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 | [매체엿보기]
정말 시청자들을 무시해도 되는 겁니까?
최기우(전북민언련 회원)(2003-04-07 09:29:11)
KCC 이지스와 삼성 썬더스의 농구경기가 있던 11월 18일. 무적의 방패라던 이지스는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더불어 이 경기를 생중계 하던 방송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한동안 사이버 테러라는 사슬에 꽁꽁 묶이게 되었다.
<시민의 볼권리 침해, 각성 사과 촉구(하늘색 여러분 보구 말벌 달아 주세여)>, <정말 시청자들을 무시해도 되는 겁니까?>, <꼭 그러셔야했나요?>, <정중한 사과, 인기가요 재방,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를 부탁드립니다.>, <정말 정말 짜증납니다... 관계자 여러분 꼭 읽어주십시오!!!!!>
이들이 올린 글에 따르면 ‘오후 내내 기다리던 인기가요’는 ‘단 한번의 예고도 없이 잘려졌다’고 한다. ‘지방에 사는 이들의 소외감’에 ‘화나서 무너지는 심정’을 억누를 길 없던 이들은 결국 ‘시청자를 무시하는 처사’와 ‘너무 성의 없는 방송사의 안일한 행태’에 대해 ‘각성’하고 ‘보상’하라고 한다. ‘지방 살기가 싫어’지고 심지어 ‘누가 지방방송을 좋아하겠는가’라며 지역방송이 ‘없어졌음 한다’라고 말한다. 어디 이번뿐이겠는가? ‘한 두 번도’ 아닌 이런 식의 테러(?)는 지역방송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서울에서 방송되는 프로가 지역 방송사 자체제작 프로로 바뀌는 경우 ― 특히 스타가 출현하는 프로라면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내년 3월부터 위성방송이 본격화(한국디지털위성방송에서는 현재 KBS와 EBS뿐 아니라, MBC와 SBS에 대한 동시재전송을 주장하고 있다)되어 지상파 동시재전송이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이런 불만과 고민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인기가요 못 보면, 나 죽을 꺼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대신 선택적으로 위성방송에 채널을 고정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허나, 위성방송의 지상파 동시재전송이 이루어질 경우 지역방송은 고사위기에 내몰릴 것은 자명하다. 그 동안 키스테이션의 프로그램을 재전송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했던 지역방송의 독점적 지위가 한 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방송 또한 변해야 한다. 당당히 경쟁의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 그 동안 정치적 고려에 의해 특정권역을 대상으로 한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아왔고, 또 여기에 매몰되어 자기변화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대해 자성의 입장을 견지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열악한 경제조건과 빈약한 문화자원, 정치적 주변부로 전락해 가는 지역의 현실 속에서 아무리 경쟁을 강조해도 제대로 된 경쟁은 이루어질 수 없다. 경쟁은 공정한 룰과 조건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앙집중화 된 지금의 현실에서, 지역방송을 활성화시키고 그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대책 없이 추진되는 위성방송정책은 제고되어야 한다. 물론 지역방송이 시청자주권이나 미래방송환경 변화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서울 프로를 짜르는 지방방송이 너무 싫어’라고 말하는 이들의 성토보다 ‘지역의 균형발전과 지역성의 보존’이라는 방송이념에 대해 더 진지해 져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