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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9 | [특집]
문화예술인조직, 무엇을 해야 하나 서두르더라도 첫 단추는 잘 꿰어야 한다
글 문병학 시인·전주전통문화센터 기획조정실장(2004-02-19 16:09:46)
전북지역 민족예술인들의 연대모임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형성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논의는 크게 두 줄기인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의 지회 형식으로 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이 결성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변화된 시대상황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민족예술인 연대모임이 결성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지난달 18일 우리 지역의 민족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대모임 창립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도 ‘전북민예총’을 창립하자는 의견과 21세기에 부합하는 새로운 민족예술인 조직을 창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연대모임 결성을 주장한 사람들은 민예총이 결성되던 때의 시대상황과 지금의 시대상황이 다르다는 점과 그동안의 활동으로 민예총은 그 성격과 내용이 규정(굳어진)되어진 측면이 있다는 점 등을 들면서 전북민예총 창립보다는 새로운 연대모임을 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새로운 민족예술인 연대모임을 결성하자는 생각과 뜻을 달리한다. 오히려 전북민예총 결성이 너무 늦었으며, 그 창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민예총이 창립된 20년 전과 지금의 시대상황이 서로 다르다는 것에는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측면에서의 시대상황 변화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 공감하지 않는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분단국가의 민족이라는 굴레가 들씌워져 있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민족예술인 연대모임을 결성하고자 할 때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민예총’이 지니고 있는 역사성이다. 이 땅의 민족예술가라면 그 누구도 함부로 민예총의 역사성에 대해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 민예총의 역사는 곧 파란 많았던 우리 근·현대 역사요, 이를 온몸으로 부딪쳐온 선배 민족예술인들의 삶이요 정신이기 때문이다. 역사와 예술은 그 자체로 ‘오늘’의 거울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오늘의 삶을 반추하고 창조적으로 미래를 설계해나간다. 시대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 민족예술인들의 드높은 정신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21세기 들어서면서 ‘민족 정체성’과 ‘지역성’에 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그 어느 시대 못지않게 21세기 초입인 바로 오늘이 “민족예술”의 필요성이 절실한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80년대 ‘민족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피워 올렸던 반미·반독재·조국통일의 불꽃을 그 내용과 방법을 오늘에 맞게 창조적으로 계승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반대로 선배들의 역사를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것으로 해석, 판단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이고 청산주의적이며 패배주의적인 생각이다. 몹시 못마땅하다. 오늘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민예총 20년의 역사를 21세기 초입의 시대상황에 맞게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그 속에서 참다운 민족예술인의 길을 찾아나가려는 자세가 아닐까? 아무쪼록 창립을 앞둔 “전북민예총”이 기관으로부터 사업보조금이나 받아서 좀더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해보겠다는 얄팍한 계산을 떨쳐버리고, 엄혹했던 저 80년대 자존심 하나로 당당하게 반미·반독재·조국통일의 기치를 높이 들어올렸던 “민예총”의 역사성을 올곧게 계승,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전북지역의 정체성을 활짝 꽃피워나가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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