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4 | [문화저널]
넘기고 보자는 것이 본뜻이 아니라면.
편집주간(2004-02-17 16:05:52)
지난 3월말 금강산에 다녀왔습니다. 서라벌예술단의 금강산 공연을 취재하기 위한 동행이었습니다. 서라벌예술단은 당초 금강산 공연과 개성 공연을 함께 추진했지만 안타깝게도 개성 공연은 무산되었습니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일은 따로 있었습니다. 이 공연의 관객들이 오롯이 남한 관광객들이었던 까닭입니다. 물론 이 공연을 주관한 현대아산측은 북한측에 초청의사를 전했다고 합니다. 북한측의 답변은 '완곡한 거절'이었습니다. 금강산 공연의 의미가 반쪽된 셈입니다. 금강산 구룡폭포 답사길에서 만난 북한 안내원은 '황진이'를 못본 것을 무첫 서운해했습니다. 손씨라고 성만 알려준 그 북한안내원은 여러 가지로 인상 깊었습니다. 1시간여 되는 길에 말동무가 되어준 그이는 남한에서 온 '기자선생'에게 참으로 궁금한 것이 많았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데에도 무척 적극적이었습니다.
"기자 선생은 노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네까" 하도 진지한 그이의 물음을 피해갈 도리가 없어 "우리가 지쳤을 때 위안을 주고 또 힘도 되어주는 것이 아닌가"고 답했습니다.
그이가 반색했습니다. "바로 그러디요. 맞습네다. 우리 어려웠던 것 아시디요? 먹을 것이 없어 죽을 먹었댔지요. 그때 우리가 힘을 내어 투쟁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 노래 덕분입네다. 우리 공훈합창단이 부르는 노래는 힘도 주고 용기도 주디요."
'노래'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모든 예술도 다를 바 없겠습니다.
중언부언 괜스레 말이 길어졌습니다. 문화저널 4월호는 우선 새롭게 달라진 편집디자인으로 여러분을 만납니다. 화려하고 쌈빡한 갖은 인쇄물 사이에서 늘 오래된 흑백사진 마냥 옛스웠던 문화저널이 조금은 때깔있게 옷을 입었습니다.
꽃피는 봄이지만 문화저널 이번호 특집은 도리없이 무거운 주제입니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소리축제에 이어지는 또 하나의 버거운 짐입니다. 민간위탁을 내세우고 나선 전북도의 입장이 여러 사람을 또 헷갈리게 하고 있습니다. 소리문화의 전당 때문에 잘나가던 도립국악원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도 문화정책의 안개속 같은 미래는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민간위탁이란 거창한 입장을 정해 놓고도 그에 대한 치밀한 사례조사나 분석, 대안모색은 빵점입니다. 그렇다보니 당초 민간위탁의 본뜻을 높이사 환영하고 나섰던 전북도립국악단원들이 자리 털고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도가 경고조치로 맞섰습니다. 품위손상이니 징계도 내릴 수 있다고 벼릅니다. 민간위탁의 본뜻을 살린다면야 누가 말릴 사람 있겠습니까. 문제는 천억이 넘는 예산 들여 번듯한 건물 하나 지어놓았으니 치적으로는 충분하고 운영하기에는 버겁고, 그러니 이제 어떻게든 혹하나 떼어버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여 문화저널이 민간위탁과 관련된 구석구석의 문제를 속속들이 들춰냈습니다.
이번호에도 사람이야기가 풍성합니다. 정읍농악의 전통을 잇는 정읍 호남중 이명로교사, 올해 나이 마흔한살의 영원한 DJ 장미씨, 그리고 백년세월을 넘어서도 저항의 역사가 숨쉬는 정읍의 향토사가 최현식옹, 소외와 차별 편견의 문턱을 힘겹게 넘고 있는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소양인회장. 그이들의 삶으로부터 우리는 희망을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