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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4 | [문화시평]
봄을 제촉하는 신선한 춤꾼들의 새로운 생각 전북도립국악원무용단의 '새봄을 여는 춤판-분출 여섯'
글/신용숙 백제예대 겸임교수(2004-02-17 14:29:55)
공연을 보기 위해 전북예술회관으로 가는 길엔 봄을 제촉하는 빗줄기가 제법 많은 양(量)이 함께 했다. 내리는 비는 무용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흥분보다는 질적한 바닥처럼 무거웠고 같은 춤꾼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움마저 동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비와는 무관한 공연장 분위기는 다소 안도감과 따뜻한 호응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전북도립국악원무용단의 창작무대 "새봄을 여는 춤판 ― 분출 여섯"은 큰 주제 하에 각기 다른 여섯 개의 소주제를 옴니버스형식으로 구성했다. 무대 막이 오르기 전 '해설이 있는 창작무대'를 위해 단원중 한사람이 관객들에게 춤 감상의 이해와 단체의 특성을 설명하는데 매우 간결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관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메인 커튼이 오르기 전에 시작되는 서곡을 들으며 첫 번째 작품은 긴장감과 객석의 정리를 요구한다. Voice가 흐르며 기타반주가 뒷받침하고 있는 '그리고 또는 (안무/ 김정은)' 작품은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리고자 한 작품이다. 두 무용수의 똑같은 움직임은 서로를 향해 실망과 이질감으로 (진정한 자신을 숨긴 채 탈을 쓰고 얼굴을 숨기기에 급급한) 긴장감을 팽창시킨다. 이어 독무를 하는 여자무용수의 특징은 움직임에 암시와 예감을 동시에 함께 하고 있었고, 두 명의 남자무용수와의 움직임으로 다시 지속적인 에너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가 불신과 이기주의 두 얼굴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장치로 보이는 기둥이 각각 한 개씩 무대양쪽에 서있고 그 기둥에는 탈들이 매달려 있다. 탈을 벗겨 자신의 얼굴에 씌우기도 하고 깨뜨리며..... 반복된 움직임으로 마무리를 한다. 벗어버리고 싶은 자신들의 포장된 모습을 감추며 부수고 깨뜨린다.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안무자의 신선한 생각이 작품에 투영된다.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안무/김미숙)'. 30대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나타낸 두 번째 작품은 도립국악원 무용단 연무자를 맡고 있는 김미숙씨의 작품으로 지금까지 독자적인 춤사위와 성실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 주고있는 역량있는 춤꾼이다. 남녀 듀엣이지만 남자의 움직임은 동선을 주지 않고 여자의 움직임에 중심을 두고 있었고, 그들만의 삶에 갈등은 간헐적인 심적 교류가 흘러 모든 것을 파괴적 욕구로 끝을 낸다. 안무자는 페미니즘 경향으로 작품을 풀어 간 듯하다. 여성의 성격이 강하게 채색되어 보인다. '내가 여기 서있는 것만으로도 (안무/이정희)'는 익숙한 멜로디 '가시나무 새'를 음악으로 시작을 알린 세 번째 작품. 시작부터 쉽게 닥아올 것 같는 친숙함. 검정통바지와 Box형 상의는 구속을 탈피하고 마치절단과 또 다른 시도 시작의 의미를 알리는 냉철함이 엿보였다. 비슷해 보이는 4명의 여자 무용수 움직임이나 표정연기에서 결코 빈틈이 보이질 않는다. 그것은 낡은 생각과 습관 관행에 안주하기를 거부하는 자기방어로 해석하게 된다. 안무자의 의도가 너무 한곳에 집착해서 일까! 후반부에 가서 내내 무겁고 자기를 버리지 못하고 자기안에 갇혀있어 보였다. 반전이라고 해야할까 무대가 자신의 껍질인량 무용수들은 무대를 빠져나와 객석으로 걸어나오며 작품의 이해를 촉구한다. 남자무용수가 척박한 무용세계. '태초에 꿈 (안무/조종곤)'은 오늘 프로그램에 유일한 청일점인 조종곤의 작품에 거는 기대를 남다르게 한다. 아담과 이브를 연상케 하는 모티브는 진부함보다 걱정이 앞섰다. 남녀 듀엣의 절정은 두 사람의 호흡과 앙상블이다. 인체가 빚어낸 움직임의 화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식 카타르시스를 전율케 한다. 신인다운 움직임에 욕심을 한껏 발휘해내 두 사람의 움직임이 한결 돋보였다. 조정곤의 솔로는 물오른 젊음의 풋풋함과 희망에 닻을 올려도 좋을 빛이었다. 그러나 안무자는 작품의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직관력도 필요하다. 해학적인 요소와 다양한 인적구성의 독특한 캐릭터의 '떠도는 길 (안무/백인숙)'. 3명의 여자 무용수와 함께 등장한 주인공은 마치 요사이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왕따의 모습 같기도 하고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떠도는 순수한 자는 영혼을 보는 듯 하다. 한국 춤사위를 잘 접목시켜 익살과 풍자를 한판 풀어놓는 3명의 여자무용수들은 잘 훈련된 움직임과 연기력이 좋았다. 3명의 여자 무용수들이 떠난 후 어울림이 힘든 자는 남자를 만나게된다. 남자 역시 가볍고 익살스럽게 등장하지만 이런 만남은 여자에게 안식처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순수한 영혼은 짓밟히기 쉬운것인가 안식처가 되지 못한 만남은 또다시 떠돌게 한다. 안무자의 맑은 영혼과 작품설정에 대한 충실함이 함께 한 작품이었다. 마지막 순서인 '우담바라(안무/배승현)'는 상상의 꽃 우담바라를 상징하는 무대장치를 중앙에 설치, 그 꽃 안쪽으로 무용수가 석가 여래상처럼 서있다. 첫 이미지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우담바라로 상징한 듯한 느낌이었고 두 번째 이미지는 상상의 꽃으로 여인의 신비감을 표현한 것 같다. 4명의 여자무용수와 2명의 남자무용수에 조화는 화려함과 웅장함을 더해주었고, 특히 여자무용수들은 의상에 아름다움을 남자무용수들은 바디 페인팅으로 금동(金銅) 불상처럼 보여 작품에 사실감과 충실함이 엿보였다. 그러나 새로운 작품의 설정은 아니었다. 낯설지(?)않는 전체 이미지였고 안무자의 작품성보다는 공연을 위한 향연처럼 느껴져 아쉬움이 남는다. 도립국악원 무용단이 펼친 전체적인 작품은 인간 내면의 성격을 나타내려고 하는 성향이 진하게 나타났을 뿐 아니라 무대장치와 의상 분장 조명의 깔끔한 처리가 한 몫을 더해 돋보인 무대였다. 진솔한 인간미가 부족한 요즈음 다시 한번 나아닌 남을 배려하는 진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한 봄 햇살과 함께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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