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5 | [문화가 정보]
'구름위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진 걸까
서신갤러리 퍼포먼스 페스티발
황경신 기자(2004-02-19 10:24:18)
조금은 당혹스럽다. 공연을 안내하는 설명 한줄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맡겨진 퍼포먼스 페스티발.
지난달 21일 토요일 오후 전주 서신갤러리에서 열린 퍼포먼스 페스티발 '구름 위에서'는 많은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가며 당혹스러움 혹은 잠시나마 골몰히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만들었다.
임택준, 이병운, 심홍재, 신석호, 이청환, 안태상, 김옥씨가 참여한, 지역에서는 기회를 얻기 힘든 '퍼포먼스'. 이번 공연은 평면과 설치 그리고 퍼포먼스 등 다양한 표현언어로 토탈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임택준씨의 개인전에 맞춰 기획됐다. 평면과 설치 작품으로 못다한 열정을 동료 작가들과 퍼포먼스로 발산하겠다는 의도로 작가 개개인이 '구름위에서'의 모습을, 일어나는 일을 형상화한 몸짓을 선보였다.
얼기설기 목을 감은 넥타이와 끈을 가까이 앉은 관객의 손을 빌려 힘껏 잡아당기는 심홍재씨. 비명이 나올 법한 순간 작가의 몸짓은 막을 내린다. 그는 넥타이로 현실세계의 미련을 대변하고 넥타이는 모두 버려둔채 구름위 길로 오르는, 인간의 죽음을 표현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빨간 천을 몸에 두른 임택준씨는 몸에 인형을 안고 관객 앞으로 나선다. 배경음악은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불현듯 앞에 앉은 관객 하나를 끌어내 온몸을 하얀 천으로 뒤감고 즉석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구름 위에는' 분명 어린 아이의 생명도 있을 터이고, 짧은 생을 마감한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것일까.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컴퓨터를 이길 수 있을까요?", 강아지를 안고 바닥에 벌렁 드러누운 채 관객들에게 조근조근 말을 건넨다. "컴퓨터가 인간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잘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왔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몫이 있을거예요. 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작가의 차분한 목소리가 애처롭기도 하다. .
작가의 신체를 이용해 현장에서 보여주는 라이브적 성격을 띠고 기존의 공연예술과는 다른 양상을 지닌 퍼포먼스. 이들의 몸짓에 정확한 대답과 메시지를 원하기도 하겠지만 작가들은 한결같은 대답은 '본대로 느낀 대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