상품과 저가의 상품을 선호하는 두 가지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고급품을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같은 수준의 생활을 누리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지는 것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 서민들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평생 걸려 구경도 못할만한 금액의 돈을 트럭에 실어 날랐다는 소식을 듣거나, 정치하는 사람들의 철면피하고 번쩍거리는 얼굴을 TV뉴스에서 볼 때, 누구는 몇 십억을 가지는데 고작 몇 천원도 따지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추위도 한결 더하다. 괜히 찬바람이 뼈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고 자신만 초라한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든다. 입고있는 옷도 무겁고 유행에 뒤쳐진 것 같은데 새 옷을 사자니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럴 때 푹신한 느낌의 패딩소재가 주머니 사정과 추위를 한꺼번에 해결해 줘서 불경기 때마다 패딩이 인기가 있나보다. IMF때도 패딩이 대유행을 했었고 올해도 패딩이 유행한다. 불경기와 치마길이가 상관관계가 있다는 학설은 이미 알고있고 아마 불경기에 패딩이 유행하는지도 한번 두고 지켜보려고 한다. 여성들이 코트를 새로 구입하면 안에 입는 옷들도 바꿔줘야 옷이 맵시가 난다. 그런데 패딩 코트는 종전에 입던 옷 위에 쉽게 덧입어서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다. 남자들의 경우에 패딩은 몸집을 크게 보이는 효과가 있어서 심리적인 위축감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또 모피나 가죽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천과 천 사이에 솜이나 오리털 같은 것을 넣고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누벼준 패딩은 원래 스키어나 탐험대원들, 등반가들이 입던 방한복으로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방수, 방풍, 방한 등의 충분한 기능을 갖추어야 했고 이에 적합하게 신소재들을 사용하고 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입게되자 일상생활에서도 용도나 특성에 따라 차별화 되고 있고 의상에서도 고유의 질감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끊임없이 선호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기업의 복장 자율화와 5일제 근무에 힘입어 패딩을 선호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입는 옷에도 스태디셀러가 있다. 티셔츠, 블루진, 스웨터, 트랜치코트,더플코트와 아울러 패딩 역시 오랜 시간을 두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의상이다. 사람만 퇴출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옷도 역시 퇴출 당하는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용성인 것 같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옷이 가장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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