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1.12 | [건강보감]
산후조리원 이대로 좋은가
두재균 전북대 교수*산부인과(2003-04-07 09:40:45)
필자가 산부인과 의사로서 이해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산모들은 아이를 낳고 난 뒤에 왜 산후조리에 그토록 유난스러운가 하는 점이다. 옛날 할머니들은 당신이 무엇을 안다고 그런 말을 하는가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기사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는 임신과 분만에 대한 모든 부분을 삼신할머니가 관장하였다고 했다. 그런데 삼신할머니가 어떻게 생겼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그저 애 낳고 바람 쐬면 산후풍에 걸린다고 이불로 꼭꼭 싸매고 문틈마저 창호지로 막아서 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 고작이다. 물론 새끼줄로 금줄을 만들어서 이 집은 애 낳은 산모와 신생아가 있는 집이니 출입을 삼가라는 표시를 한 것은 산모와 신생아의 감염을 막기 위한 하나의 지혜였다. 전염병과 면역의 개념이 확실하지 않던 시절에 실시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선인들의 슬기로움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왜 애를 낳은 산모는 바람을 쐬면 안 된다고 했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의학적인 면에서 우리 보다 앞선 서양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산후조리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 낳은 산모가 빨리 바깥생활로 움직일수록(early ambulation) 더욱더 좋다는 것만 강조될 뿐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산후조리원 문제가 자뭇 심각하다. 과거에 산후조리원 문제와 유사한 일이 하나 있었다. 예전에는 안경점에 청소나 하는 점원으로 취직해서 어깨 너머로 안경 만드는 것을 배웠으면 학력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안경점을 차릴 수 있었다. 오늘날 전문대학에 안경학과가 생기고 안경사 자격증을 가져야만 안경원을 개업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것이 불과 10년 내외의 얼마전이라면 믿을 수가 있겠는가? 이제 산후조리원도 안경점과 같은 전철을 밟는 것 같다. 산후조리원이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영업을 할 수 있는 자유업이라는 것이 옛날 안경점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현재 보건사회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시설 책임자의 2/3가 비 의료인이라고 한다. 이들이 어떻게 전문적 의학지식이 요구되는 신생아들의 전염병 문제와 산모들의 건강을 돌 볼 수 있다는 말인가? 최근에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3명이 숨졌다고 해서 언론이 떠들썩하다. 그동안 무심했던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상기시키면서 법제화하기 위한 전초를 밟고는 있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아무리 전통적 개념에서의 산후조리라고는 하지만 우리도 이제는 산후조리에 대한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산후조리가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서 살펴볼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산후조리원이 존재하여야 한다면 산후조리원 설치에 대한 기준과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먼저 만들고 나중에 뒷북치면서 수정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처음부터 단추를 잘 꿰어야 하지 않겠는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