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6 | [문화저널]
가족형 축제로 자리매김…여전히 취약한 기반
제3회 전주종이문화축제
글/황경신 문화저널 기자(2004-02-19 11:09:25)
전주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지난달 전주는 축제의 현장 그 한가운데 서있었다. 전주 4대 문화축제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전주종이문화축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젊은 축제를 표방하며 교육적 체험의 새로운 목표를 두고 벌어진 전주난장의 양대 축제 속에서 전주종이문화축제는 홍보나 관람객 도모에 있어 집중도와 조명도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가능성있는 축제의 희망을 남겼다.
'한지의 본고장, 전북의 위상을 제고하고 한지공예의 전통미를 살려나가며 이를 적극적인 관광상품화한다'는 취지 아래 문화관광부 우수기획 축제로 선정돼 올해로 3회를 맞은 전주종이문화축제는 지난 5월 4일부터 8일까지 전주 경기전과 예술회관, 한솔종이박물관에서 진행됐다. 지난해와 같이 한지 상품 부스와 한지·종이 공예품 제작 체험장, 한지패션쇼와 한지패션 경진대회, 전국한지공예대전, 특별기획전 등의 행사로 꾸려졌다.
축제 현장을 찾은 이들에게 가장 인기있었던 코너는 전주한지제작 체험마당.
한지를 만드는 전과정을 일반인에게 보여주고 직접 제작도 해보는 체험마당은 전북한지공업협동조합에서 마련했다. 체험마당은 어린이들을 비롯해 가족 단위의 참여자가 많아 가족형 축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전북예술회관과 한솔종이박물관에서 마련된 특별기획전 또한 1일 5백명을 밑도는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독일,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외국작가 12명과 국내작가 22명의 작품이 전시된 국제종이작가 초청전을 비롯해 1908년부터 1985년까지 잡지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던 근대 유명잡지 회고전, 조선왕조실록의 편찬과정의 재현과 전주사고가 가지는 의미를 재조명한 '역사를 지켜낸 온고을 전주'전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축제의 시너지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한지문화상품을 판매한 기획 상품마당은 모두 8개 부스만이 매장을 꾸린데다 전주 생산업체가 두 곳밖에 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서울업체들이 대거 참여한 기획 상품마당은 생산과 상품 개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북지역 생산업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전북한지공업협동조합 오남영씨는 "전주한지는 서예용 오당지나 동양화용 화선지가 주류인데 상품성이 따라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제조업체들이 다양한 한지의 쓰임새를 알릴 수 있는 상품을 준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기획 상품 마당의 경우 매출액이 2천만원을 웃돌 뿐만 아니라 올해의 경우 전주종이문화축제를 찾은 외국작가들이 다양한 한지문화상품에 매료돼 업체 대표와 관련작가들을 자국으로 초청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전주종이문화축제는 체험학습의 장으로서의 위치를 굳힌 반면 한지의 새로운 가능성과 명성을 높이는데에는 다소 미흡했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가.
전주종이문화축제는 펄프지에 밀려 위기를 맞고 있는 한지의 맥을 잇고 2004년 세계종이총회를 앞두고 한지가 우수한 상품으로 경쟁력을 갖춘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천연닥나무와 맑은 물로 한지제조의 중심이었던 전북은 현재는 종이의 원료인 닥나무를 타도와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을 뿐 아니라 영세한 생산업체들은 원료구입과 판로확보에 실패, 도산의 위기에 처한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생산과 제조, 산업적인 기반을 갖추고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하지 않고서는 전주종이문화축제는 취지와 달리 일회성 축제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전주종이문화축제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는 한지생산과 인력양성 등 인프라 구축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
3회를 맞이하며 축제 자체의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원자재의 생산, 특산물 생산 및 판매단지 조성, 생산업체간 네트워킹을 통한 생산품과 유통관리 등 생산토대와 판매전략의 필요성과 함께 전주종이의 미래를 선사할 수 있는 행사 기획마련은 더욱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전주시가 4대 문화축제를 통합하면서 대다수 젊은 관객 중심이었던 영화제와 전주난장의 참여시민 연령층이 중장년층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세대별 한계속에서 종이축제는 세대간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가족형 축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