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9 | [수요포럼]
<제8회 마당 수요포럼> 현행 예능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학교의 담을 넘어 지역과 만나는 문화교육으로
문화저널(2004-02-19 16:16:53)
마당 수요포럼 여덟 번째 순서는 ‘현행 예능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8월 13일 전주정보영상진흥원에서 진행됐다.
이 날 포럼은 현직 교사들의 현장이야기가 생생하게 전달되면서 현행 예능교육의 현주소와 문제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고, 논의의 진전을 통해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접근도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현직 미술교사인 임광수(풍남중), 안동선(예술중), 정종화(위도중)씨를 비롯해 CBS 최인 기자, 시민행동 21 이재규 공동대표 등이 참여해 예능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현실적인 대안까지 이끌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발제는 정찬홍(전교조 정책실장, 전주여고 교사)씨가, 사회는 전주시 시정발전연구소 홍성 덕 연구원이 맡았다.
이날 포럼 내용을 쟁점별로 정리해 싣는다.
발제문 요약 / 현행 예능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정찬홍(전교조전북지부 정책실장)
우리나라의 학제는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 내용의 차별화가 없고 입시위주 교육의 영향을 받으면서 학교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수능과목에 포함되지 않은 예능과목이 학교 수업 일선에서 도외시되고 있다.
이해찬(前 교육부장관)의 특기적성 교육의 도입은 타당하였다고 생각하는데 참고서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입시 산업체들의 반발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7차 교육과정 도입으로 예체능 과목의 시간이 축소되었고 입시위주의 교육현실 속에서 학생을 수요자 즉, 소비자로 규정하기 시작한 5·31 교육안은 적어도 그것의 진의가 어쨌든 간에 학생들을 방임으로 귀결시키고 있다. 학생들의 수요는 입시 내지는 취업과 관련된 단편적 지식 또는 점수 획득이 쉬운 과목으로 집중된다.
학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규정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관점이지만 인간으로서 종합적 능력이 성숙되는 과정에 있는 학생을 교육할 때는 교육과정 구성에서의 수요자 중심 관점이 아닌 균형적인 인간형성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초등교과 예능과목 전담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3학년 이상 3학급당 0.75명, 확보율 40%)이고, 회화, 조각, 공예라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예능과목 이외에 건축, 조경, 인테리어, 디자인, 사진과 만화, 각종 영상물과 같은 예능 영역 확장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 부족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예능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고입선발방법(현재 내신 28%, 지필시험 72%)을 완전 내신화하거나, 대학입시에서의 내신비율의 확대이다. 이렇게 되면 예능 담당 교사들의 자율성이 확대되어 정형화된 예술에 대한 암기식 지식교육에서 벗어나 실제 체험교육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학생들의 다양한 문화욕구를 채울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 및 예산확보가 필요하다.
예능교육의 지향점은?
학교교육은 서열상 높은 자리에 오른 대학에 들어가고 사람들이 부러워 할 수준의 직업을 가지기 위한 도구인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인간성과 능력을 기르는 것인가? 교육이 경쟁과 생산성의 논리가 아닌 ‘인간’과 ‘공동체’를 우선하는 교육으로 바뀌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 날 포럼에서는 크게 두 가지 틀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입시위주의 교육에 따른 예능 교육의 문제점과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 예능과목의 영역과 교사의 전문성에 관한 문제가 그것이다.
사회를 맡은 홍성덕 연구원은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문화대국’, ‘문화인프라 구축’, ‘문화산업 증대’와 같은 공약을 생각하면서 현 예능교육을 교육의 문제로만 볼 것인가, 국가적인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정책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예능 교육을 교육의 차원으로만 생각하는 상황이고, 문화의 차원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향수’라는 것이 학교 울타리 안팎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CBS 기자 최인씨는 “예능교육의 완전내신화 혹은 내신비율의 확대가 희망사항이지 않은가.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해결방안이 제시되더라도 결국은 ‘현행대로 가자’는 결론으로만 접근한다. 전체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180도 바뀌지 않는 한 쉽사리 개선되기 힘들다. 또 ‘사과는 빨간색’처럼 획일화된 주입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또 “지방분권시대에 전주를 영상도시의 거점으로 키우고 있는 시점에서 지방교육에 있어서도 전주에서만큼은 영상, 사진, 애니메이션 등 지역의 중추적인 산업과 발맞추는 특색 있는 교육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제자 정찬홍씨는 “학부모들은 애들을 쥐어짜면 성적이 오른다고 생각하고 서열상 높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예능 과목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수능공부는 6개월만 집중적으로 해도 가능하다. 책상에 앉아만 있다고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면서 공부를 하면 공부에 대한 능률이 향상되는 것은 우리 학교 학생들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며 일괄적이고 획일화된 교육현황을 꼬집었다. 덧붙여 “완전내신제는 시간이 가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육의 질과 양이 다양해지려면 교사들의 수업내용과 방법, 평가까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시스템의 마련을 강조했다.
