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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8 | [문화저널]
【이곳에 가면】 '골라 주는' 고집쟁이 사장이 있어 즐겁다 어린이 전문서점 '초방'과 '행복한 거북이'
김회경 기자(2004-02-19 12:12:42)
화려하고 감각적인 것들이 끊임없이 눈과 귀를 유혹하는 세상이라지만, 소박한 책 한권이 풀어놓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와 그것이 남겨주는 긴 여운과 감동에 비할까. 스폰지처럼 무엇이든 그대로 흡수한다는 어린이들에게 한 권의 책이 가져올 위력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 손잡고 괜찮은 어린이 전문 서점에 들러 좋은 책을 만나게 해주는 것도 의미 있는 여름 나기가 될 듯 하다. 최근에는 어린이 서점도 대형화, 기업화하면서 대형할인서점이나 대여점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괜찮은' 전문 서점 찾기도 그만큼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윤 보다는 '좋은 책' 엄선에만 공을 들여온 전주 '초방'(대표 노효은 251-2889)과 군산 '행복한 거북이'(대표 조성옥 463-2591)는 나름의 색깔을 잃지 않는 대표적인 어린이 전문 서점이다. 할인서점이니, 인터넷 판매니 독자들에겐 저렴한 가격에 '골라 보는 재미'가 톡톡해 졌지만, 이 두 서점은 이런 대세로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돈 되는' 전집 판매보다는 구하기 어렵고 마진이 적더라도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고 싶다는 '옹고집' 때문이다. 할인 혜택은 없지만, 고집쟁이 사장의 세심한 배려와 양질의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이 두 서점이 가진 최대의 경쟁 무기. 이곳에 오면 적어도 손에 잡히는 대로 '골라 잡아도' 후회할 일은 없는 셈이다. '행복한 거북이'는 군산의 '동화 읽는 어른 모임'에 작가를 섭외해 주거나 행사 진행에도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 회원들이 행복한 거북이에 들러 토론거리나 토론할 책을 정하는 것도 좋은 책이 눈에 쉽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운영난 속에서도 나름의 고집을 꺾지 않는 두 사장의 철학이나 마인드는 한결같다. "마진도 없고 이윤도 거의 없지만, 좋은 책을 주문하고 골라주는게 전문 서점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책만 파는게 아니라 제대로 된 어린이 문화를 일구는 문화사업의 하나로 보기 때문이죠." 시중에 나온 천편일률적인 책들을 값싸게 파는 것 보다는 좋은 책을 찾고 좋은 작가를 발굴하면서 후원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초방'과 '행복한 거북이'. 비록 더딘 거북이 일지라도, 성실하고 꾸준하게 좋은 책 만나는 기쁨을 안겨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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