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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5 | [문화저널]
【먹거리 이야기】 '먹자판'이 아니어도 풍요롭다
문화저널(2004-02-17 16:48:09)
휴일에 나들이를 해본 사람이라면 어디를 가도 사람으로 북적거린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름난 명승지는 물론이고 조금만 색다른 경치가 있거나 먹거리가 있는 곳이면 사람의 발길에 성한 곳이 없다 뿐만 아니라 자기도 그 사람들 중에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은 사람 없이 한가한 곳이 있었으면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는 시간이 갈수록 쉽지 않다. 아니 우리 스스로 자제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산하 구석구석 사람의 눈에 안 띄인 곳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살다보면 휴일에 나가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만 왜 나가고 싶을까는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풍광을 보고 맛있는 것 먹으며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사는 재미가 그런 거라고 쉽게 말해버린다. 하지만 좀더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면 왜 그럴까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 볼일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람위주로 생각하지 말고, 자신위주로도 생각하지 말고 세상 만물을 바라보자. 그러면 오늘을 사는 우리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인지 모르는 감동의 씨앗 같은 것이 자기 안에서 움트려 한다는 것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움트려하는 씨앗이 있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는 순간부터 산으로 들로 다니는 것도 더 감동스러울 것이며 밖이 아닌 그 어디에 있어도 좋을 것이다. 우리의 가슴속에서 이런 감동이 있을 때 우리의 삶 또한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자연과의 교감에 의한 감동이 아니고 자기를 비롯한 가족들의 감각적 인생 즐김이다. 그러다 보니 어디를 가든 먹고 마시는 것이 가장 우선 이다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먹고 마시고 놀거나 맛있는 것 사먹고 즐기기에 바쁘다. 이러다 보니 술이 곤드레가 되고 먹자판인데 어떻게 자연과 교감이나 문화적 만남이 있을 수 있을까 오로지 감각기관이 즐겁게 자기 자신만 즐거우면 된다. 또한 먹고 마시며 즐기고 난 뒤에는 어떤가? 한 사람의 한 끼 식사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자연과의 교감과 감동이 없이 이기적으로 즐기기에 급급한 사람은 그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죄의식이나 최소한의 미안함도 느끼지 못한다. 이제 우리도 먹고살기에 급급한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자가용 몰고 산으로 들로 놀러 가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무데서나 먹고 마시며 즐기지 말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임을 생각하자 절대 우리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자연임을 생각하여 스스로 절제하자. 그것이 결국 우리 모두를 아름답게 하는 길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열을 올리는 것은 본능적인 즐거움이니 이는 곧 짐승 같은 즐거움이고, 먹고 마시는 것에 초연하여 자연과 교감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고 꼭 해야하는 일이다. 먹고 마시는 것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절제하여 연연해하지 않으면 우리의 마음이 풍요로울지니 화창한 이 봄날 나들이 길에 도시락에 넣은 김말이 몇 개나 주먹밥 몇 개로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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