완전내신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예체능에 점수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민행동 21 이재규 공동대표는 “교육과정의 목적을 볼 때 특히 예능과목이라는 것이 일반 교양으로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능할 수 있는 것인데 획일화된 평가체제 안에서 완전내신제를 고집한다는 것은 예능 교육의 정상화를 꾀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수용자가 곧 생산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음악수업 내용은 주로 서양음악에 대해 배우지만 학생들이 즐기고 배우고 싶어하는 음악은 대중음악이다. 매우 현실적인 교육의 도입이 필요하다. 풍물, 소리, 미디 음악 등 다양한 교과 과정의 도입을 통해 학생들에게 폭넓은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현행 예능교육이 시대변화에 발맞추고 있지 못한 상황을 지적했다.
완전내신제를 주장했던 정찬홍 씨는 “내신의 평가는 결과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현 입시체제에서는 예능과목의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자율학습 시간으로 대체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가 말한 완전내신제는 ‘과정의 참여’,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는가를 말하는 것이다”며 완전내신제를 ‘평가’가 아닌 ‘과정’의 문제로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사회자 홍성덕 연구원은 “완전내신제의 선결요건은 과정과 평가 등의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지만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의 끊임없는 신뢰회복을 통해서만이 교육의 정상화가 가능하다. 실제로 교사들은 열심히 노력한다. 교육의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은 이러한 논의구조를 통해 서로의 의견교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여년 동안 미술 입시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는 예술중학교 안동선씨는 “주위 친구들이 나를 선생이 아니라 선수라고 한다. 입시교육을 담당하면서 대학입시에 먹히는 한가지 테크닉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예능교육이 필요한가. 예능교육은 시각적, 청각적, 신체적으로 받아들여 내 삶을 기쁘고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현행 예능교육의 문제점은 테크닉만을 가르치고 있다. 문자나 기호만을 외우고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방법만을 배우는 것이다. 홍익대학교 주변 1km 근방에 입시미술학원이 2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인데, 그만큼 예능교육이 거대하게 산업화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감상자와 전문가를 구분하는 교육을 주문, 감상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학교 밖의 시설과 연계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문화공간의 변화에 발맞추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입시위주의 교육체제 안에서 빚어지는 예능교육의 문제점에 공감했고 완전내신제에 대한 미묘한 해석차이도 포럼이 진행되면서 실마리를 찾아갔다. 입시위주의 틀 안에서뿐만 아니라 예능교과목에 대한 문제와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다.
풍남중 미술교사 임광수씨는 “미술 영역이 확장되면서 아이들은 비쥬얼 아트 즉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영상물에 대한 관심이 많다. 아이들이 향유하는 것과 소홀히 하는 것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시대는 빈부의 격차가 바로 문화의 격차이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예능교육은 문화향수를 채워주는 최 단위의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며 공교육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마당 정웅기 대표는 “학부모도 문제가 있겠지만 교육이 정상화로 가기 위해서는 누가 노력을 해야 하는가. 교직에 있는 사람들이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자리에서 대부분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제도를 누가 고쳐야 하는가. 예능 교육에 실제적으로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이 개선방향을 잡아야 한다. 제도를 기왕의 것으로 그대로 두면 몸이 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죽는 것이 바로 아이들이다” 며 교사들의 적극적인 자각과 실천을 요구했다.
예능교육의 문제점을 교육의 문제 안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문화정책, 문화환경의 틀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이라는 것이 학교 울타리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위도중학교 정종화씨는 “전주가 예향의 도시라고 피부로 느낄 때가 10여년 전, 소위 ‘이발소 그림’들이 각 음식점, 공중 목욕탕 등 곳곳에 걸려 있는 것을 볼 때였다. 예능교육을 제대로 충분히 받지 못했더라도 잠재적인 문화욕구를 가지고 있었던 흔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아이들이 ‘숙제하러’ 마지못해 전시장에 오고, 사실 전시장에 가도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전시장은 그야말로 적막함의 극치다. 전라북도는 미술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문화환경의 현주소를 지적했다.
예술중학교 안동선씨는 “학교 외의 공동시설, 평생교육기관에서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같은 좋은 시설이 있는데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참여시키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학생들이 자신들을 향한 지역의 관심을 느끼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학교교육과 지역문화기관과의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건축설계사 송준태씨는 “한옥생활체험관 등 지역문화공간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능이 끝난 뒤 학교 일선의 참여가 저조했다”며 교사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주문했다.
풍남중학교 안동선씨는 “문화의 집이 곳곳에 있는데 그 곳에서 전시와 공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 가까운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끔 지역문화공간이 변한다면 어려서부터 몸으로 느낀 문화에 대한 향수는 학교교육과 함께 더욱 강화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시민행동21 공동대표 이재규씨는 “역발상도 필요하다. 지역문화공간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학교 교사들이 지역사회 주민과 적극적으로 호흡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접근성이 뛰어난 곳은 문화의집보다 학교 시설 쪽이다. 수업이 없으면 문을 닫아 버리는 학교가 아니라 ‘지역문화의 발현장이 되는 학교’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며 학교의 교육모델 혁신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 현장은 한 개인의 삶을 기쁘고 풍요롭게 하는 예능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었고, 예능교육의 주체에 대한 문제를 학교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국가의 차원으로 확장시켜 종합적으로 바라보게 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 정리-기획실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