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8 | [문화시평]
한계 떨쳐내고, 가능성을 가꾼다면
제5회 전북청소년연극제
최솔/ 1958년 익산에서 태어났다. 극작가·연출가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2004-02-19 12:02:56)
'전북 연극의 새로운 미래'라는 표제와 함께 '그래, 우리들의 꿈을 펼치자'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7월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멀리 무주, 부안, 정읍에서부터 가까이는 익산, 삼례, 그리고 전주에서 여학교 7개교, 남학교 1개교의 8개팀의 연극반이 열띤 경연의 제5회 전북청소년연극제를 전북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성대하게 막을 열었다.
풋풋한 싱그러움이 초여름을 뜨겁게 달구어낸 이번 축제는 예년에 비해 참가팀이 다소 적었지만, 그 열기만큼은 예년보다 훨씬 뜨겁고 활기에 차있었으며 푸르름이 물씬 묻어나는 청소년들의 땀과 열정이 가슴깊은 감동으로 생생하게 다가온 모두의 연극축제였다.
무엇보다도 관객동원과 공연준비 등 축제집행에 있어서 치밀한 기획으로 성공적인 축제로 이끌어낸 전북연극협회의 성과는 청소년연극제가 문화상품으로의 미래가 있는 진정한 축제로서의 가능성도 보여 주었다.
출품작들을 매일 관람하고 심사하면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처럼 건강하고 밝은 정서가 있구나!"하는 환희의 감동을 느끼면서, 또 다른 한편으론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마음을 무겁게 눌러 왔다.
참가 8개팀 중에서 심사위원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가장 우수한 종합점수를 받은 작품은 3개팀의 공연으로, 작품선정에서부터 연극반원들의 연극적인 앙상블과 기술적인 표현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다른 5개팀의 공연은 작품에 대한 열정과 의지는 있으나 근본적으로 연극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 기술적인 표현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연극은 말 그대로 연기라는 기술을 극 형태로 표현하는 예술행위이다. 성악이나 악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음악적인 기술인 음계를 익히고 이를 정확하고 바르게 표현하는 기술을 공부하고서야 비로소 독창적인 형태의 표현행위를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연극은 아직은 교육현장에서 교과목이나 교양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지않은 상태이며 실제로 교육현장에 적용할 커리큘럼조차도 이렇다하게 검증되어 교재화되어 있지 않아서 기술적인 습득이나 연구가 열악하고 한계에 있는 것이 우리의 연극이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도 우리의 청소년들이 그래도 연극이라는 행위의 형태를 공부하고 이를 무대에 표현하는 이번 연극제를 보면서, 한편으론 참으로 대견하고 흐뭇한 마음에 뿌듯함을 느끼면서, 또 다른 한편으론 저처럼 건강한 정서의 청소년들이 연극이란 무엇이고, 연극적인 표현의 기술은 무엇인지를 좀 더 정확하고 바르게 알았더라면, 저들이 지금 보여주는 연극행위가 훨씬 더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루면서 연극예술이 빚어내는 극적인 감동과 문화의 창조적 충격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심사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사실, 일선학교에서 연극반을 맡아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연극을 정공하지 않았음에도 나름의 열과 성을 다한 연극지도와 행정적 지원을 하지만, 전자에서 말한 것처럼 연극전문 지도교사나 연극교육에 대한 커리큘럼이 부실한 상황에서 연극반을 제대로 교육하고 지도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은게 일선학교 연극반의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찍부터 연극을 교과목으로 채택하여 학습에 활용하는 서구의 선진교육 시스템에서 보듯 창조적인 자기표현을 직접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고 경험하는 연극이야말로 우리의 교육현장에 필히 도입해야할 과제로서, 이에 참가자인 학교와 학교 연극반과 학생들, 그리고 축제를 집행하는 전북연극협회에 전북 청소년연극제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과 미래지향적인 연극축제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제안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연극반 학생들은 먼저 연극의 기술적인 기본을 공부해야 한다. 연기, 무대연출, 조명, 음향, 무대미술, 의상, 소품, 분장 등 연극전문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음계를 모르고 노래하는 것과 똑같은 무지를 범하기 때문이다.
둘째, 청소년 연극반에 맞는 작품선정의 혜안을 가져야 한다. 주제와 극적구성과 캐릭터가 청소년들의 정서와 표현적 가치에 합당한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 단순히 청소년문제만 부각하고 이에 대한 희망이 없는 작품은 또 다른 편협된 양극화의 극단적 정서를 만들기 때문이다.
셋째, 일선 학교 연극반과 집행부인 연극협회의 유기적인 협조체계이다. 작품선정에서부터 지도인력 파견과 이에 대한 재정확보, 무대공연의 기술적인 지원까지 긴밀한 유대관계만이 준비된 축제를 만들 수 있다.
넷째, 집행부인 연극협회는 청소년을 위한 연극발전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우선 공연대본의 다양한 선정을 위해 대본은행을 운영해야 한다. 이는 기존작품의 각색이나 새로운 창작극을 발굴 선정 보관함으로써 학교 연극반에게 양질의 청소년 연극을 만드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문적인 연극기술을 가르치고 훈련시킬 지도인력 확보이다. 학교연극반에 정확한 연극기술도 가르쳐주지 않고 무대공연만 강요한다면 진정한 정서적 충격과 감동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연극반 지도교사를 위한 워크샵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 나침반을 바르게 사용하는 선장만이 항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전 예심제를 통한 양질의 공연으로 연극제를 운영해야 한다. 이는 대외적으로 관객의 신뢰도와 보다 미래지향적인 연극축제로 전통과 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상과 같은 제안을 하는바 모쪼록 참고가 되어 보다 나은 청소년연극제를 위해 서로가 하나되어 진정한 축제의 한마당이 되기를 기원한다.
전북 청소년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성대하게 막을 내린 제5회 전북청소년연극제가 청소년과 우리 모두에게 사랑받는 소중한 재산이요, 보배로서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면, 전북연극의 새로운 미래로서 슬로건처럼 미래를 향한 힘찬 꿈으로 영원히 펼쳐질 것이다.
thetoji@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