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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4 | [매체엿보기]
'시청률 지상주의' 그 어두운 단면
글/김태섭 전북민언련 간사(2004-02-17 14:43:29)
MBC는 지난 2월 27일 PD수첨 '황색질주 10년, 스포츠 신문'을 통해 스포츠 신문의 선정성에 대한 비판과 질타를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공영방송임을 자처하는 MBC가 과연 스포츠 신문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먼저 MBC의 간판 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는 지난해 여름 여자 연기자 가슴 노출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고, 또다시 3월 11일 '건강보감' 코너를 진행하던 MC가 다른 MC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지를 벗는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 MC는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을 들먹이며 여자 MC가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허리띠를 푼 뒤 바지를 발목까지 내렸고, 제작진은 이를 팬티 부분만 모자이크 처리한 채 두 차례나 방송에 내보냈다. 또한 '섹션 TV 연예통신'에서는 건전한 대중문화, 건강한 연예 정보의 전달과 비판이라는 당초의 기획의도와는 달리 선정적인 소재선택과 화면처리로 '시청률 지상주의'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28일에는, 탤런트 추상미가 반라로 화장품 광고를 촬영하고 있는 장면을 중계 방송처럼 내보냈다. "찍지 말라"는 추상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문틈 사이로 카메라를 들이대어 다양한 각도와 클로즈업을 사용하여 보여주었는데 그 의도는 분명 선정적인 장면을 통해 "시청자들의 시선 끌기"라는 지적이다. 그럼 MBC가 이런 자극적인 화면들을 내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시청률 때문이다. MBC는 지상파 3개 방송사 가운데 시청률을 가장 의식한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시청률을 높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의식이 제작진 사이에 팽배해 있다. 앞서의 사례들도 시청률 경쟁의 산물인 셈이다. 최양호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의도 저널' 창간호에 기고한 연구논문 '방송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시청률'을 통해 "선정성 지수가 높은 프로그램들이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런 결과 시청률을 조장하는 수단으로 MBC 예능국은 매달 '프로듀서 조이스 어워드'라는 시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상은 단순하게 주어진다. 전월 대비 시청률이 가장 많이 상승한 프로그램이 상을 받는데 프로그램의 질적 내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직 시청률이 높아진 프로그램만이 상을 받는다. 시청률이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최고의 덕목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MBC는 국민에게 유익한 공영방송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남을 비판하려면 자신에게 준엄해야 한다"는 김중배 MBC 신임사장의 취임 일성처럼 MBC는 공영을 표방하면서도 상업적인 방송을 추구해온 것을 인정하고 공영성의 잣대를 다시금 세워 개혁의 토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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