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1.5 | [문화와사람]
10. 순창 삶의 터전 일구는 지역민들의 자생력이 돋보인다 현대문화의 특징과 과제
글/황경신 문화저널 기자(2004-02-17 16:36:02)
'깊은 맛의 고장, 순창 고추장'의 어느 대규모 식품회사의 광고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순창. 4월 순창 읍내에는 군민의 날 행사를 알리는 많은 홍보물들이 따가운 봄볕을 받고 있다. '회문산과 섬진강이 살아 숨쉬는 고장, 제39회 순창군민의 날 기념행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하지만 적은 인구와 쉰을 넘은 노령인구가 대부분인 곳에서 군민의 날 행사라고 해서 떠들썩한 분위기로 정신없는 곳은 못된다. 순창군은 지자체 실시 이후 각 지역마다 발 벗고 나선 문화와 관광사업에 막차를 타고 뛰어들었다. 군에서 추진되고 있거나 계획해 놓은 문화복원사업, 관광사업, 자료사업 모두가 최근 1, 2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것. 군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성황제 복원사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92년 순창 동전마을 순창설씨 제각에서 순창 성황대신사적 현판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96년 성황대신사적 현판의 중요성과 사료적 가치를 밝히는 '순창성황대신사적기연구' 전국학술대회 연데 이어 군에서는 지난해 복원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그러나 고려말 조선초 당시의 성황제를 복원한다는 계획아래 고증작업을 시작해 추진되고 있으나 현재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종교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어 그 길이 평탄치만은 않다. 무엇보다도 순창에서는 '도시와 농촌 그리고 자연이 상생하는 21세기 새로운 지역진흥운동-그린투어리즘'을 군정 최우선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순창은 지난 97년 5개국이 참가한 아시아 그린투어리즘 창립 총회를, 99년에도 총회와 심포지엄을 개회하는 등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그린투어리즘을 시작한 곳이다. '그린투어리즘'이란 인구감소, 고령화, 소득수준감소 등 농촌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농촌의 다양한 특성을 살려내 고품질 상품으로 개발하는 농촌부흥운동이다. 올해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추진위원회와 연구회를 구성하는 등 순창의 '그린투어리즘'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추진체계 강화, 문화관광, 청정환경조성, 특산품 개발, 인재양성 등 7개 분야 33건의 사업에 2백70억8천3백만원을 사업비로 책정했다. 군에서는 읍면 전래민속행사 발굴을 위해 1읍면 1∼2개 대표적 민속행사를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 인계·동계·적성은 농악, 금과·유등·풍산은 농요, 순창읍에서는 옥천줄다리기와 농악, 복흥·쌍치는 당산제와 들독놀이, 팔덕면·구림면은 상여놀이와 전통혼례 등을 복원해 읍면단위의 보존회를 구성하는 자율적 육성을 유도, 사업비 7천7백만원이 책정돼 있다. 민속행사를 복원하고 육성하는 것의 좋은 뜻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관광사업을 우선해 둔 것이어서 이 사업에 대한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실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들이나 일부에서는 문화관광 사업과 환경조성사업에 대한 예산 투입이 많아 결국은 도시민들을 위한 관광사업으로 퇴색할 가능성이 높고, 농촌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구호에 그치지 않겠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물관 건립도 한창이다. 순창군 복흥면 서마리에 건립중인 산림박물관은 내장산 지역에 자연과 산림에 대한 역사보존 및 학습을 통한 산림 문화를 가꿔나갈 예정이다. 사업비 1백60억원이 투입되는 산림박물관은 전시실, 표본실, 야외전시장과 영상시설 등을 갖추게 된다. 이와 함께 군에서는 향토박물관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자료 확보를 위해 1읍면 1문화유산 발굴 운동을 추진, 11개 읍면의 고서나 서지류의 유물 1백10여점이 발굴됐지만 감정 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아 아직 그 옥석이 가려지진 않았다. 그러나 순전히 군의 구상만 잡혀있을 뿐 구체적인 건립이나 예산 확보에 대한 계획 등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무턱대고 유물만 모으고 있다'는 주민들의 비난이 일고 있기도 하다. 순창은 추령장승제가 열리는 장승촌과 6. 25전후 지리산과 더불어 빨치산의 근거지였던 회문산 자연휴양림, 강천산 휴양지 등 많은 관광자원을 지니고 있는 반면 임진왜란과 일제시대, 6. 25 동란으로 소실된 문화유적과 유물에 대한 복원은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문화유적이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추모사업 등이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에는 무엇보다도 문화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의 힘이 컸다. 비슷한 규모의 농촌지역에 비교해 볼 때 순창은 자발적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들이 많은 편이다. 이들은 향토사 발굴과 기록작업을 비롯해 교육문제, 군정 감시 활동, 언론 활동까지 다양한 활동들을 해오고 있다. 얼마전에는 11개 문화단체 회원들이 모여 '문화예술인협의회'를 구성했다. 예총이 결성돼 있지 않은 순창군의 경우 '문화예술인협의회'는 관을 중심으로 결성된 예총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화예술인협의회는 좁은 지역에서 향토사 발굴 등 영역이 비슷한 작업들을 따로따로 진행하는 것보다는 서로 연대해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은 그 효과를 살리고, 각 단체가 지금까지 이뤄온 많은 작업들을 '총정리'해 순창을 바로 잡고 제대로 이해해보자는 사업을 먼저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행정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서로 입장을 모아 대응 또는 연대해 문화예술사업에 동참해보자는 뜻으로 결성이 됐다. 농촌지역에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문제로 지적되는 교육문제를 위해 활동하는 '바른교육을 위한 순창군민모임'은 현직교사들과 군민들이 함께 모여 지난해에는 '농촌학교 살리기 운동'에 대대적으로 동참하기도 했으며 '순창신문'은 현직교사가 편집국장을 맡으며 순수하게 군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신문이다. 뿐만 아니라 동편제의 고향으로 불리어지는 고장이기도 하지만 전통가락을 보유하지 못한 이곳에서 농악인들이 발벗고 나서 임실 필봉 농악을 순창에 보급해보자는 뜻으로 결합한 '한소리회', 순창 유일의 시민운동 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순창 군정지기단'의 경우도 어떤 지원도 없이 지자체장 판공비 공개 운동을 벌이는 등 군정과 의회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다. 사실 순창은 현재 순창을 대표하는 고추장 민속마을이 어려움에 처해있고, 3만명을 밑도는 인구 등 위축된 상황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대형화 되어가는 요즘의 분위기에 농촌의 특산품들은 경쟁력과 전통성을 상실하고, 광주와 전주, 정읍의 거점으로 작용하던 지리적 위치는 교육문제와 일자리 문제로 인구유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창을 속속들이 일구고 있는 이들의 전망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상황을 농촌지역의 변혁기라 여기며 지역성과 지역문화의 소중함을 버리지 않고 있다. 다만 거창하게 그 포문을 여는 여러 정책과 사업들이 지역민들의 소중한 활동과 맞물려 시행되는 때를 위해 더욱 분주할 뿐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