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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5 | [저널초점]
청소년 지도자들의 하소연,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다 운영부담과 격무로 멀어지는 전문성
글/황경신 문화저널 기자(2004-02-17 16:52:30)
지난달 9일 전주 청소년문화의 집과 완주군 청정인성수련원의 청소년 지도사들은 기쁜 마음으로 서울길에 올랐다. 이 두곳이 시설과 운영에서 인정을 받고 문화관광부에서 선정하는 시범청소년수련시설에 뽑혔기 때문이다. 시범청소년수련시설로 선정이 되면 그 명예도 명예지만 지정된 시설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성과급은 시설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기 힘든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더욱 큰 기쁨이다. 공과금 걱정부터 앞서는 딱한 신세 올해로 개관 2주년을 맞은 전주 청소년문화의 집 백지연 관장(35세). '허리띠 졸라메고' 살림을 해온 백관장에게 이번 선정으로 지급되는 1천만원의 성과급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3월말까지 추운 날씨가 계속됐지만 난방비 절감을 위해 한동안 난방을 하지 못했어요. 예산서에 잡혀있는 액수는 45만원인데 겨울에는 난방비가 추가되다 보니 60만원쯤 나왔더라구요. 여름에는 쾌적하게, 겨울에는 따뜻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줄 알지만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 난방비를 보니 난감하더라구요. 일하는 사람들이야 괜찮지만 사실 아이들한테 제일 미안해요." 99년 개관 당시 전주시에서 지원하는 월 8백만원이던 지원금이 5백만원으로 줄어든후 더욱 '쫀쫀하게' 살림을 해야 하는 탓에 가끔은 궁상 아닌 궁상을 떨기까지 한다고 푸념하기도 하지만 그나마도 고정적으로 예산이 지원되는 것이 다행스럽다. 최소한의 시설 관리비만 지원을 받는 다른 지역의 지도사들을 만날때면 그나마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나 지도자 자기 개발을 위한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크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나 운영이 없다면 시설 존재의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뒷전으로 미룰 수는 없어요. 다만 저를 비롯해서 여기 계시는 선생님들이 받아야 할 연수 프로그램이나 지도력 훈련비는 끌어내기가 힘들죠." 그렇다고 이곳을 찾는 아이들을 끊임없이 상대하고, 고민을 상담하고, 때로는 심리치료까지 해야 하는 지도자들의 교육을 게을리 할 수는 없는 일이다. 1년에 한두번 연수라도 받기 위해 이용되는 돈은 보조금외 일정하지 않은 수입이다. 유료로 운영되는 프로그램 수강료와 아이들의 인터넷 사용료, 시설 대관료 등을 사용하고 있지만, 석달에 3만원하는 수강료에서는 강사료를 제해야 하고, 아이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인터넷 사용료 고작 5백원에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실컷 행사나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계획해 놓아도 예산은 항상 미뤄지기 마련. 전주 청소년문화의 집의 경우도 5월에 시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행사를 벌였지만 예산은 11월에 지원이 돼 행정절차를 처리하는데 난관을 겪어야 했다. 또한 프로그램 짜기, 강사 섭외, 홍보 모두 청소년문화의 집 3명의 지도자들이 모두 맡아야 할 일이다. 이 학교, 저 학교로 발품 팔며 홍보를 하고 수강생 관리까지, 사실 지원금은 둘째치고 지도력이나 상담 프로그램 연수 하나 받기 위한 시간을 내기가 더욱 어려운 현실. 간단치 않은 현실이 적지 않게 아이들을 위해 연구하고 교육받는 시간을 내야 하는 청소년지도자들의 발목을 쉽게 놔주지 않는다. 철새처럼 왔다 떠나는 수련원의 '도급'들 청소년의 수련활동을 지원하고, 사회여건과 환경을 청소년에게 유익하도록 개선해 청소년 교육을 담당할 전문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문화관광부에서는 청소년지도자 자격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1, 2, 3급으로 나누어져 있는 이 시험을 통해 한해 배출되는 인력이 해마다 3천여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이 청소년 수련원, 청소년 야영장, 유스호스텔 등 청소년 육성 및 수련활동과 관련된 단체로 진출하게 되지만 그 전문성 확보에 대해선 아직 미진한 것이 사실. 아직까지는 사회적으로도 '청소년지도자'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부족은 물론이고 실무를 익혀가며 꾸준히 그 전문성을 키워내기가 녹록치 않은 근무환경 덕에 쉽지 않은 일이다. "본인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해요. 격무에 시달려도 짬을 내서 공부하고 찾아다니며 교육받는 방법밖에는 없어요"라고 말하는 완주 청정인성수련원의 주지종(35세) 지도자 실장. 그가 일하고 있는 수련원의 청소년지도자는 모두 10명. 다른 기관에 비하면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편에 들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면 그도 아니다. 이곳에는 2월부터 10월까지 6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녀간다. 1박2일부터 2박 3일까지 일정을 잡아 수련회를 오는 학생은 한 학교당 보통 2, 3백명, 10명의 지도자들이 40여명 이상의 아이를 인솔하게 된다. 