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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8 | [저널초점]
전북인 동산, '첨탑' 위에 서다
문화저널(2004-02-19 12:01:29)
"나는야 전북인", 그러나 대표 인물 애매하다 전북인 동산 조성을 위한 공청회 조사 보고 글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 "전북을 빛낸 인물은 누굴까?" 지난 7월 3일 전라북도의 용역을 얻어 실시한 '전북인 동산 조성을 위한 공청회' 자리에서 흥미로운 도민의식조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전북도가 당초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부지에 건립, 추진키로 계획했던 전북인 동산 조성 사업을 위한 도민들의 기본적인 의식 조사로, 전북에 대한 개괄적인 이미지와 시대를 초월한 역사전 사건 또는 인물에 대한 도민들의 의견을 물어 반영한 것이다. 조사 작업을 실시한 사회학 박사 이성호씨(전북대 강사)와 원도현씨(원광대 강사)는 결과 보고를 통해 "일반적으로 전북은 인재의 고향이라고 불렸으나 실제로 누구도 이의없이 전북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거인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이번 전북인 동산 조성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조사 작업은 전라북도 거주 20세 이상 남녀 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일반 도민들과 학계, 언론계, 정치계, 상공인 등과 재경인사 등 별도의 전문가 조사를 진행, 분석했다. 최대표본의 허용오차 ± 5%의 신뢰수준을 갖고 있다. 이날 발표된 조사 보고서를 기초로 전라북도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인물에 대한 도민들의 의식을 정리했다. 전북인의 정체성과 사회문화적 특징 도민들은 고장에 대한 귀속감은 매우 높은데 반해, 그에 따른 스스로의 자긍심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령과 거주기간이 높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나는 전라도 사람" 이라는 귀속감(약 85%)은 비교적 높은 반면, 이에 대한 자긍심(약 58%)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평소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있다" 약 40%, "없다" 약 60%)에는 연령이 낮고 거주기간이 짧을수록, 그리고 학력이 높을수록 이주 희망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를 원하는 이유로는 문화혜택(31.4%)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교육(20.4%)과 소득(16.9%) 등이 뒤를 이어 연령이 낮거나 고학력자 일수록 이주를 통해 소외감을 극복해보려는 의지가 매우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민들은 전북을 전통과 문화예술의 도시로 인식하고 있으며, 전통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북을 대표할 수 있는 특징으로는 문화예술(40.4%)과 역사 및 전통(33.8%)을 들고 있고, 응답자의 60% 이상이 전라북도가 전통적인 곳이라고 답해 전북의 정체성을 전통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향후 전북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통의 보존이나 개발이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0% 이상이 적극적 개발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전문가층은 일반 주민에 비해 전통의 보존에 찬성하는 비중이 약간 높게 나타났다. 전북의 역사와 문화, 상징과 이미지 전북인의 기질을 다소 수동적이고 소극적임에도 불구하고, 낙천적이고 보수적이라고 평가한 도민들은 전북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크게 저항과 수난, 문화예술, 전통농도 등에 고른 점수를 주었다. 전북에 대한 추상적 이미지는 조용하고 풍요롭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있으나 '소외'라는 이미지에도 높은 응답률을 보여, 전통 농도로서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대신, 산업화로 인한 낙후성과 소외감도 만만치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문화예술과 전통에 대한 보다 구체화된 개념으로 '예향'에 대한 자부심을 묻는 질문에는 일반 도민의 70%, 전문가의 90% 이상이 "전북은 예향" 이라는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 <표1> 그러나 예향이라는 사실에 대한 만족도는 일반 도민과 전문가 모두 앞서의 결과보다 각각 10% 정도 낮은 수치를 보인데 이어, 지역문화의 발전방향에는 전통문화(48.0%)와 현대문화(43.0%)가 팽팽한 무게중심을 이루고 있다. 다만, 전문가층의 경우 전통문화의 계승·발전(82.0%)에 압도적인 힘을 실어놓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문화발전과 도시 미래에 대해 실질적인 여론주도층이라 할 전문가와 일반 도민들 사이의 견해차이를 드러내는 것으로, 앞으로 전라북도의 문화 정책과 발전안을 도출해 내는데 신중한 접근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일반 도민들은 특히 전통 도시로서 이를 계승·발전시키길 원하는 동시에, 보다 적극적이고 현대적 의미의 개발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데 공통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북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축제'와 '전라북도의 위상 제고에 가장 효과적인 축제'를 묻는 질문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엿볼 수 있다. <표2·3> '전북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축제'로 전문가와 일반 도민들 모두 압도적으로 '소리축제'를 지지한데 반해, '전북의 위상 제고에 가장 효과적인 축제'에는 다소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일반 도민들은 월드컵(43.8%)을 도시 위상 제고에 가장 효과적인 축제로 내다본데 비해, 전문가들은 소리축제(34.0%)를 최우선으로 꼽아 도민들은 외부적 효과를 얻는 데에는 보다 현대적이고 지명도 높은 축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의 이미지와 상징물 지금까지의 조사가 전북지역에 대한 상징적 이미지와 문화적 발전 방향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이라면 ▲ 전북의 이미지와 상징물 ▲ 전북을 빛낸 인물 부문에서는 이번 '전북인 동산 건립 사업'에 대한 기초 의식과 구체적 의견을 묻는 질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북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세우자는 의견에는 일반 주민과 전문가 모두 60% 이상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저 그렇다"거나 "필요 없다"는 응답률도 고령자일수록 높았고, 전문가층도 39%가량이 비교적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표4> 이같은 부정적 시각은 지역의 전통성이 역사와 문화 속에 충분히 녹아있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징물의 주제에 관해서는 전문가의 경우 역사적 사건(46.0%)을, 일반 주민들은 특산물(31.4%)을 꼽고 있다. 이 가운데 인물에 대한 의견은 전문가 10%, 일반 주민 15.8%로 비교적 낮은 수치를 기록해 주목할만 하다. 역사적 사건 가운데에는 동학농민운동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으며, 상징물에는 '전북의 정신'이 표현돼야 한다고 답했다. <표5> 이 부분에서 조사 작업에 참여한 이성호 박사는 "그간의 상징물이 순수한 예술적 형상화보다는 정치적 의미를 훨씬 많이 내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역 주민들은 충분히 알고 있다고 여겨진다"고 밝히고 있다. 전북을 빛낸 인물 조사자들은 인물에 관한 조사는 기초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부터 객관성과 엄정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전제하고 있다. 전문적 견해 속에서 인물이 갖는 역사적 위치와 대중적 지지도나 인지도 사이엔 적잖은 괴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징물을 세우는 데도 전문가와 일반 주민들은 '인물'을 활용하는데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낮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만 하다. 일반 주민과 전문가들은 전북지역에서 인재를 가장 많이 배출한 분야로 한결같이 문화예술을 꼽았으며, 이 가운데 전북을 빛낸 인물로 신재효와 서정주 등이 높은 점수를 얻었고 뒤를 이어 김소희와 강암 송성용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부문을 총체적으로 아울러 '전북을 빛낸 인물'을 꼽는 데에는 전문가와 일반 주민 사이에 전봉준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어, 각종 매체를 통한 인지도 확보가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표6> 주목할 만한 것은 전문가와 일반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문화예술분야에서 가장 많은 인재가 배출됐다고 응답했으나, 구체적인 인물평가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전문적 역사 평가의 기준과 일반인들의 인지도 및 지지도 사이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전북의 상징물을 세우는 일이 단순히 산술적 순위를 매겨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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