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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 | [문화저널]
【특별꼭지】 나무보다 숲을 보는 능력이 필요했다 2001 전주세계소리축제 평가단 공청회
김회경 기자(2004-02-19 13:23:35)
2001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뚜렷한 목표와 정체성을 세우지 못해 세부 프로그램이나 행사의 내용이 방향성 없이 표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같은 내용은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와 백제예술대 문예진흥센터, 시민행동 21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2001 전주세계소리축제 평가단에 의해 제기됐다. 평가단은 지난 11월 23일 도 2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2001 전주세계소리축제 평가 공청회를 열고 조직 및 구성, 홍보 및 관객유치 활동, 웹사이트, 관리 및 운영, 재정, 프로그램, 관람객 조사 등에 걸쳐 134페이지 분량의 평가 초록을 내놨다. 이날 공청회는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한 최종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기에 앞서, 평가 작업의 방향과 개선점을 검토하고 보완함으로써 최종 보고서에 적용시키기 위한 '평가에 대한 평가'의 자리. 평가단은 이 자리에서 "평가서가 이번 축제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단순한 주민축제가 아닌, 세계를 향한 축제인 만큼 그에 걸맞는 기준으로 엄정하고 상세한 비판과 평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평가단의 연구 책임자인 이정덕 교수는 "이번 평가단의 작업이 앞으로 소리축제가 2회, 3회 꾸준히 발전해 나가는데 객관적 데이터로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작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공청회에는 시민행동21 이종진 문화센터 소장과 강남진 백제예술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으며, 문화평론가 문윤걸씨와 지평선축제를 기획한 함지인씨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발제와 토론, 방청석 질문 등이 활발히 오갔지만, 정작 전주세계소리축제를 기획한 기획국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아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프로그램을 제외한 평가단의 전체 입장을 발표한 이 소장은 조직 및 기구의 문제점을 집중 거론하면서 축제의 방향이 흔들린 것이나 효율적인 운영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이원화된 조직체계에서 기인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평가서를 기초로 "예술총감독을 중심으로 한 기획국의 압도적인 권한 부여로, 행사 전반에 대한 의견과 전문성을 담보해 줄 상임위원회와 연구위원회의 역할이나 활동이 무력화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전반적인 기획이 산만하고 지역 내 목소리를 반영하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과 지역의 이분화된 조직체계가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두 기구간 갈등을 야기함으로써 전반적인 행사 운영을 원활하게 하지 못한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사무국과 기획국으로 분리되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결국 축제 홍보를 위한 이미지 통일을 이끌어내지 못해 관객유치 활동에도 비효율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또 "총 사업비가 43억원에 달했지만, 정작 프로그램에 편성된 비용이 전체 예산의 30%에 불과, 행사의 질을 높이는데 적잖은 문제점을 낳았다"며 "특히 국악이 전체 프로그램에서 60%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책정된 예산은 전체 프로그램 예산의 17.5%인 2억5천만원에 그쳐 전북의 소리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축제의도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단의 입장을 발표한 강 교수는 이번 소리축제가 공연예술제인지, 축제였는지에 대한 개념 설정을 명확히 하지 않아 행사 내용에 있어서도 많은 아쉬움과 한계를 낳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발제를 통해 "어린이 소리축제, 제의와 영혼의 소리, 국악신인무대 등은 뛰어난 기획으로 이번 축제에 상당한 공을 세운 프로그램이었다"고 평가한 뒤 "그러나 축제의 주제를 담아낼 메인 공연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못했다는 점이나 기획공연의 부재, 공연 해설의 충분한 해설 부족, 거리 퍼레이드의 질적 수준 저하 등은 전체적인 축제의 품격과 위상을 저해한 요소였다"고 분석했다. 평가단의 이번 보고는 조사와 분석을 실시한 각 분야 8명의 전문가들과 보조 연구원 68명이 참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 분석이 가능했지만, 정작 축제를 바라보는 평가단의 거시적 관점이나 축제에 대한 가치평가가 결여돼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토론자로 나선 문화평론가 문윤걸씨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본인에게 맡겨진 항목에 대해서는 매우 세분화되고 구체적인 평가를 진행했지만, 평가단 전체의 합의나 입장을 읽어내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단순한 기술적 진행의 문제를 짚어주는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축제 전반의 전략이나 전문성을 보는 능력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평가단은 이에 대해 "행사의 슬로건 자체가 '소리사랑 온 누리에'라는 모호한 주제였기 때문에 축제에 대한 전체 틀거리를 어떤 잣대로 평가해야 할지 난감했던게 사실"이라며 "시간과 자료협조, 관계자와의 접촉상의 한계도 이번 평가를 제대로 진행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평가단의 활동은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가 객관적인 인물을 엄선, 직접 행사 평가를 의뢰함으로써 기존 축제와는 차별화된 노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졌지만, 기획국 관계자의 불참이나 숲을 보기보다는 나무를 보는데 치중한 평가단의 조사작업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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