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 | [새책 및 새비디오]
【새책】
문화저널(2004-02-19 13:31:21)
{미란}
소설가 윤대녕의 새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이번 소설은 속물 남성의 사랑기.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나'는 영낙없는 속물이다. 사랑을 찾았으나 그를 부정하고, 일상에서는 어디까지나 안전한 삶을 꾸리기 위해 허위의식도 마다않는 자, 그런 한편 끊임없이 어디에도 없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존재, 이런 점에서 '나'는 현대적 속물인간의 전형이다. 어느날 미란이란 여성을 만난 한 남자의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공식을 만들고 싶어한 것으로 보이지만 소설이 주인공의 속물됨을 비켜가지 않는 것이 작가의 전략이다. .
주인공은 어디에서도 자신을 직접 대면하지 못한다. 이런 존재, 이런 자의 사랑이 어떤 모습인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틀거리를 놓고 있다. 이번 소설은 윤씨의 소설이 최근‘사슴벌레 여자’등의 소설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윤대녕 지음/문화과 지성사 펴냄
{고대문명교류사}
단순히 동양과 서양의 단선적 교류가 아닌 문명교류사를 담은 책이 나왔다.
저자는 송대와 원대 그리고 명대의 기록에 나오는 동서양 범위의 변화를 꼼꼼히 추적하며 지금의 근세적 동서양 개념의 잣대만으론 인류의 문명교류를 이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통로와 민족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역동적인 문명교류의 실제를 드러낸다. 그는 이 과정에서 중국에서 끝나는 오아시스로의 동쪽 경계를 한반도로 연장시키고, 소외됐던 스키타이나 흉노와 같은 유목기마민족을 고대문명교류사의 주역으로 포함시켰다. 특히 문명교류의 정치적·민족사적 설명 부분은 흥미진진하다. 두 책에 실린 자세한 연표와 색인은 문명교류사와 관련해 변변한 참고자료 하나 없는 우리 학계에 중요한 자료다.
정수일 지음/사계절 펴냄
{作家 일흔일곱의 풍경}
삼십여 년 간 신문사에서 보도사진을 찍어 온 한영희 씨가 지난 이 년여간 만나 온 우리 시대 문인들을 담아냈다. 김영하, 하성란, 한강에서부터 김구용, 박경리, 피천득에 이르기까지 2000년을 전후로 우리의 시대정신에 개입해 온 일흔일곱의 ‘한국문학의 안면(顔面)들’이 바로 이 사진집의 주인공.
초상사진첩이 아닌, 작가들의 문학이 발원하는 생활 주변, 즉 글쓰기가 행해지는 서재, 그들의 생활이 이뤄지는 집과 방안, 그들의 문학적 감성을 자아내는 주변 자연환경 등이 잘 어울려 하나의 '문학적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록 작가들이 자신의 문학적 성격을 대표할 수 있는 짧은 글을 새로 쓰거나 기존 작품에서 발췌해 이를 사진과 함께 볼 수 있다.
한영희 지음/열화당 펴냄
{바늘}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예작가 천운영의 첫소설집.
표제작 「바늘」은 문신시술을 하는 여주인공 화자와 그녀의 홀어머니, 그리고 거세된 남성성을 상징하는 암자의 주지승, 강인한 남성적 힘을 갈망하는 청년이 주지승의 살해사건을 둘러싸고 긴장감있게 사건이 전개되는 가운데, '제도화된 여성성과 거세된 남성적 문화를 돌파하는' 특유의 힘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함께 실린 단편, 아버지가 떠나간 먼 바다를 항상 그리워하는 주인공을 아내의 연민이 넘치는 시선으로 그린 「당신의 바다」, 맹목적으로 달려들던 지긋지긋한 여자가 사라지자 오히려 그녀의 빈자리를 그리워하게 되는 남자가 등장하는 「등뼈」등 상실의 아픔과 존재에 대한 갈망이 잘 드러나는 단편들로 구성됐다.
천운영 지음/창작과 비평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