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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8 | [문화저널]
【먹거리 이야기】 휴가와 복 대림, 그 근본을 새긴다면
문화저널(2004-02-19 11:57:24)
지리한 장마도 끝나고 무더위가 계속 됩니다. 더위를 피하러 가는 길이 더위를 마중하는 길이 되어도 산으로 바다로 떠나고 봅니다. 고생길인줄 짐작하면서도 혹시나 하고 모두들 떠나고 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데는 휴가를 떠나거나 보양식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절대적 피안이라도 있는 것처럼 산으로 바다로 떠나고, 샘솟는 힘을 얻을 것처럼 잘 먹으려 합니다. 살아가는 힘을 얻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고, 휴식을 위해서 떠나기도 해야겠지만 무작정 떠나고 무작정 먹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같이 분주한 시절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떠나야만 된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진정한 휴식이 되고 잘 먹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진정으로 잘 먹는 것 아닐는지요. 우리 조상들이 삼복더위에 복대림을 하는 뜻은 물질적 영양도 영양이지만 함께 정을 나누려는 것이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처럼 삼계탕이나 개수육을 원없이 놓고 먹는 것이 아니라 사람 수에 따라 물만 더 붓는 멀건 삼계탕이나 개장국일지라도 시절이 왠지 더 정이 깊었으리라는 생각이 안 드시는 지요.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물질적 풍요를 귀하게만 여기지 않았습니다. 비록 물질적 풍요가 있더라도 항상 절제하여 마음을 다스리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검약이 물질을 쌓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 풍요를 위한 검약이었고 수신을 위한 검약이었습니다. 휴가도 그렇습니다. 지금처럼 날리 법석 떨지 않았다고 산수간에 노닐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멋지게 놀았습니다. 자연을 지배하거나 짓밟으면서 노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놀았습니다. 내가 즐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교감하고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것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전해 줄 수도 없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판단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아무런 과정이 없이 풍요에 떠밀려 가고 있음을 볼 때 더욱 걱정스럽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즐기기에 바쁘고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찾아먹는 어른들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을 볼 때도 그렇게 생각됩니다. 건강한 사회라면 독서와 관조로 휴식하는 것에 가치를 높이 두고 여력으로 휴가를 즐기는 사회라 생각해봅니다. 신나게 놀더라도 근본을 떠나지 말고 맛있게 먹더라도 근본을 생각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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