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6 | [문화저널]
신청자격완화, 경영력 입증 어렵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민간위탁 선정작업 재개
글 장세길 문화저널 기자(2004-02-19 11:27:59)
지난달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민간위탁 우선협약대상자로 선정된 중앙공연문화재단에 대한 도립국악원의 거센 반발로 전북도에서는 예술단을 제외한 시설 운영만을 위탁 하기로 결정, 전북도는긴급 재공고에 나서 이달말까지 심사를 완료, 계획대로 7월 1일부터 위탁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격에 관한 적법성 여부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됐던 중앙공연문화재단측은 여러차례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도 밝혀진 바 비영리 재단으로서의 자격여부와 재정능력을 검토할 구비 서류 미비, 신생단체가 그 이전의 경력을 고용승계할 수 없다는 법적 근거에 기인해 무효화되면서 재공고에 들어갔다.
더불어 심사를 거친 대상자에 대한 의회의 승인절차가 위탁업무를 추진하는 전북도 집행부에 대한 월권 행위라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도의회의 승인절차가 삭제, 이번 공고와 심사를 거쳐 선정된 대상자에 대한 별도의 승인절차가 철회됐다.
전북도는 지난달 23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민간위탁 대상기관 긴급 공개모집 공고를 내고 민간수탁자 선정작업을 재개했다.
도는 이번 공개모집 공고를 통해 소리문화의 전당과 예술회관을 민간위탁 대상 시설로 정했으며 응모자격을 문화예술과 관련이 있거나 이와 유사한 비영리 법인 및 단체로 한정했다.
또한 시설의 연간 위탁금액(예정가격)을 30억6천9백만원으로 제시하고 공개모집에 응모를 희망하는 법인 및 단체는 협약보증금 1억5천4백만원 이상을 구비서류 제출시 납부토록 했다.
위탁운영 조건과 관련, 도는 위탁 시설중 공연장과 전시장은 연간 일수의 20% 이상을 문화예술관련 공연 및 전시행사로 사용토록 했으며 공연장, 전시실은 연간 운영일수의 30% 이상을 도민들의 문화예술 창작활동에 우선 대관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도의 이번 공고 내용은 수탁희망 단체 및 대표자의 소개서와 경력자료, 문화예술 활동실적 등의 자료를 필수서류가 아닌 검토서류로 제출토록 해 향후 수탁기관 선정과정에서 또한번의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결국 이번 재공고 내용은 지난 일련의 사태를 치르며 전북도가 수차례 문제로 지적을 받았던 부분을 삭제 또는 완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수탁 희망 단체의 경영력과 문화예술활동 경력에 대한 법적인 서류를 통한 선정작업이 훨씬 수월해진 것이 사실이다. 1차 공고에서 필수서류였던 활동 경력과 세무사가 발행한 3년간의 재무재표 등의 서류가 검토 서류로 전환되거나 제출서류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다.
도의 이러한 완화된 내용의 재공고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최에 맞춰 하루라도 빨리 소리문화의 전당 운영 실무에 들어가야 하는 급박한 상황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원액의 규모나 전라북도라는 시장성에 비해 규모가 메머드급인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운영을 맡을 의향이 있는 희망 단체는 재공고에서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한 가운데 신청 자격 완화는 중앙공연문화재단에게 다시한번 기회를 주기위한 도의 의도로 비춰진다는 시선도 외면하기 힘들다.
또한 이유야 어찌됐든 도립예술단이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 소속되지 않게 된점도 새로운 민간위탁에겐 반가운(?) 소식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57억원의 예산으로 100여명의 예술단을 운영하기란 불가능했고, '구조조정'이라는 무리수를 던질 수 밖에 없었던 숙제를 피해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예술단없이 '공간'만 덩그란히 남게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반쪽짜리' 개관과 함께 문제점으로 지적된 "기획사업의 부재를 현실적으로 인정해주는 셈이 되고 말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앙공연문화재단측에서는 일련의 사태가 법과 제도에 얽매여 경쟁력을 우선한 위탁 신청자에 대해 일부 명예를 훼손한 점을 유감스럽게 여긴다며, 재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공고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조직 구성원들과 상의해 본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의 8월 개관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국의 극장 관계자 및 컨설팅 전문가들은 사업진행 상황이 매우 늦었음을 지적하고 있어 사업추진 주체인 전북도가 장기적인 문화산업정책에 안일하게 대처해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민간위탁이라는 기본 운영방침 시행과 더불어 2개월여의 시간동안 조직구성 및 인력배치와 더불어 공연기획에서부터 관객서비스, 마케팅, 부대사업 등의 효울적 운영을 꾀하기에는 위탁자의 사업계획이 전제된다 하더라도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의 경우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도에서 일정금액의 지원을 해주는 대신, 재정자립과 문화적 공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아가야 하는 또다른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화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수많은 우여곡절속에서도 전북도가 야심차게 추진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은 지역의 여건을 고려치 않은 점과 장기적인 운영계획 없이 개관을 목전에 둔 점으로 미뤄 재정에 허덕이는, 처치곤란의 공룡덩어리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