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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 | [문화저널]
문윤걸의 음악이야기 '전성시대'를 뒤로 한 우리 가곡에 대한 아쉬움
문윤걸(2003-04-07 09:28:19)
우리 가곡이 설 자리가 없다. 한때 가곡의 전성시대가 있긴 했다. 한국 가곡이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리면서 순수를 꿈꾸던 여고생들에 의해 가곡이 널리 불리웠다. 봄이면 '목련꽃 그늘아래서...'로 시작되는 <사월의 노래>나 '봄이오면 산에 들에...', '봄처녀 제 오시네...' 같은 봄 노래들이, 가을이면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별>이나 '국화꽃 저버린 겨울 뜨락에..'<고향의 노래> 등 제 철에 맞는 가곡들이 즐겨 불렸다. 이런 가곡을 널리 보급하는 데는 성악가들도 크게 한 몫하였다. 지금처럼 수려한 연주홀은 아니지만 극장이나 시민회관 같은 지방의 여러 공연장에서 한국 가곡을 주 프로그램으로 한 순회공연이 그치질 않았다. 이런 순회공연파 성악가로 가장 인기있는 사람은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던 테너 엄정행과 메조 소프라노 백남옥, 소프라노 황금심, 베이스 오현명 등이었다. 이들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중년의 여성 관객들이 앞자리를 가득 메우곤 했다. 이무렵 가곡을 흉내내는 대중가요나 가곡풍으로 노래하는 대중가수, 심지어는 <보리밭>, <얼굴>처럼 가곡자체가 대중가수에 의해 불리기도 할 정도로 가곡은 매우 친근한 음악이었다. 그러나 우리 가곡의 전성시대는 최영섭 작곡의 <그리운 금강산>의 빅히트 이후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가곡의 침체에는 우리의 음악문화와 관련되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중고등학교의 음악 수업이 유명무실해진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 특히 고등학교 음악수업의 비중이 약화되어 음악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대중문화에만 심취되어 있는 학생들에게 우리 가곡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였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우리 가곡이 음악대학에서도 그리 비중있는 음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음악대학에서 이탈리아나 독일 가곡은 그 발성법에서부터 노래하는 테크닉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지만 한국 가곡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음악대학의 졸업연주회에서 한국 가곡은 자주 연주되지 않는데 이는 한국 가곡이 서양의 발성법으로는 잘 부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 가곡을 수준 있는 졸업 연주작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더 크게 작용한 탓이다. 우리 가곡은 한국적 아름다움이 깃든 우리 시와 서양의 음악적 양식이 만난 아주 중요한 음악 장르이며 그래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중요한 예술 양식이다. 이러한 한국 가곡의 의미를 되살리며 한국 가곡의 위상을 바로 하자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이런 노력이 없진 않았다. 조수미는 새로운 앨범에 한국 가곡을 한 두곡은 꼭 함께 싣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또 원로 성악가들을 중심으로 중견 성악가들이 한국 가곡 살리기 노력을 호소하고 있고, 모 방송국은 꾸준히 창작 가곡을 발표하며 보급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 한국 가곡이 회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한국 가곡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음악이라는 분명한 위상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는 관심과 대우를 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는 한국 가곡의 중요한 생산기지인 음악대학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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