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 | [문화저널]
【특별꼭지】
가장 한국적인 축제로의 성공 가능성 높지만…
2001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평가토론회
황경신 기자(2004-02-19 13:22:40)
총 15개의 프로그램을 통해 2001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다녀간 관람객수는 총 24만명. 일
반인들에게는 다가서기 힘든 '서예'라는 전문적인 예술장르가 낳은 결과로 보나 여타의 세계
행사를 표방한 지역의 축제로도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이뤄냈다.
"가장 한국적인 축제로 성공 가능성이 돋보였지만 조직과 운영이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 2001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 대한 전문가와 관객들의 전반적인 평가다. 프로그램
이나 행사의 의의에서는 후한 점수를 얻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과 운영은 많은 부분
부족했다는 평가다.
10월 6일부터 11월 5일까지 진행된 '2001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평가토론회가 지난 11월 21
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중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평가토론회는 전문가 평가에 서예평론가 김병기(전북대 교수)씨, 월간 {까마} 편집주간
손인식씨, 문화평론가 문윤걸씨와 원광대 서예과 선주선 교수, 전북제일신문 문화부 이상덕
기자가 토론자로 참석, 의견을 나눴다.
서예비엔날레의 의의 및 정체성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김병기씨는 서예비엔날레 전북 개최
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서예의 종주국은 중국이지만 서예가 일상에서 사용되는 시
대가 지난만큼 서예는 중국, 일본, 한국 모두에서 독립된 장르의 예술로 다시 태어난다"며
"일찍이 그 명성이 높았던 전북에서 개최되는 것은 당연한 일임과 동시에 전북이 세계서예
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평가 발제를 맡은 손인식씨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모든 참여자와 한국서단,
세계의 서예인에게 하나의 좋은 거울을 제공한 셈"이지만 "전시행사는 서예가 중심, 이벤트
행사는 관람객 중심으로 치러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전시행사 규모를 현재 수준의 절반 정
도로 줄이되, 행사의 차별화와 홍보 등 질적 측면을 강화하는데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고 평가했다.
문윤걸씨는 조직 및 운영에 대한 평가에서 "현재의 조직운영은 프로그램 규모에 비해 인력
이 턱없이 부족한 '방어적 운영'이었다. 문화축제로 발전하기 위한 역량 집중을 위해서는 창
조적 모험이나 적극적인 분야별 활동, 각 부문 전문가의 영입 등을 통한 '공격적인 운영'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원광대 선주선 교수는 "비엔날레가 가장 고전적이고,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서예적인 것을 중심으로 부대적인 것을 갖춰 나갈 때 발전하리라 생각된다."며 "관객들을
위해서 현대서예라든가 응용서예로 치중되다 보면 본질이 퇴색할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고
발언, 가장 한국적인 고유서예의 세계화라는 기치를 절대 희석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손인식씨 역시 "과거의 서예가 갖고 있는 격식을 이 시대에 알맞게 풀어내느냐, 그것을 풀
어내는 하나의 마당이 비엔날레라고 본다. 그것을 풀어낸다고 할 때 작가들이 작품을 전혀
모르는 사람의 수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바탕으로 작품을 이해시키고 다가가도
록 해야한다"며 서예의 본질을 지켜가며 현대에도 끊임없이 생산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양면성을 어떻게 비엔날레가 이뤄내야 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김병기 교수는 "응용이냐 전통이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단결의 문제라고 생각한
다"며 "관객이 없더라도 투자를 해서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가야한다"고 말했으며
이상덕씨 또한 "서예비엔날레가 자리를 굳혀가기 위해서는 격년제 행사인 만큼 빠른 예산
지급으로 행사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는 행정집행의 융통성을 발휘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주제별 평가에서 가장 한국적이고 내용성에 있어서 내실있는 행사로 진행이 됐
지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서예인들을 넘어 '문화축제'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좀더 다
양하고 전문적인 역량을 집중시켜 행사에 관한 기획, 홍보 등 운영 실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세계적 예술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관객설문조사에서 응답자(1천명 대상, 회수 설문지 9백17부)들의 약 90%가 '그렇다'고 평가.
이러한 평가는 현지인 보다는 외지인쪽에서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연령별로는 30세이
하의 젊은 연령층을 제외한 다른 연령층 모두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행사의 전반적
인 진행과 홍보에서는 그 만족도가 행사 개최의 의의나 프로그램 만족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2001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전문가 평가와 관객 평가 모두 매우 전문적인 행사인데도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었다는데 큰 이의가 없다. 하지만 행사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행사의
취지나 의미에 대한 평가, 그리고 이 행사의 세계적 예술제로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평가
보다 낮게 나왔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객들의 후한 점수만큼 조직위가 풀어가야 할
과제는 그만큼 더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