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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 | [매체엿보기]
<매체엿보기>'언론 성역' 여전한가
글 김수현 전북민언련 활동가(2004-03-03 19:17:44)
법의 집행에는 관대함과 인색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언론사는 권력을 비판하는 사회의 공기이므로 더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조선일보>의 방상훈 사장에 대한 2심 판결은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1년 세무조사 과정에서 엄청난 탈세와 공금유용 혐의가 드러나 1심에서 징역 3년과 추징금 56억원을 선고받았던 <조선일보>의 방상훈 사장이 2심에서는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 벌금 25억원을 선고받음으로써 또 다시 구속을 면하는 일이 발생했다. 방 사장에게 집행 유예가 선고된 이유를 재판부는 "지휘책임자인 방 사장을 구속하는 것보다 계속 회사를 경영하면서 조선일보사와 계열사 회계를 투명화하고 우리 언론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게 낫다"라며 "증여세 23억여원과 회삿돈 25억여원을 횡령한 부분은 유죄가 인정되지만 방 사장이 최고책임자로서의 책임을 지고 있고 주주나 채권자의 피해가 없으며 회사경영을 계속하면서 바람직한 언론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선일보의 거의 모든 주식을 친인척들이 소유하고 있고, 경영도 일가친척이 나눠 맡고 있는 상태에서 족벌신문 조선일보에서 탈세와 횡령으로 피해를 입을 주주는 처음부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또한 재판부의 판결문은 지금까지 조선일보가 그래왔던 것처럼 수구기득권의 입장에서 오보와 왜곡을 계속하라는 말과 같다. 지금이 일제시대라면 조선일보더러 친일로 근대화에 기여하라고 말하는 것과 진배 없는 것이다. 이에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는 재판결과에 대한 성명서에서 "죄는 짓지 않아야 하지만, 단 돈 몇천원을 훔치고도 쇠고랑을 차고, 몇 십만원 몇 백만원의 뇌물 수수만으로도 옥살이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에, 국가에 낼 증여세 55억원과 법인세 7억7천만원을 탈세하고 회사공금 45억을 횡령한 방상훈 사장은 상급심으로 갈수록 형량도 깍이고 벌금도 줄고, 구속은 커녕 버젓이 자유롭게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면서 "이래놓고 놓고 도대체 누구더러 감히 법을 지키라고 할 것이며, 누구한테 감히 우리 사회는 법앞의 평등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요즘 대선자금수사와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 등이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의 고리를 걷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독 검찰과 사법부가 보여준 엄청난 금액의 조세 포탈범인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에 대한 이번 판결은 여전히 언론이 성역의 자리에서 각종 특혜를 누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언론개혁이다. 정치개혁도 언론개혁이 되지 않는다면 이뤄질 수 없다. 그 출발점은 거대 언론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이 되어야 하는 것이며, 신문 시장에서의 탈법, 불법 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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