단기간에 이뤄지는 수련회 일정이지만 한 학교가 떠나기 무섭게 또다른 아이들이 도착하고, 성수기에는 한달내내 쉬는 날 없이 일해야 한다. "도심속에 있는 청소년들의 방과후 생활을 담당하는 기관과는 또다른 어려움들이 있어요. 성수기에는 휴일 없이 일해야 하고, 수련원 선생님들은 합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혼자들에게는 더욱 힘든 생활입니다." 이런 이유로 전임지도자들을 고용하지 않은 수련원이 허다하다. 이런 수련원의 경우에는 성수기에 대거 아르바이트 지도자들을 고용하게 되는데, 이른바 한철을 나고 떠나는 바로 철새 '도급'들이다. 이 '도급'들은 레크레이션 자격증 소지자나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여름방학을 이용하거나 휴학기간을 이용해 일을 하고 떠나는 이들에게 이곳에서의 일은 '아르바이트'에 불과하다. 이들이 받는 급여는 학생 1인당 2, 3천원으로 한두달만 일을 해도 한달 1백만원을 밑도는 전문 지도자들의 급여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받게 된다. 수련원이나 야영 시설의 경우 국가나 지자체의 보조금없이 개인이 사재를 털어 법인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도자들을 고용해 지속적인 인건비를 대는 일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운영의 문제도 문제지만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도급'들을 고용해 쓸 경우에는 사실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전문적인 교육이나 절차를 밟지 않고 철새처럼 한철 일하고 떠나는 사람들이기때문에 애들하고 '노는' 수준이죠. 그냥 농담따먹기 하기가 일쑤고, 무슨 일이 발생해도 책임질 필요가 없거든요. 일단은 '마인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죠." 시설안에 '마인드'와 '문화'를 함께 심어라 제도교육과는 달리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앞에 서고 싶지만 정책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어려움앞에서는 스스로 많은 한계와 괴리감 짙은 생활이 이어지는 청소년 지도자들. 청정인성수련원 주지종 실장의 경우 전망좋던 직장을 과감히 포기하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사람들앞에 나서는 끼와 재능이 남달랐던 그의 경우 레크레이션 연수와 실습을 받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벌이는 이벤트 회사로 전직했다. 벌써 5년 넘게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이지만 남다른 봉사정신과 소신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 힘든 일이라고 털어놓는다. "모든 청소년지도자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한계는 바로 '청소년 문화'에 대한 깊은 고민이 어렵고, 설사 그런 고민들이 이뤄진다고 해도 실무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일 겁니다. 저 같은 경우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훨씬 편한 이벤트 업체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었지만 사실 그런 업체들은 아이들과 그들의 문화를 상업적 요소로만 이용하기 일쑤죠. 그런 면에 있어서는 이런 시설이나 기관에서 일하는 것이 심적으로는 편안합니다." 그는 한시도 짬을 내기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여성의 전화에서 마련하는 상담지도자과정을 밟고 있고 수련회 기간 동안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사물놀이나 스쿠버 다이빙 등 여러 기능들도 익혀두어야 한다. 전주 청소년문화의 집에 근무하는 지도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은 제공이 되지만 문화와 청소년 관련 대외 연수는 받기가 힘들다. 가끔 무료로 열리는 강좌나 연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도자들 스스로 '안테나'를 세우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청소년문화의집이나 수련원에는 학교 선생님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학교와는 달리 다양한 그들만의 놀이가 행해진다. 가출한 아이들이 찾아들고 때로는 성교육과 고민 상담에 심리 치료까지 담당하는 도심속의, 자연속의 또다른 교육기관의 선생님, 청소년지도자들. 매일같이 아이들을 상대하는 청소년지도자들이지만 모두 청소년 문화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제는 더 이상 아이들을 깨우치고 '선도'해내는 역할보다는 그들의 문화를 함께 일구고 이해하는 역할이 더욱 필요한 때라고 말하는 이들. 아이들속으로 함께 뛰어들기를 희망하고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청소년 지도자가 단순한 시설관리와 프로그램 운영을 넘어 안정성과 장기적인 전문성 개발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란'만 일삼은 많은 정책들과 발만 동동 구르는 어른들을 뒤로 하고 오늘도 아이들의 시대를 앞선 행동과 생각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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