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6 | [문화저널]
【취재수첩】
괴상하고 요상한 풍경
문화저널(2004-02-19 11:11:53)
5월 25일 아침, 전주시청 4층 회의실. 10시부터 시작되기로 한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 평가 토론회장이 누군가의 고성으로 사뭇 살풍경하다.
"스텝들 급여도 못 주는 판국에 왜 이런 일에 돈을 들이느냐. 이 토론회를 누가 준비하고 개최했는지 설명해 달라"는 것이 고성의 주인공이 말하는 요지. 결국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발제자들과 패널들은 "그 물음은 조직위측으로 돌아가야 할 질문같다. 이런 분위기에서 토론에 임할 수 없다"며 자리를 떴다.
결국 이날의 토론회는 20여분만에 무산됐다. 살벌한 분위기로 토론회를 무산시킨 장본인은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송길한 부위원장. 공식적으로 이날 토론회는 영화제조직위 측이 주최하고, 문화개혁회의 영화제평가기획단이 진행을 맡아 성사됐다. 그런데 주최측의 간부 입에서 토론회 개최 배경에 대한 설명을 종용하는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조직위와 사무국 사이의 의견 조율이나 의사소통구조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대목. 더욱이 뒤늦게 토론회장에 나타난 최민 위원장은 "조직위 내부평가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같은 평가 토론회는 의미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해 기자들을 더욱더 어리둥절케 했다.
내부적 의사소통의 동맥경화, 시민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는 닫힌 자세, 공식적 토론회장에서 성숙치 못한 태도로 문제제기에 나선 조직위 간부의 비상식적 태도. 영화제조직위 내부의 난맥상을 한눈에 읽게 한 괴상하고 요상한 풍경이었다. 김
한심한 말·말·말
두달 가까이 이어진 도립국악원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민간위탁 일련의 사태 동안 국악원 예술단들을 더욱 궁지로 몰며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시킨 것은 뭐니뭐니 해도 전북도의 무책임한 여러 발언의 '공덕'이 컸다.
도립국악원 집단행동에 대해 '밥그릇'싸움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안세경 문화관광국장은 "널린 게 예술단"이라는 말을 언론사 기자들앞에서 스스럼없이 말해 곤혹 아닌 곤혹을 치러야 했다. 뿐만 아니라 유종근 지사를 비롯한 도 관계자들이 발언한 '도립국악원의 발전적 해체론'도 지역문화에서 국악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심각하게 손상시킨 발언들이다.
뿐만 아니라 도의회가 열리는 기간 내내 수탁자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위법적인 문제와 절차가 빠진 부실행정에 대한 도의원들의 지적에 전북도는 시종일관 '적법한 절차다', '공청회나 토론회 등 의견수렴과정은 집행부가 개혁적인 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만큼은 필요한 것이 아니다'는 수준이하의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도의 '개혁적인 정책'은 많은 난관속에 원점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었다. 민주적인 당연한 절차를 무시한채 애궂은 시간 낭비와 지역문화계에 또다른 상처를 안긴 이번 사태가 부디 재연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음을 숨길 수 없다. 문제의 본질과 핵심이 항상 같기 때문이다. 탁상공론과 비민주적인 행정의 되풀이, 지매번 지역문화의 발목을 잡아매는 부실 행정이 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