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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6 | [저널초점]
용역·설계, 남은 6개월 동안 다 끝낸다? 전북도립미술관 건립 난항
글/황경신 문화저널 기자(2004-02-19 11:24:06)
전북도립미술관 건립을 앞두고 지난 4월 미술계에서는 한편의 촌극을 경험해야 했다. 전북미술협회에 '전북도립미술관 건립에 따른 설문조사'라는 이름의 설문지가 전해지면서 협회 관계자들과 미술인들은 황당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도립미술관의 성격을 묻는 질문을 비롯해 소장해나갈 미술품 종류와 부문의 순위를 묻는 질문 등 '미술관 설립에 관심이 많으십니까?', '개인의 소장품을 기부할 생각이 있습니까?', '최근에 인상깊게 본 전시가 무엇입니까?' 등 설문조사 내용이 전문 용역기관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의문이 들었던 것. 전북미술협회 확인 결과 설문지는 전북도청 문화예술과에서 작성된 것이었다. 당초 문화예술과에서는 재차 확인을 하는 미술협회에 용역 기관에서 만든 것이라고 답변을 하다가 협회측에서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며 이의를 제기하며 용역팀을 포함해 모임을 주선해달라는 협회측의 요청에 도에서는 "용역팀에서 설문지 작성과 조사까지 할 시간이 없어서 도에서 한 것"이라고 실토. 전북미술협회 이형구 회장은 "이번 설문지 사건같은 경우는 도의 책임의식이 얼마나 부족한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며 "빠른 시일안에 도와 용역팀, 미술인을 비롯한 도민들을 대상으로 건립에 관한 설명회 내지 공청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의 1도1미술관 정책이 발표됨에 따라 미술관이 없는 전북지역에도 미술관 건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미술인들과 도민들의 열망에 기인해 지난 99년부터 건립이 추진되기 시작, 건립일정대로 간다면 올해 12월 첫 삽을 뜨게 된다. 이후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관광지 개발지구(연건평 2천평)로 부지를 결정한 이후 1년이 넘는 시간적 여유와 건립에 따른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달라는 미술인들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남은 6개월동안 미술관의 밑그림을 다 그려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하드웨어 구축과정에서 매번 지적되는 신발에 발을 맞춰야 하는, 건물 먼저 짓고 보자는 오류를 이번 미술관 건립 과정에서도 다시한번 범하게 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는 것. 지난해 이런 우려가 제기되면서 전북도에서는 미술, 건축, 조경 등 각 분야 전문가 21명을 위촉하는 추진위원회를, 도내 미술인들은 '전북도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범미술인 총회(이하 범미총)'를 각각 구성했다. 도에서는 추진위원회 활동에 대해 미술관 개관까지 단순한 자문 형식을 벗어나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추진위원회의 내용성있는 논의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범미총 또한 건립에 대한 공청회나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오고 있는 가운데 도의 이렇다할 건립 추진 활동이나 계획이 발표되지 않자 활동이 미비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공론화되기 시작하던 미술관 건립 문제가 별다른 성과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었던 상황에서 전북도는 지난 4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연구소에 건립 기본계획 용역을 의뢰하고 도내 미술인들을 주축으로 한 소위원회를 결성했지만 올해안으로 용역과 기본설계를 모두 마치고 첫 삽을 떠야하는 문제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결국 미술관 용역작업은 물론이고 애초 도에서 공모를 통해 설계를 하겠다는 것 모두 쫓기는 시간으로 인해 제대로 수행되기는 이미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의 판단이다. 타지역의 미술관 건립과정을 살펴볼 때 보통 미술관 기초자료 조사 및 건립계획안 수립 등 용역작업이 1년여동안 추진되며, 건립 2, 3년전부터 설계 공모에 들어가는 등 체계적인 준비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전북도와 같이 2003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추진 중인 대구시립미술관의 경우에는 1년이 넘는 용역기간과 설계공모를 거쳐 인력확보에 있어서도 미술관의 경우 여타의 건축물과는 달리 세세한 부분까지 전문적인 견해가 필요하다는 인식아래 지난해 이미 학예연구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북도의 경우 건립이 확정된 이후 기본계획 설립이나 설계 부문 등 추진된 작업이 전무해 남은 6개월 동안 용역과 설계를 모두 마쳐야 하는 상황. 뒤늦게 이런 소식을 접한 미술인들을 비롯한 지역문화예술계에서는 제2의 소리문화의 전당이 탄생될 위기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료적이고 비민주적인 건립과정을 비롯해 향후 운영비 부담과 운영방안 모두 소리문화의 전당의 뼈아픈 절차를 똑같이 밟아가게 될 것이라는, 부실한 행정이 따르는 하드웨어 구축이 부를 지역문화계의 파장이 또한번 예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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