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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4 | [특집]
한국소리문화의 전당과 도립국악원 민간위탁 민간위탁으로 내몰린 소리문화전당의 미래가 어둡다
글/황경신 문화저널 기자(2004-02-17 15:06:01)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라는 거대 하드웨어와 도립국악원 및 예술회관, 도립국악원 예술단, 도립오페라단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움직이게 할 경영주체를 찾는데에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불안과 우려가 만만치 않다. 오는 8월 개관을 앞두고 있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과 전북도립국악원은 지난달 17일 민간위탁 공모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의 경우 중앙일보 자회사인 문화사업본부의 중앙공연문화재단이, 도립국악원은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와 한국국악협회 전북도지회 등 2곳이 신청서를 접수했다.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 10여개의 단체가 참여했던 것에 비하면 기대에 못미친 결과. 도의 예상과 달리 이번 위탁 신청 과정에서 수탁기관 물망에 올랐던 단체들은 도의 현실성 없는 지원액과 시행 첫 해인만큼 수익성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모 기간중 대기업 문화재단 등이 참여할 것이라는 도의 기대에 찬 '청사진' 제시는 풍문으로 그치고 만 결과를 낳았다. 민간위탁 선례를 남기겠다? 하지만 도는 여전히 "전라북도가 민간위탁 경영의 선례를 남기겠다"며 "타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포부에 찬 답변을 내놓고 있다. 당초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이번 민간위탁 공모는 현실적으로 무산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것이 전국적으로 공공 문화예술기관의 순수 '민간위탁' 경영은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그 부담이 적지 않다. '민영화'를 서둘러 정착시킨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해 전국 유수의 문화예술기관의 '민영화' 방침은 대부분 재단법인화를 통해 꾸려지고 있다. 재단법인화는 자금확보가 안전해 시설 운영비에서부터 인건비, 프로그램 개발비 등이 일관되게 지급될 뿐만 아니라, 민간인 전문가의 독립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어 전문가들은 이 방안을 가장 이상적이면서 한국 문화예술 '시장'에도 적합한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는 달리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은 문화예술과 관련이 있거나 이와 유사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비영리 법인이나 단체'에 위탁운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일정 정도의 기초 자금은 지원하되,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것인데, 지원금의 '현실성'과 수탁 운영기관의 능력에 관해서는 대부분 회의적인 입장이다. 소리문화 전당의 경우 건축연면적 전국 7번째 규모, 1천89억원이라는 최대의 건축비가 투여된 대규모 공연장이다 보니 극장운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웬만한 단체라도 도에서 제시한 57억원의 지원액으로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57억원의 지원액에 도립국악원 예술단 1백10명 고용승계, 기존의 전북예술회관까지 함께 경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탁 공모를 검토했던 정동극장의 경우 "사업비가 너무 적고 예술단 고용승계 등 초기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위탁 신청을 포기했다. 또한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위탁 발표 초기부터 아예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예술의 전당 관계자는 "57억 중 8억 정도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예술회관으로 들어갈텐데 50억 규모의 지원액으로 소리문화전당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아주 놀라운 능력을 지녔거나 '사기꾼'이 분명하다"며 이번 위탁은 애초 성사조차 이뤄질 수 없는 조건이라고 못을 박는다. 도, 주도권을 스스로 포기했다 어찌됐든 많은 부담과 반발속에 현재 민간위탁자 선정 심사는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도에서는 애초 '민간 위탁자 선정'방식과 신청 접수자에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일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개관준비팀'으로 참여했던 도립국악원 학예연구사 권병웅씨는 "위탁자 선정은 우리가 조사한 자료만 봐도 바람직한 방안이 아니다"며 "도에서 굳이 이 방안을 선택해 진행하는 이유는 누구한테든 떠넘겨 짐을 벗겠다는 의도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개관준비팀'은 지난해 5월부터 도지사의 요청에 의해 도청에 들어가 활동을 했다. 개관관련 행정업무를 뒷받침하고 전국 주요 문예회관을 대상으로 민영화 방안에 대한 조사작업도 진행해왔던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자료는 도측에 넘겨졌고 준비팀의 일관된 결론은 민간위탁자 선정이 아닌 '재단법인 설립'이었다. 그렇다면 도에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제시된 결과를 무시한채 '민간위탁'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공모에 유일하게 신청 접수한 '중앙공연문화재단'의 경우 호암아트홀 위탁 경영 동안 자체 기획 공연 전무, 대관 중심의 운영으로 심각한 경영 누적 적자를 낸 바 있으며 공모 참여를 위해 15일만에 급조된 비영리 단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미 도와 중앙공연문화재단측은 1월말부터 민간위탁과 소리문화전당 시설에 대한 의견을 꾸준히 주고 받은 것으로 밝혀져 많은 의혹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박스 기사 참조)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달 23일 도립국악원 예술단에서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위탁자 선정 및 편성예산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5개 조항을 내건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운영 예산 지원액 대폭 증액·편성, 중앙공연문화재단 수탁자 선정 거부, 재단법인 설치, 예술단 전원에 대한 고용승계와 직업적 신분 지속적 보장, 문화행정 공개적 추진 등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예술단 전원 사표 제출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의견수렴이나 공론화 작업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이번 위탁자 선정작업과 불보듯 뻔한 자격미달 단체의 신청 접수를 받아들인 도의 불투명한 문화행정 추진에 전면 대응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자유롭게 전문가를 영입해 운영할 수 있는 재단법인을 추진하지 않고 어떤 성공 전례가 없는 민간위탁자 선정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소리문화의 전당 운영 주도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한 문화계 인사의 말은 도의 이러한 행정 추진 과정이 결국은 축소된 예산을 가지고 모든 권한을 민간업자에게 '떠넘기겠다'는 식으로 밖에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어느 단위이던 간에 소리문화전당을 위탁해 경영할 능력을 지닌 단체나 개인은 아직까지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조사된 많은 사례들을 무시한채 부실 경영 능력을 지닌 단체와의 사전 접촉이나 접촉했던 단체가 유일하게 이번 위탁자로 신청을 한 것 등은 이번 민간위탁 선정과정을 더욱 꼼꼼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자칫하다간 지역문화에 대한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한 철학이 부재하거나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위탁자가 선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자생력을 지닌 지역문화가 소멸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도는 장기적 운영계획 하나 없이 '건물 먼저 짓고 보자'는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소리문화의 전당을 남긴 셈이며, 비현실성과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도 '민간위탁'이란 방안을 선택한 점, 위탁자 선정 과정에서 드러난 객관성 결여 등 많은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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