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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9 | [삶이담긴 옷이야기]
헤어스타일에 집착하는 이유
글 최미현 패션디자이너 (2004-02-19 15:46:02)
헤어스타일이 역사와 함께 변천해 왔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고, 세련되고 멋있어 보이는 헤어스타일에 관한 한 현대인만이 아니라 고대인 역시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들여 가꾸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머리카락을 밀어 버리고 가발을 썼다고 한다. 뜨거운 쇠꼬챙이를 달구어 머리카락을 말아 구부리고 밀랍을 바르거나 당나귀 이를 갈아서 만든 반죽을 발라서 형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여성들은 향내나는 기름 덩어리를 머리 위나 가발 속에 얹어 체온에 의해 기름이 녹아 내리면서 향내도 풍기고 옷이 몸에 밀착되게 했다. 로마인 역시 외모를 중시해 젊어 보이고 싶어했기에 머리가 하얗게 되면 밤나무 껍질과 기름 지렁이를 섞어 만든 염료로 머리를 염색했다. 가발 역시 유행이었는데 벨기에 포로의 금발로 만든 가발이 가장 비싸고 인기가 있었다나. 삼손은 머리카락을 잘리고 힘을 잃는데 긴 머리는 남성성을 상징한다고 여겨져 머리가 잘리면 남성으로서 힘을 상실했다고 생각했다. 또 여성의 긴 머리는 활력과 다산을 상징했다. 풀어헤친 긴 머리는 성적유혹을 뜻하고 있다. 로렐라이의 전설이나 라푼첼의 동화가 바로 그런 예이다. 많은 나라에서 처녀 시절에는 머리를 풀지만 결혼을 하면 머리를 단정하게 올리는데 남편에게 복종의 의미와 아울러 다른 남성에게 성적인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다분하다. 17세기는 가발의 전성기로 가발 값이 비싸서 남성가발 전문 소매치기 단이 있었단다. 또 백발을 선호해 밀가루와 무엇 무엇을 섞어 만든 파우더를 머리에 뿌렸는데 어깨에는 이 가루를 받는 주머니를 두르고 다녔다. 왜냐하면 받아서 다시 뿌려야 하니까. 18세기 여성의 머리는 아무리 괴상하고 커다랗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머리를 세우기 위해서 머리 속에 철사를 세우고 주름잡은 심지를 넣고 밀가루 풀을 먹이기도 했고 돼지기름으로 만든 포마드를 바르기도 했다. 이 당시 여인들의 머리는 높이 쌓아 올릴수록 신분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곱실거리고 풍성한 머리는 권력을 의미했기에 다들 머리에 집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세기 동안 머리 모양은 사회적 신분을 표시하는 방식의 하나였고 정교한 머리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여성은 외모를 품위 있게 가꾸는 것 이상의 어떠한 사회적 책임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 머리 손질법은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의 척도가 되어왔다. 1960년대 히피의 장발은 기성 사회에의 반발로, 미국의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아프로 스타일은 그들의 문화적 뿌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1970년대 드레드락스(dreadlocks)는 물질 문명에 대한 반항의미 이다. 오늘의 여성들은 짧은머리, 긴머리, 퍼머머리, 단발, 염색, 삭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고 독특한 스타일로 치장할 수 있으며 자신이 직접 머리를 만질 수 있다. 불가에서 처음 출가해 머리를 삭발하면 불에 태우고 그것으로서 속세와의 인연을 끊는다고 한다. 다분히 상징적이지만 위의 글로 미루어 어쩌면 머리카락이 없다는 것이 집착의 한가지를 없앨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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