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 | [문화저널]
【먹거리 이야기】
진정한 미식가가 필요하다
김두경 서예가(2003-04-07 09:51:02)
지금 세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외식문화가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도 이에 뒤질세라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선두그룹에 속해 있는 줄 안다. 거리거리 음식점이요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면 반드시 ××가든 이라는 것이 자리잡고 앉아 있으니 선두 중에 선두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곳에는 반드시 앞서 가는 사람들의 잘 생긴 자가용 차 들이 즐비한 경우가 많다. 몸에 좋고 맛있는 것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찾아가고 값이 비싸고 싸고는 문제삼지 않는다. 그 것이 하느님 똥이라도 찾아먹으려 하고 계를 묻어서라도 먹고야 만다. 배움이 많고 적음은 전혀 상관없이 돈이 많고 적음에만 구애받는다. 많이 배우고 돈이 많은 사람 일 수록 새롭고 맛있고 몸에 좋은 것을 더 많이 찾아다니고 더 먼저 먹는다. 더 먼저 더 많이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사는 것을 흉내라도 내며 가랑이 찢기에 여념이 없다. 문화도 예술도 생각 할 겨를이 없고,. 진리도, 환경도, 누구도, 무엇도 생각하지 않는다. 곳곳에 진리요 일마다 수행(處處佛像, 事事佛供)이 아니라 곳곳에 음식점이요 일마다 먹자판인 세상인데도, 진정한 미식가는 하나도 없다. 왜 없는가 진정한 미식가는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높은 안목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이란 단순히 몸을 기르고 맛을 즐기는 물질이 아니라 정신과 육체를 아울러 주는 최고 수준의 종합예술이기에 그렇다. 음식에서 이런 멋과 맛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그 멋과 맛을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미식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미식가는 문화, 예술, 의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 전반에 관한 폭넓은 지식과 안목을 갖추어야하며 몸과 마음이 발라야한다. 몸보신을 위해서나 단순히 맛을 즐겨 찾아다니는 수준은 식도락이며 그것은 진리에 뜻을 두지 않고 사는 잡놈이나 할 짓이다.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놀아서 어지러운 세상이다. 높은 안목은 지닌 진정한 미식가가 필요한 시절이라 생각된다.
※ 자칭 미식가라고 생각하는 분들 다같이 만났으면 싶습니다. 앞서 말한 그런 진정한 미식가는 아직 못 될지라도 최소한 전주의 멋과 맛을 바로 세우는 모임이 필요한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뜻있는 분들의 적극 동참을 바라며 문화저널 전화 273-4823~4824번을 열어 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