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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 | [문화가 정보]
그의 문학적 향기가 영원하기 위해서는… 문학관 개관에 더불어 다시 생각해보는 미당 서정주
황경신 기자(2004-02-19 13:38:24)
"내가 몇 번이나 답해야 되겠는가. 그때 그 일들이 지금 생각해보니 무척 잘못된 일이었다고. 그때 그들에게 짓눌리고 있던 많은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 협조했으나 돌이켜 보니 내 짧은 생각이었다고." 일제 하와 5공 신군부지지 발언에 대한 사회 일각의 비판에 대해 병석을 지키던 미당 서정주 시인이 남긴 마지막 심정이다. 미당이 세상을 뜬지 오는 12월이면 1년. 그의 무덤가에 흙이 마르는 시절에 난데없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미당의 삶과 문학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그가 한국시사의 거목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비판을 가장 먼저 제기한 우리 문학의 또 하나의 거목이자 미당의 제자였던 고은 시인에 이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논쟁 또한 그가 '거목'이라는 점 때문에 무게가 깊어진다. 이번 논쟁을 계기로 미당 서정주 시인의 삶과 문학을 제대로 정리하고 이어내는 일은 우리 문학사의 발전에 중요하게 작용하게 되리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진 가운데 그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한 시문학관이 개관했다. 지난 11월 3일 문을 연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의 '미당 서정주 문학관'. 시인 부부가 묻힌 고향 질마재에 문을 연 문학관은 고창군이 9억 3천여만원을 들여 폐교된 선운초등학교 부지 2천8백여평을 사들여 건물을 신·개축하고 인접한 그의 생가를 복원해 조성했다. 두 개의 전시실과 생가엔 육필 원고와 시집, 액자, 사진, 학적부, 그가 입던 한복,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려준 초상화 등 유품과 관련 자료 1만여점이 전시되었고 그밖에도 세미나실과 휴식공간 등이 마련됐다. 또한 개관에 맞춰 출판사 문학동네에서는 출간 60주년을 맞아 그의 첫시집 {화사집}을 복간해 헌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곳에서 '미당 서정주'를 온전히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을 대표했던 시인의 발자취와 문학적 향기를 생생히 전달하면서 한국시를 계승·발전시키는 공간, 지역문화의 중심공간으로 나아가기에는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관람객을 배려한 '기획'의 전무가 그 이유. 유품과 자료 1만여점이 나열돼 있을뿐 유품과 자료에 대한 설명이나 미당 서정주 시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를 찾기란 어렵다. 한편 문학관 개관을 두고 전북환경운동연합과 황토현문화연구소 등 일부에서는 문학관이 미당의 친일행적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미화'하고 있다며 반대 성명서를 발표, 우리 현대문학이 굴절많은 현대사와 깊은 함수관계를 갖고 진행돼 온 만큼 그의 행적을 미학적인 관점에서만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어찌됐든 미당 서정주 시인의 삶의 행적을 그의 시와 대비해 정리·비판해야 우리 문학사의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어 미당에 대한 '강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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