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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4 | [문화저널]
【특별꼭지】제2회 전주국제영화제 미리보기 '급진성'을 대안으로 중심 틀거리 확정 내부 파행 속 일정·상영작 아직 미완
글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4-02-17 14:45:16)
영화제의 '꽃'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영화제의 방향설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김소영·정성일 두 프로그래머의 사임으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던 전주국제영화제가 천신만고 끝에 개괄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조직 내부의 '인화(人和)'문제와 인성시비로까지 번진 불협화음의 극단을 딛고, 어렵사리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중심 가닥을 발표했다. 2001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27일~5월 3일까지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또 한 번의 '영화 이야기'를 풀어낸다. 내부 사정을 수습하며 급하게 준비에 나서면서 상영작과 일정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는 등 적잖은 허점과 한계를 안고 있지만, '대안영화'라는 중심 틀거리는 변함이 없다. 올해 영화제의 '대안'으로 제시된 주제는 'Radical(급진성)'. 사회와 인간 삶의 투영이라는 영화만의 고유한 미덕을 보다 사실적이고 급진적인 모습으로 담아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영작들의 주된 흐름 역시 급진 영화(radical Cinema)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급진영화를 통해 영화의 현재적 존재를 묻는다" 는 기조 아래, 전주국제영화제는 68 프랑스혁명을 비롯한 세계 혁명의 역사, 그리고 1987년 한국의 6월항쟁을 선택했다. 이것이 바로 올 영화제의 주제 특별프로그램으로 선정된 '68혁명은 영화에 무엇이었나, 그리고 6월 항쟁은 한국 영화에 무엇이었나'이다. 이는 퀴어영화제 서동진 프로그래머가 전주영화제의 프로그램 어드바이저로 새롭게 합류하면서 구체적인 주제 특별프로그램 선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관객들은 이번 주제 프로그램을 통해 68혁명을 스크린에 투영시키며 전투적 영화(miliant films)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던 장 뤽 고다르와 장 으스타쉬, 기 드보르 등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 <오디션> <포르노그라픽 어페어> <로망스> 등의 작품으로 새로운 영상과 영화철학을 선보였던 '시네마 스케이프' 섹션은 올해 역시 제3세계 영화까지 다양하게 포섭해 또 하나의 대안적 영화영역을 제시할 계획이다. '시네마 스케이프' 섹션에서는 포스트모던의 세계에서 세익스피어를 다시 읽는 마이클 알메레이다의 <햄릿 2000>과 레오나르도 앙리케스의 <상그라도르>를 비롯해 이란 영화의 새로운 성찰을 대변하는 바만 고바디의 <만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중국 왕 샤오사이의 <북경 자전거> 등의 작품이 상영된다. 메인 프로그램인 '아시아 인디 영화 포럼'을 통해서는 아시아 독립영화의 진면목을 조감하고 젊은 감독들의 영상미학을 통해 한국 독립영화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대만과 홍콩 청년 감독들의 작품은 물론, 일본의 쿠로사와 키요시의 대표작이 상영되며, 특히 스리랑카와 인도의 독립영화까지 폭넓게 소개된다. 인도 감독인 카비타 란케시의 <데브리>, 스리랑카의 아소카 한다가마의 <이것은 나의 달> 등에 주목할 만하다. 또 하나의 메인프로그램인 'N-Vision'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만의 대안적 영역인 '디지털' 영화를 소개하고 영화와 테크놀로지의 만남을 통해 영화의 전통과 관습에 도전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담아낸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의 기동성을 바탕으로 도쿄의 섹슈얼리티를 답사한 슈 리칭의 <I-K-U>와 디지털 필름의 파격적인 실성험을 담은 아리헨티나 호세 루이스 마르케스의 <퍽랜드>, 벨기에의 새로운 디지털 영화 <컷팅> 등이 소개된다. 그밖에 미국 독립영화의 디지털 맹장인 토드 버로우의 <언제나 변함없는 여왕>과 미술적 사실주의와 디지털의 만남을 접목한 아르투로 립스테인의 <그것은 인생> 등의 작품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애니메이션 비엔날레의 바통을 이어 올해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를 새롭게 정착시켜 나갈 예정이다. 이 섹션을 통해서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노정을 그린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15년'을 마련하고 격변의 한국사회를 필름에 담아낸 다큐멘터리만의 긴박함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또 자유와 인권, 평화를 위해 대중들의 포효와 함성이 들끓었던 세계 곳곳의 기록들을 담아낸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맞선 민중들의 투쟁 - 비디오 엑티비즘의 최전선'을 선보인다. 이번 다큐멘터리 비엔날레에서는 특별히 일본 다큐멘터리의 전설적 거장으로 불리며 나리타 신공항 건설의 투쟁일지를 다룬 오가와 신스케 감독의 회고전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한밤중에 만나는 낭만의 스크린 현장, 젊은이들의 가슴을 설레게하는 '미드나잇 스페셜'은 이틀동안 4개의 심야 작품을 상영한다. 이번 섹션에서 가장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유주얼 서스펙트>와 <아메리칸 뷰티>를 통해 서늘하리만큼 섬세한 연기력을 보여준 헐리웃 스타 '케빈 스페이시의 밤'이다. 케빈 스페이시가 전주를 방문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독립영화에서부터 헐리웃의 스타로 등극하기까지 그의 다양한 출연작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영화의 꼬뮌' 에서는 상영시간 340여분에 달하는 피터 왓킨스의 <꼬뮌>과 최근작인 <전쟁유희> 등이 상영되며, '초현실적인 밤'에서는 브라질의 호세 모지카 마린즈와 캐나다의 기 마댕 등이 인도하는 환상과 초현실적 상상력의 세계와 대면할 수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특별히 인터넷을 통해 디지털 영화만의 묘미와 촌스러움의 미학을 살린 유승환 감독의 <다찌마와 리>의 계보를 찾아 나선다. 변장호, 최인현, 임권택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를 소개할 '한국영화 회고전'은 한국형 활극영화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 '한국영화 회고전'은 60~70년대 한국 사회의 격동기에 폭력영화가 어떤 의미였고, 서민들의 삶에 어떤 위안이 되었는지를 현대인의 감성으로 되짚어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디지털 필름 워크샵과 12세~19세까지 영화 꿈나무들의 참신함을 엿볼 수 있는 디지털 1219, 한국 영화의 현주소와 단편영화의 미래를 전망하는 'Korean Feast'와 'Korean Shot'이 각각 마련돼 있다. 개괄적인 가닥이 잡혔다고는 하지만, 상영작과 일정 등은 급박한 일정에서 풀어가야할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내부 갈등과 파행 등 첩첩의 문제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전주 시민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는 이들의 걱정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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